11월이 지나가고 연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연말에 콘서트나 공연을 즐기실 것 같은데요. 벌써부터 많은 공연 일정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올해 미디어를 달궜던 <스트릿 우먼 파이터>, <쇼미더머니 10> 콘서트부터 가수 장범준, 나훈아 등 성별과 연령 모두 다양한 무대가 준비되고 있는데요.

콘서트가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온 건 기쁩니다. 하지만 우리가 즐기는 공연들이 자칫 우리를 다시금 ‘콘서트 없는 일상’을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콘서트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이 ‘어마무시’하기 때문인데요.

 

© 콜드플레이 모습 BMW 제공

콜드플레이가 6000억을 포기한 이유! 💸

지난 2019년 11월, 세계적인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는 BBC에 출연해 세계 투어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지속가능하게 공연할 방법을 찾기 위해 앞으로 2~3년간 공백 기간을 가질 예정이라 말했었죠. 콜드플레이의 발표 직전 진행한 투어인 ‘헤드 풀 오프 드림 투어'(Head full of dream tour)’에서 얻은 수익이 5억 2,300만 달러(한화 약 6,000억 원)에 달했다는데 이 수익을 고스란히 포기한 겁니다. 그럼 이런 질문이 나올 것 같습니다. “대체 공연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얼마나 많길래?”

콜드플레이의 멤버는 4명으로 단출합니다. 하지만 월드 투어에는 엄청난 인력과 자원이 투입되는데요. 콜드플레이의 가장 최근 투어에서는 109명의 스태프, 32대의 트럭, 9명의 버스 기사가 함께 했습니다. 이 인력들이 5개 대륙을 넘나들며 무수한 탄소발자국을 남겼습니다.

문제는 밴드의 이동만이 아닙니다. 122회의 공연을 보기 위해 약 540만 명의 관객이 이동하며 발생한 탄소에 더불어, 공연을 밝히는 수많은 조명, 야광봉과 플래카드 등 단 하루만 쓰고 버려지는 응원 도구들. 이 모든 것이 콜드플레이가 ‘지속불가능한 공연’을 멈추기로 결정하게 된 배경입니다.

 

© 왼 콜드플레이 지속가능한 홈피 오 신규 앨범 재킷 Coldplay 페이스북 갈무리

돌아온 콜드플레이, 그런데 이제 탄소 배출 50% 감축 곁들인 🎤

그러던 콜드플레이는 지난 10월, 야심 찬 목표를 갖고 돌아왔습니다. 2022년 3월 시작될 투어 계획을 발표하며 탄소 배출량을 직전 투어에 비해 50%까지 줄일 계획이라 발표한 건데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콜드플레이의 구체적인 노력을 5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 지속 가능한 댄스 플로어에너지 플로어 Energy Floor 페이스북 갈무리

1️⃣ 지속가능한 에너지

콜드플레이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합니다. 무대의 바닥, 외부, 중앙 홀 등엔 태양광 타일이 설치돼 공연장이 준비되면 바로 배터리 충전을 시작합니다. 배터리 충전에는 태양광만 사용되지 않는데요.

팬들의 뜨거운 열기도 콜드플레이에겐 ‘에너지’입니다. 경기장 안팎으로 설치되는 키네틱 플로어는 콘서트에서 뜀뛰는 팬들의 운동 에너지를 전력으로 바꾸는데요. 팬들은 자전거 페달을 돌려 전력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에너지는 이동식 쇼 배터리에 충전되는데, BMW와 협력해 재활용 가능한 배터리를 사용해 개발했다고.

화석연료를 피하기 위한 콜드플레이의 진심은 여기서 끝이 아닌데요. 6년 연속 전기의 98%를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코스타리카를 첫 투어지로 선정하면서, 어느 국가를 가든 100%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콜드플레이 공연 모습 Coldplay 페이스북 갈무리

2️⃣ 지속가능한 무대 💃

콜드플레이는 공연 무대에서도 지속가능성을 꼼꼼하게 챙겼습니다. 공연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일회용 플라스틱 야광봉 대신 식물 기반 재료로 만든 LED 팔찌를 제공합니다. LED 팔찌는 100% 퇴비화가 가능한 재료로 만들어질 뿐만 아니라 매 공연이 끝나면 팔찌는 회수돼 소독과 충전을 거쳐 이후 투어에 사용된다고. 이를 통해 팔찌 생산량을 80%까지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특수 효과로 사용되는 색종이 조각도 100% 생분해가 가능한 재질로 만들어집니다. 특수 효과를 위해 사용되는 중간재에도 생분해성 또는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사용해 전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놓치지 않았죠.

무대 자체도 지속가능한 재료로 만들어지는데요. 탄소배출이 적은 대나무와 재활용된 강철을 포함해 투어가 끝나고 재활용될 수 있는 재료로 만든다고 합니다. 무대에 설치되는 조명도 빠질 수 없겠죠? 저에너지 LED 스크린 등 초고효율 장비로 전력 소비 자체를 줄이려 노력했다고.

 

3️⃣ 지속가능한 여행 ✈️

이동은 탄소 배출에서 주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콜드플레이는 비행을 최소화하겠지만 일부분의 항공 이동과 전세기 이용은 불가피하다고 인정합니다. 대신 모든 항공편에 대해 지속가능한 항공유(SAF)를 사용하거나 사용하기 위한 추가 요금을 지불하겠다 밝혔는데요. SAF는 재생 가능한 폐기물로 만들어지며 일반 항공 연료와 비교해 탄소 배출량을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한편, 콜드플레이는 지상에서의 화물 운송과 이동은 전기 자동차나 바이오 연료를 사용하겠다 약속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수소 처리가 된 식물성 기름인 HVO(Hydro-treated Vegetable Oil)연료를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HVO연료는 레스토랑에서 버려지는 폐식용유를 재활용해 수소를 촉매로 더해서 만든 지속가능한 바이오 연료라고.

 

👉 콜드플레이가 지속가능한 비행을 위해 선택한 SAF,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조된 다양한 색상의 카세트 테이프 Coldplay

4️⃣ 관객과 함께하는 지속가능성 🎶

콜드플레이는 지속가능한 공연을 완성하는 건 바로 팬들의 노력이란 걸 잘 알고 있나 봅니다. 콜드플레이는 을 개발해 공연에 참석하는 팬들이 저탄소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장려할 계획인데요. 팬은 앱을 통해 저탄소 여행을 약속하면 행사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코드를 제공받습니다. 또한 콜드플레이의 약속에 따르면, 팬들이 티켓을 구매할 때마다 한 장당 최소 한 그루의 나무가 심어질 겁니다.

이외에도 모든 공연장에서 무료 식수와 재사용 가능한 알루미늄 컵이 제공되는데요. 팬들이 사용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물병을 줄여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팬들이 구매하는 모든 상품과 포장에서도 재활용 종이나 퇴비화가 가능한 봉투로 대체해 플라스틱 포장을 줄일 예정이라고.

 

5️⃣ “지속가능한” 지속가능 공연 🎙️

콜드플레이의 노력이 정말로 탄소배출을 50%나 줄일 수 있을까요? 마케팅으로만 친환경을 약속하는 기업들이 많은 만큼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에 대한 의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요. 콜드플레이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도 상쇄되지 않는 탄소발자국이 있단 점을 인정합니다. 대신 공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재조림·토양 복원·해양 보호 등의 ‘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죠.

콜드플레이는 공연을 오간 팬들의 탄소발자국도 계산할 예정인데요. 팬들이 이용한 앱 사용 기록을 통해서입니다. 이 모든 기록은 임페리얼 칼리지런던대 그랜섬연구소의 기후변화 전문가와 협력해 연구돼 발표할 예정이라고. 사실 50% 감축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2019년에 콜드플레이가 이전 투어의 탄소 배출량을 분석했기 때문에 가능했단 점에서, 이들의 진심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콜드플레이는 공연이 끝나고 총 탄소발자국이 계산되면 야생 및 보존과 같은 자연 기반 솔루션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속가능한 콘서트 투어를 위한 플랫폼인 ‘그린 네이션(Green Nation)’에도 특별 아티스트 어드바이저로 참여할 예정인데요.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공연이 업계 전반에 확장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 방방콘 더 라이브The Live 빅히트엔터테인먼트제공

탄소 배출 걱정 없는 콘서트, 우리나라엔 없을까? 🤔

콜드플레이의 탄소 50% 감축 콘서트처럼, 탄소 배출 걱정 없이 볼 수 있는 콘서트가 우리나라에는 없을까요? 앨범이나 굿즈에 친환경 포장을 도입하거나 가수가 기후 문제 홍보대사로 나서는 경우는 있지만 아직 ‘콘서트’ 분야에서는 제로웨이스트나 탄소 배출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오히려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처럼 팬들이 나서서 기획사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죠.

어쩌면 탄소중립 콘서트에 대한 힌트는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주목한 건 작년 6월 인천에서 열렸던 방탄소년단(BTS)의 온라인 유료 라이브 콘서트 ‘방방콘 더 라이브(The Live)’인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팬들을 직접 만날 수 없다 보니 기획된 비대면 콘서트인데요. 콘서트에 참여한 관객은 동시접속자 기준 75만 명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팬들은 각자의 방에서 콘서트를 시청할 수 있었습니다. 함성 대신 댓글로, 응원봉을 흔드는 대신 ‘아미밤’ 버튼을 눌러서 멤버들을 응원할 수 있었죠. 코로나19 이전 방탄소년단이 월드 투어에서 세운 기록은 20개 도시, 42회 공연, 104만 명의 관객과 비교하면 얼마나 많은 탄소 배출이 절감됐을지, 여러분은 상상이 되시나요?

 

© 방방콘 더 라이브The Live 실황 화면 캡쳐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물론 비대면 온라인 공연이 오프라인 공연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겁니다. 온라인 공연에서도 가수와 팬의 이동에 드는 탄소배출은 없지만 수많은 팬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되기 위해 사용되는 전력과 자원을 계산하면 크게 차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드코로나 시행 이후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지는 오프라인 콘서트 일정을 보면서, 탄소 배출에 대한 경각심이 보이지 않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모습에 걱정도 되는데요. 앞으로 우리나라 엔터테인트 업계에서도 지속가능한 공연을 위해 다양한 선택지를 실험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검증해서 ‘탄소중립 콘서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