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이상기후가 빈번해지고 화석연료의 문제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재생에너지가 각광 받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는 태양광 패널을 쉽게 볼 수 있는데요. 태양광 패널을 보면서 뜨거운 사막에 설치하면 딱 좋겠단 생각을 한 사람은 저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드넓은 사막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면 어떨까요? 당연할 것 같은 이 아이디어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 콘텐츠에서는 사막에서 태양광 발전이 힘든 이유와 함께 그럼에도 역경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준비해 봤습니다.

 

사막에 풍부한 태양 에너지, 그동안 못 썼던 이유 🏜️

사막에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지 못한 이유를 알기 위해선 먼저 태양광 발전의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도심이나 시골에서 흔히 보는 태양광 발전은 검은색 패널을 활용한 ‘태양광(光) 발전’입니다. 태양광 발전은 태양의 빛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광전효과를 이용하죠.

이 효과는 1893년 프랑스 물리학자인 에드몽 베크렐이 처음 발견했습니다. 반도체 패널에 빛을 쪼이면, 전자가 방출돼 전자 간의 위치가 이동하는데요. 전자가 양극으로 이동하면서 전류를 생성하는 것인데요.

 

©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 일대 건설된 아이밴파 발전소 BrightSourceEnergy 제공

문제는 태양광 패널이 모든 햇빛을 흡수할 수 없단 겁니다. 태양광 패널이 햇빛을 전기로 변환하는 광변환효율은 20% 초반에 불과하죠. 물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광변환효율은 늘어나고 있는데요. 오히려 사막의 경우 기온이 높은 탓에 오는 광변환효율이 떨어진단 사실.

사막의 높은 기온과 강렬한 햇빛에 태양광 패널이 데워질수록 열에너지에 의해 패널 속 전자의 활동성이 높아집니다. 즉, 새로운 빛 에너지가 와도 덜 반응한단 뜻인데요. 이 때문에 전위차가 줄어들면서 태양광 패널이 생성하는 전압이 줄어들고 발전 효율도 떨어지죠. 또 높은 기온은 회로의 전기 저항을 증가시켜 에너지의 출력 손실이 발생하죠.

더불어 사막에서 생성한 전기를 어떻게 옮길 것인가란 문제가 남아 있는데요. 주 전력 수요청인 공장과 도시, 마을 모두 사막에서 멀리 떨어져 있죠. 이런 이유들 때문에 그간 사막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 아이디어는 그림의 떡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 중동북아프리카에서 만든 전기를 유럽 전역으로 연결하는 데저텍 프로젝트 DESERTEC 제공

‘태양열’ 에너지의 재발견! 사막이랑 딱 맞아! 🌞

사막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기엔 장애물이 많은 상황.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단연 데저텍 재단(DESERTEC Foundation)일 것입니다. 이곳은 풍력·태양열 등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에서 전력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2009년에 설립됐는데요. 특히, 재단은 태양열이 풍부한 사막에 집중했죠.

2009년 데저텍은 메나(MENA, 중동·북아프리카) 사막 지역의 풍부한 풍력·태양열을 활용해 유럽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한단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당시 수많은 기업과 조직이 해당 프로젝트에 영감을 받았는데요.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12개 기업이 참여한 기업 컨소시엄인 DII(Desert Industrial Initiative)이 창립하게 됩니다.

 

© greenium

이들은 태양에너지 중 ‘태양열’에 주목했는데요. 이름은 비슷하지만, 태양광과 태양열의 발전 방식은 아주 다릅니다. 태양광은 빛에너지로 바로 전력을 만들지만, 태양열은 열을 모아서 물을 데우는데 사용하죠. 거울로 태양열을 모아 물을 끓이고, 이때 발생하는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생산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물을 끓이면서 열 손실이 발생해 발전 효율이 낮죠. 또 높은 열을 모아야 하기에 모로코,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 선 벨트 국가(Sunbelt countries)에 적합하다는 제한도 있죠. 우리 주변에 태양광 패널이 흔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재단은 태양광이 아닌 태양열 발전으로 눈을 돌립니다. 사막의 ‘높은 기온’은 태양광 패널의 발전 효율을 떨어뜨리나, 태양열 발전에서는 물을 데워 터빈을 돌릴 충분한 에너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 Dii 제공

데저텍 프로젝트의 새로운 돌파구 ‘그린수소’ ⚛️

획기적인 아이디어에도 데저텍 프로젝트는 두 번이나 실패했습니다. 두 번 모두 운송과 비용 문제 때문었죠. Dii는 사막에서 생산한 전력을 해저케이블을 통해 유럽으로 보낼 계획이었습니다. 당시 재단은 프로젝트를 통해 유럽 전력의 15%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 및 금융기관의 투자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높은 생산 비용 탓에 충분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했죠.

여기에 2011년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가 인접국으로 빠르게 확산하며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정세가 불안정해진 것도 한몫했는데요. 결국 20개 참여기업 중 17개 기업이 Dii를 탈퇴함에 따라 2014년 프로젝트는 실패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Dii는 ‘데저텍 3.0’을 발표하며 프로젝트 부활을 알립니다. 그간 기술 개발로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떨어진 것과 함께 새로 떠오른 ‘그린수소’ 덕분인데요. 그린수소는 물을 재생에너지로 전기 분해해 얻은 수소로 온실가스 없이 물만 배출한단 점에서 친환경연료로 각광받고 있죠. 재단은 태양열로 생산한 전력을 수소로 변환 후 액화시키면, 보관과 운송이 편리해진단 점을 주목했습니다. 이는 기존 프로젝트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단 것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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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or solar power in Morocco ECOHZ 홈페이지 갈무리

산유국, 기후 악당의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

물론 데저텍의 프로젝트는 아직 개선할 할 점이 많습니다. 태양열로 발전한 전기를 수소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도 상당하고, 무엇보다 그린수소 생산비용 자체도 아직 높은 편이죠. 또 아프리카 대륙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유럽 등 선진국으로 수출된단 점에서 녹색 전환이란 이름 뒤에 숨겨진 신식민주의가 아니냔 지적도 있습니다.

여러 비판에도 데저텍 프로젝트는 불모지로만 여겨진 사막을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기회의 땅으로 바꿀 수 있단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메나(MENA) 지역의 사막 국가 상당수는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성공해왔죠.

2016년 국제환경단체인 기후행동추적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세계 4대 기후 악당 중 하나로 꼽기도 했는데요. 데저텍 프로젝트가 산유국들이 기후 악당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지,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