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1인당 연간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1위 수준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또 개인위생 차원에서 일회용품 사용이 권장되고 있죠. 이에 지난해 5월 환경부는 배달업계에 플라스틱 용기 배출 감축을 요청하며 ‘포장 배달 플라스틱 사용량 감축을 위한 자발적 협약식’도 열었는데요.

일부 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다회용기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일회용품을 다회용기로 전환하는 것만으로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건강을 위협하는 플라스틱 다회용기 🏥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기와 달리 여러 번 쓸 수 있는 다회용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다회용기 대부분은 고강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집니다. 여러 번 사용해도 좋을 만큼 탄탄하고 안전하다고 알려졌으나, 사실 플라스틱 용기는 석유 부산물과 화합물로 만들어지는 소재 특성상 ‘재사용’에 그닥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왜냐면 다회용기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환경호르몬과 미세플라스틱이 내용물에 들어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비스페놀A(BPA)’이란 화학 물질은 강하고 탄성 있는 플라스틱을 위해 식품 용기에 사용되는데요. 인체 내분비 교란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환경호르몬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플라스틱병이나 다회용기, 유아용 젖병, 영수증과 같은 인쇄용지 등에도 사용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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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BPA 수치가 높은 사람은 고혈압 위험이 27~13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마찬가지로 BPA 수치가 높을수록 심장병 위험이 18~68%, 제2형 당뇨병 위험도 21~50%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죠.

이밖에도 BPA가 성조숙증, 유방암, 뇌세포 손상, 과잉행동장애(ADHD)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연구 결과가 잇달아 발표됐는데요. 이에 시장에서는 BPA를 포함하지 않은 ‘BPA 프리(Free)’ 제품을 출시하게 됩니다. 사실 이는 시장에서 고안해낸 편법으로, BPA 대신 다른 플라스틱 화학물질 중 하나인 비스페놀S(BPS)를 사용한 것인데요.

BPS는 BPA보다 열 안전성이 우수하나, 인체 내분비계를 교란할 수 있단 특성을 가지고 있어 건강에 해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뉴욕 마운트 시나이 의과대학의 세나 스완 환경의학과 공중보건 교수는 “BPA 프리로 표시된 제품은 BPA가 없어도 비스페놀S나 F가 있을 수 있다”며 “잠재적으로 이런 방식으로 소비자를 속이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죠.

또한, 스위스 비영리단체 ‘식품 포장 포럼(PFP)’은 식품 포장에 있어 플라스틱 재활용과 재사용 모두 주의를 당부했는데요. 플라스틱 내 화학 물질 및 위생 문제 등을 고려해 일부만 재활용·재사용 될 수 있다고 했죠. 플라스틱 다회용기도 ‘플라스틱’인만큼 미세플라스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는데요. 다회용기가 일회용품 사용 감축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중요하나, 안정성 검증도 분명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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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기는 정말 ‘친환경’일까? 🤔

플라스틱 폐기물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폐기물을 줄이고자 플라스틱 다회용기 사용도 증가하고 있죠. 모순적이게도 ‘친환경’을 위해 단단한 플라스틱이 더 자주, 더 많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다회용기가 일회용품보다 정말 친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기후변화연구센터 교수진은 식품 포장 용기 사용에 있어 보다 친환경적인 선택을 위해 용기를 얼마나 재사용해야 하는지 연구했는데요. 스티로폼, 알루미늄, 플라스틱 다회용기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력 사용량이 적고 원료 사용량도 7.8g에 불과해 가장 에너지가 적게 쓰이는 용기는 ‘스티로폼’이었습니다. 플라스틱 다회용기가 스티로폼 용기 한 개만큼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16~208회 넘게 재사용해야 했죠. 여기에 다회용기 생산 시 발생하는 전력 소비와 매번 세척해야 하는 환경적 부담을 고려했을 때, 다회용기가 일회용품 사용 영향을 상쇄할 만큼 친환경이라 말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비슷한 연구로는 재사용컵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캐나다 환경보호단체 CIRAIG의 보고서가 있습니다. 해당 단체는 보고서를 통해 도자기 컵의 경우 210회 이상, 스테인리스 텀블러 220회 이상, 플라스틱 텀블러 50회 이상 사용해야 의미 있다고 했죠. 다만, 소비되는 에너지와 물소비량을 고려했을 때, 어떤 소재의 다회용기도 일회용컵보다 낫다고 결론지을 수 없었습니다. 더불어 텀블러의 경우 폐기 과정에서 재활용이 어려울 수 있는데요. 금속 성분은 녹여 재활용할 수 있지만, 플라스틱 부분과 결합한 구조라면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스타벅스가 진행한 리유저블 컵 데이 스타벅스 제공

얼마전 스타벅스는 설립 50주년을 기념해 음료를 주문하면 다회용컵을 무료로 주는 ‘리유저블 컵 데이’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사람들은 공짜 컵을 받기 위해 몰려들었는데요. 전국 모든 스타벅스 매장이 인산인해를 이뤘죠. 스타벅스 측은 행사를 통해 고객들에게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하나, 환경단체들은 오히려 이번 이벤트로 인해 새로운 플라스틱 폐기물이 양산됐다고 지적합니다. 더욱이 스타벅스가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이유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지역에서는 개인 텀블러에 음료 제공을 금지해 왔단 소식이 전해지며 비난이 거세게 일었는데요. 일각에서는 이번 행사를 놓고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마케팅이라 비꼬았죠.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서 다회용품을 장려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다회용품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와 물소비량, 탄소배출량 그리고 재사용에 따른 안전성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하죠. 이에 소비자와 기업, 정부 모두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이 무엇인지 제대로 고민해 봐야 한단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지속가능한 포장 용기를 꿈꾸다 🥗

그렇다면 식품 포장의 미래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최근 일회용 플라스틱의 대체재로 떠오른 생분해 바이오플라스틱을 살펴보자면, 아직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법제화돼 있지 않기에 제작 원료가 각양각색인데요. 옥수수나 사탕수수를 활용한 PHA, PLA와 석유 기반의 PBAT, PCK가 있습니다. 이들 모두 ‘친환경 플라스틱’이라 불리고 있죠. 각각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치며, 일반 플라스틱 대비 어떤 이점이 있을지에 대한 부분은 지켜봐야 합니다. 바이오플라스틱 폐기에 대한 논의는 아직 시작 단계입니다. 겉보기엔 일반 플라스틱과 다를 바 없고, 분리배출에 성공한다 한들 퇴비화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흐름에 우리 정부는 2022년부터 재활용이 가능한 바이오PP 등의 분리배출 표시를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죠.

 

© 일본 마루베니 회사가 만든 순환형 식기 edish 마루베니 홈페이지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에디쉬(Edish)’란 식기가 대안으로 제시됐습니다. 에디쉬는 과일 껍질 혹은 사용된 찻잎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일회용 식기인데요. 이 식기는 먹다 남은 음식과 함께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면, 퇴비화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는 호텔, 음식점, 카페 등에서 시범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요. 폐기물 발생, 이산화탄소 배출, 천연자원 소비 모두 줄여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분명 다회용기가 널리 보급된다면 일회용품 사용 감축 효과를 가져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선순환 관점에서 보면 다회용기 역시 제조와 폐기 과정에 어려움이 따르기에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지요. 어쩌면 일회용품 대체재를 상용화시키는 것보다 또 다른 대안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