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조치였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국내외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입국 시 자가격리 의무가 완화되고 유전자증폭검사(PCR)와 함께 신속항원검사가 병행되면서 해외여행 문턱이 낮아졌는데요. 해외여행객 수요가 폭증하며 해외항공권 가격도 연일 고공 행진하고 있죠.

코로나19로 위축됐던 항공업계가 되살아나면서 덩달아 우려되는 점도 있습니다. 바로 항공기의 탄소 배출 문제입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이었던 2019년 세계 항공기 이용객 수는 45억 명이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2% 정도의 이산화탄소(CO2)가 배출됐죠.

다행히도, 지난해 IATA의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상당수 항공사들이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 노력 중인데요. 이번 시간에는 최근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 구매에 나선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의 야심 찬 도전을 소개합니다.

 

© NESTE 제공

유나이티드 항공, SAF 2억 리터 구매 계약 체결! ✈️

유나이티드 항공(UAL)이 역대 항공사 최대 규모로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 구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지난 5월 11일, UAL은 핀란드의 SAF 생산기업 네스테(NESTE)로부터 3년간 최대 5,250만 갤런(약 2억 리터)가량의 SAF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는데요. UAL은 우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히폴 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에 SAF를 사용할 예정입니다.

UAL이 제공받을 SAF는 동물성 지방과 폐식용유로 만들어집니다. 핀란드 석유기업이기도 한 네스테는 자사의 SAF가 기존 연료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GHG)을 최대 80%까지 감소시킨다고 밝혔는데요. 최근 세계적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지속가능한 월드투어에서 네스테의 SAF와 재생가능한 디젤이 사용됐죠.

다만, UAL은 자사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는 아직 충분치 않다고 인정했는데요. UAL은 SAF 사용을 늘리기 위해선 공급 문제와 비용, 규제 등을 포함한 항공업계 전반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SAF는 기존 항공연료보다 4~5배 비싼데요. UAL의 지속가능성 책임자(CSO)인 로렌 라일리는 SAF의 공급을 늘리고 비용을 낮추기 위해선 보조금 지급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이 꼭 통과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UAL은 2021년 12월 1일 세계 최초로 100 SAF를 사용한 상업 여객기 시범 비행에 성공했다 United Airlines Twitter

세계 최초 100% SAF 비행의 배경, “상쇄 말고 제거해야” 👨‍🔧

사실 UAL은 이전부터 항공 부문의 탄소중립을 위해 선도적으로 노력해왔습니다. 지난해 12월 UAL은 세계 최초로 100% SAF를 사용한 상업 여객기 운항에도 성공했는데요. 당시 115명의 승객을 태우고 미국 시카고에서 워싱턴DC까지 비행을 무사히 마쳤죠.

UAL에 따르면, 시카고에서 워싱턴DC까지 약 984km를 비행하는 동안 SAF를 사용한 엔진이 기존 연료를 사용한 엔진보다 75% 더 적은 CO2를 배출했죠.

그러나 현재 여객기는 항공연료 중 50%를 초과해 SAF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항공분야 산업표준화기구(ASTM)가 안전상의 이유로 SAF 50%를 상한선으로 제한했기 때문인데요. UAL은 상업용 비행기에서 사용하는 기존 연료와 SAF가 운영상 차이가 전혀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시범 비행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United Airlines 기업 책임 보고서

UAL은 2020년에는 2050년까지 100% 친환경을 약속했는데요. 스콧 커비 UAL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탄소 상쇄(Carbon Offset)가 “비행으로 인한 배출을 해결하는데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밝혀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UAL이 지적한 탄소 상쇄는 상당수 항공사들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도입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항공사들은 아마존 열대우림 등 삼림 보호를 통해 탄소를 상쇄시키는 방식을 취하는데요.

커비 CEO는 산림 보존 등 기존 항공업계가 선택한 상쇄 프로그램으로는 항공 분야가 배출하는 막대한 규모의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지적하죠. 그 대신 직접적으로 항공 분야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SAF와 함께 직접공기포집(DAC) 플랜트에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번에 진행한 SAF 대량 구매 계약으로 UAL은 2050 탄소중립에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란 평을 받고 있습니다.

 

© ICAO의 장기적 도전 목표Long term Aspirational Goal ICAO 제공

지속가능한 항공여행을 위해, 좀 더 노력해줘! 🛬

UAL 뿐만 아니라 세계 주요 항공사 및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 항공 산업 전반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ICAO는 2019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초과 배출에 대해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를 도입했고, IATA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죠.

세계 최대 항공업체인 보잉도 최근 2030년까지 100% SAF로 운항할 수 있는 항공기를 각 항공사에 인도할 계획임을 밝혔는데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의 시범 운영 단계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9개 항공사가 매년 검증기관으로부터 국제선 운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검증받게 됩니다. 또한, 2026년까지는 자발적 참여기간이지만 2027년부터는 의무이행단계가 적용될 예정인데요.

2050 탄소중립을 위해 항공 산업이 줄여야 하는 탄소배출량은 1.8Gt(기가톤)에 달하는 상황. 특히나 코로나19가 소강 되며 폭증할 ‘보복 여행’을 앞두고 지속가능한 항공을 위해 국내외 항공사들이 야심 찬 노력에 앞장서주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