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방불케 하는 ‘패션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6월 24일(현지시각)부터 3일간 샌프란시스코 엠바르카데로 광장에서는 패션 브랜드 쉬인(Shein)의 팝업스토어가 열렸는데요. 미 중고패션 거래 플랫폼인 스레드업(ThredUP)은 자사 고객들에게 쉬인의 팝업스토어를 공개적으로 보이콧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

한발 더 나아가 스레드업은 쉬인의 샌프란시스코 팝업스토어에 대항해 ‘SKIP #SHEINSANFRAN’이란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열었는데요. 캠페인 명에서부터 노골적으로 쉬인의 샌프란시스코 팝업스토어를 피하란 뜻이 담겨있었습니다.

스레드업이 쉬인을 공개적으로 저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이번 캠페인으로 스레드업은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이 샌프란시스코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자 스레드업은 소비자들에게 쉬인을 보이콧하라는 내용의 온오프라인 캠페인 진행했다 ThredUP 인스타그램 캡처

스레드업 “쉬인 팝업스토어 보이콧하면 40% 할인해줄게!” 💸

지난달 24일 스레드업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쉬인을 “최악의 범죄자 중 하나(one of the worst offenders)”로 지목했습니다. 스레드업은 이어 쉬인이 “끝없이 소비를 장려하고 일회용 의류폐기물을 만든다”고 비난했는데요.

스레드업의 캠페인은 소셜미디어(SNS) 메시지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스레드업은 오프라인 팝업스토어가 열린 샌프란시스코 일대 소비자에게 푸시 알림과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스마트폰에 스레드업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소비자들에게는 쉬인 팝업스토어에서 쇼핑을 하지 않겠단 서약을 요청하는 알림이 갔는데요.

서약에 동의한 소비자들에게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스레드업 서비스에 대한 할인 코드가 제공됐습니다. 할인코드의 명칭은 ‘SheOut’인데요. 이 코드를 입력하면 무려 40%를 할인받을 수 있죠.

스레드업의 통합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에린 월래스는 스레드업이 타회사를 직접적으로 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는 이러한 공격적인 메시지가 “우리가 쉬인이 정말로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설명했습니다.

 

© ThredUP 제공

“우리에게 쉬인을 사지 말라면서 당신들은 왜 쉬인을 팔고 있나요?” 🤔

꼭 스레드업이 아니더라도 패션 산업에서 타브랜드를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더욱이 스레드업의 공격은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상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데요.

중고 의류를 재판매하는 스레드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쉬인 같은 패스트패션(Fast fashion) 브랜드와 ‘공생관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스레드업으로서는 쉬인이 더 빨리 더 많은 옷을 판매할수록 스레드업도 더 많은 중고 옷을 판매할 수 있단 것인데요.

실제로 스레드업이 판매하는 중고의류에는 쉬인의 제품이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스레드업 홈페이지에 쉬인을 검색하면 6,000개 이상의 쉬인 제품을 찾을 수 있는데요. 심지어 홈페이지는 쉬인 제품을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브랜드 카테고리에 쉬인을 따로 추가해놓았습니다.

 

© 스레드업 홈페이지에서는 쉬인 카테고리를 제공한다 6000여 개의 쉬인 제품을 찾을 수 있다 ThredUP 홈페이지 캡처

그럼에도 스레드업이 쉬인을 저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비자들도 스레드업에 비슷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쉬인 보이콧을 요청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한 사용자는 “(쉬인이) 나쁜 회사라면 왜 그들의 물건을 재판매하고 있나요?”라고 물었는데요.

스레드업은 대댓글을 통해 ‘좋은 질문’이라면서 이렇게 답했습니다. 스레드업은 “우리의 임무는 옷이 매립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이 사명을 추구하기 위해 스레드업은 품질 및 재고 표준에 충족하는 경우 쉬인의 제품을 재판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이미 판매된 쉬인 제품들이 매립되지 않기 위해 쉬인을 재판매하고 있으나 더 이상의 ‘쓰레기통행’ 옷 판매를 막기 위해 이 같은 공격적인 캠페인에 나선 것!

 

+ 쉬인vs스레드업, 숙명적 라이벌인 이유는..! 🔥

스레드업이 쉬인에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이유, 단순히 경쟁업체여서는 아닙니다. 쉬인은 매우 저렴한 가격과 SNS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미국 10대 청소년들을 사로잡았는데요. 이는 저렴한 원단, 빠르고 값싼 노동력의 중국 공장, 빅데이터를 통한 트렌드 분석 덕분에 가능했죠.

그런데 스레드업은 이런 쉬인과는 정반대를 자처합니다. 스레드업은 생산-사용-폐기의 패션 문화에 대항해 ‘지속가능한 패션’을 모토로 내세웁니다. 중고 패션에 주목한 이유도 옷의 더 오래 입고, 재사용과 재활용을 돕는 것이 패션산업의 자원낭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지속 불가능한 의류 생산 관행과 과대 소비를 막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해온 스레드업이 대량생산에 앞장서온 쉬인을 저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 겁니다.

 

👉 초고속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이 어떻게 아마존을 제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 ThredUP 제공

스레드업의 쉬인 보이콧, 진정성인가 노이즈 마케팅일까? 📢

한편, 스레드업의 쉬인 보이콧 캠페인을 놓고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소매업 전문 미디어 리테일 와이어(Retail Wire)에는 소매업 컨설턴트부터 여론조사 전문가, 금융경제학 교수 등 내로라하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여러 의견을 내놓았는데요.

긍정적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은 이번 캠페인을 지속가능성을 향한 스레드업의 열정으로 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회사 측이 MZ세대(1981년~2010년에 출생한 세대)의 특성을 잘 이해한 행동이란 해석도 있는데요. 자신과 관련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MZ세대의 경향을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와 잘 연결했단 의견입니다.

반대로 부정적 입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경쟁자에 대한 공격은 보복적인 행동이며 되려 역효과를 낳을 것이란 의견인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소비자 상당수가 스레드업 서약에 서명해 40% 할인 쿠폰은 받고, 뒤에서는 쉬인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상대 후보를 헐뜯는 전략은 선거 캠페인에 나올 법하다고 캠페인을 지적하는데요. 스레드업이 자사의 장점을 부각하고, 교육을 통해 소비자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단 지적은 귀담아들을 법 합니다.

결국 소비 행동을 바꾸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인데요.

 

© 틱톡에 업로드된 쉬인하울sheinhaul 해시태그가 달린 영상들 총 조회수는 7월 6일 기준 59억뷰에 달한다 Tiktok 홈페이지 캡처

‘다윗’ 스레드업은 ‘골리앗’ 쉬인을 쓰러뜨릴 수 있을까? 👊

스레드업의 이번 캠페인에 대해 쉬인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스레드업이 선공을 날린 이번 전쟁에서, 누가 승리했는지는 스레드업과 쉬인만이 알 수 있을 겁니다.

시장 가치가 1,000억 달러(한화 약 130조 원)로 평가받은 쉬인에 비해 스레드업은 13억 달러(한화 약1조 7,000억 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는데요. 자신보다 77배나 큰 회사를 공격한 건데 타격이 있긴 했을지 의문이 들 수 있죠.

하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격차가 계속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패션업계에도 지속가능성의 필요성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쉬인이 미국 제일의 초고속 패스트패션 브랜드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밑바탕 틱톡(Tiktok)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볼 만 한데요.

최근 틱톡에서는 절약(Thrift)과 틱톡(Tiktok)을 더한 신조어 #ThriftTok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해당 해시태그가 달린 영상의 조회수는 13억에 달합니다. 뿐만 아니라, #Thrift, #Thriting 등 절약에 대한 해시태그 또한 62억, 44억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틱톡 주 이용자인 MZ세대를 중심으로 절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영상들이 절약 팁을 공유하는 등 단순한 영상만이 아니란 것. MZ세대는 일정 금액 이하로 가장 멋진 옷을 찾기, 30분 이내에 최고의 옷을 찾기 등 다양한 미션을 두고 경쟁하면서 절약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아내고 있는데요.

MZ세대가 쉽게 사는 재미에서 절약의 재미로 눈을 돌리는 지금. 앞으로도 계속될 틱톡과 스레드업의 전쟁에서 승리자는 누가 될지, 그리니엄에서도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