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Vintage)는 원래 ‘와인의 원료가 되는 포도를 수확하고 와인을 만든 해’를 뜻합니다. 오늘날에는 일반적으로 오래돼도 가치있는 것을 일컫는 말로 쓰이는데요. 단순히 오래됐단 이유만으로 빈티지 제품이 될 순 없습니다.

빈티지란 명칭이 붙기 위해선 만든 지 20년이 넘으면서 100년 이내 제작된 제품이어야 합니다. 만든 시기 또한 정확히 명시돼야 합니다. 제작된 지 100년이 넘은 제품은 앤티크(Antique), 즉 골동품으로 분류되는데요.

손때가 묻고, 곳곳에 흠집이 난 빈티지 가구.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꾸준히 가치가 재조명되고 수집 대상이 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빈티지 가구 열풍까지 겹쳐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입니다.

소비자가 제아무리 빈티지 가구를 원하다고 해도 구매하기 쉽지 않은데요. 지역·스타일에 따라 파편화된 가구시장 특성상, 마지못해 빠르고 대량으로 찍어내는 중저가 가구 패스트 퍼니처(Fast Furniture)를 택하는 이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좀 더 쉽고, 빠르게 빈티지 가구를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면 어떨까요?

 

© 영국 스타트업 빈테리어는 빈티지 및 앤티크 가구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 중이다 Vinterior 제공

차라리 내가 빈티지 가구 온라인 쇼핑몰 만드는 게, 더 빠를 것 같아 🪑

2015년 영국 런던에 설립된 빈테리어(Vinterior). 이 스타트업은 가구시장에 숨겨진 빈티지·앤티크 가구를 발굴해 온라인 쇼핑몰에 판매하는 곳인데요. 뿐만 아니라, 디자인에 민감한 소비자와 무역가를 직접 연결해주는 커뮤니티도 운영 중입니다.

현재 빈테리어에서 구매할 수 있는 빈티지 가구 수는 3만여개가 넘는데요. 빈티지 가구 딜러 1,800명이 유럽 전역을 돌며 숨겨진 가구들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빈테리어는 왜 하필 빈티지 가구에 주목한 것일까요? 빈테리어의 공동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산드린 장 페롱의 창업 스토리를 들으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데요.

산드린 장 페롱은 원래 영국 유명 은행에서 투자가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2013년 그가 빅토리아풍 주택으로 이사했을 당시 이케아(IKEA)의 북유럽풍 가구가 집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단 사실을 깨달았는데요. 이에 장 페롱은 주말마다 영국 곳곳의 빈티지·앤티크 매장을 돌아다니며 가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 빈테리어의 공동 설립자인 산드린 장 페롱왼과 레슬리 푸르니에오 Vinterior 제공

또 그는 아마존이나 이베이(eBay)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가구를 샅샅이 뒤졌는데요. 한 달이 지나도 저렴한 가격의 마음에 드는 가구를 찾지 못했죠. 당시 장 페롱은 “가구 소매점에서 제공되는 모든 빈티지 가구를 검색할 수 있는 온라인 매장을 갖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겠다”라고 생각했다는데요.

더 간단한 방법이 있을 것이란 결론에 도달한 장 페롱은 6주 후, 은행을 그만두고 빈테리어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장 페롱은 얼마뒤 같은 고민에 빠져있던 레슬리 푸르니에를 만나는데요.

두 사람은 유럽연합(EU) 내 가구시장 및 제품 이니셔티브, 중고 가구시장 현황을 분석하고, 소비자들을 일일이 만나 가구 구매 시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인터뷰했습니다. 장 페롱은 소비자와의 인터뷰에서 빈테리어의 성공가능성을 확신했다는데요. 소비자 상당수가 가구 쇼핑을 위해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단 사실을 재확인한 두 사람은 빈테리어를 설립합니다.

 

© 산드린 장 페롱과 레슬리 푸르니에 빈테리어 공동 설립자가 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Luke Cartledge

빈테리어, 유럽 내 순환경제 촉진 중인 10대 스타트업에 선정돼 🇪🇺

다른 온라인 쇼핑몰과 마찬가지로 빈테리어는 사이트 내 상품에 대해 위시리스트와 장바구니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빈티지 가구 스타일 및 제품별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특징인데요. 2020년 빈테리어는 1억 7,000만 유로(한화 약 2,304억원) 이상의 제품을 판매했습니다.

또한, 빈테리어는 지난해 9월 영국 벤처캐피탈(VC) 기업인 액티브 파트너즈(Active Partners)가 주도한 시리즈A펀딩을 통해 930만 유로(한화 126억원)의 자금 조달에도 성공했는데요. 회사 측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더 많은 빈티지 가구를 발굴하고, 신규 시장으로 확장을 시도 중인 상황입니다.

산드린 장 페롱과 레슬리 푸르니에 빈테리어 공동 설립자는 지속가능한 삶을 원한다면 빈티지 가구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들은 빈티지 가구 속에 담긴 세월의 깊이와 지속가능성의 가치가 집이란 공간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빈티지 가구 등 중고 가구가 순환경제 사회 전환으로의 필수요소가 됐단 평입니다. 최근 스타트업 전문 매체 EU-스타트업(EU-Startups)은 유럽 내 순환경제를 촉진 중인 10대 스타트업에 빈테리어를 꼽기도 했습니다.

빈테리어를 투자를 진행한 액티브 파트너즈의 톰 프로푸모 투자자는 “순환경제 부상으로 소비자는 지속가능성을 점점 더 우선시하며 빈티지 가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빈테리어 같은 빈티지 가구 거래 플랫폼이 소비자 접근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평했습니다.

 

© 빈테리어에서 구매가능한 빈티지 가구로 꾸민 방들의 모습 Vinterior Facebook

빈티지 가구 구매·판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해! 🌏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의하면, 2017년 기준 미국에서 버려진 가구 폐기물은 약 1,200만 톤.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가구 폐기물은 집계조차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빈티지 가구 등 중고 가구를 재사용한단 것은 낭비를 부로 바꾸는 순환경제와 직접 연결되는 것인데요.

2013년 설립된 미국 빈티지 및 중고 가구 거래 기업인 체어리시(Chairish)의 앤 브로크웨이 CEO는 가구 재사용이 지속가능성의 미래라고 강조합니다. 최근 체어리시는 빈티지 가구 열풍에 맞춰 매출이 60% 이상 늘었는데요. 이에 대해 체어리시는 순환경제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브로크웨이 CEO는 “체어리시의 2021년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 밀레니얼 세대 응답자의 58%가 재판매 시장이 지속가능성의 미래에 큰 역할을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는 이어 “빈티지 가구 구매·판매는 잘 만들어진 제품의 수명을 연장하고, 지구에 더 친절하게 오랫동안 유통된다”고 밝혔습니다.

 

+ 우리나라에도 빈티지 가구 거래 플랫폼이 있을까? 🤔
아쉽게도 한국에는 빈테리어나 체어리시 같은 빈티지 가구 전문 플랫폼이 없는 상황인데요. 국내 소비자 상당수는 빈티지 가구 딜러나 해외 직구 등을 통해 제품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러 전시나 매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국내에도 빈티지 가구 열풍이 빠르게 확산 중인 만큼, 가까운 미래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플랫폼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