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산업 역사상 가장 큰 기후 프로젝트”

2020년 노르웨이 정부가 27억 달러(한화 3조 5,333억원) 규모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남긴 말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노르웨이어로 ‘Langskip’, 영어로는 ‘Longship(롱십)’인데요. 프로젝트명은 1,000년 전 유럽의 바이킹이 사용한 롱십이란 선박에서 따왔습니다.

당시 총리였던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전 총리는 롱십 프로젝트가 기후 문제 대응을 위한 이정표임을 강조했습니다. 솔베르그 전 총리는 “(롱십 프로젝트 덕분에) 탄소 배출은 줄고, 신기술 개발과 고용 창출은 촉진될 것”이라고 역설했는데요.

롱십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 바로 노던 라이트(Nothern Lights) 프로젝트입니다. 롱십 프로젝트의 운송 및 저장 구성요소를 분리한 하위 프로젝트인데요. 전체 프로젝트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노던 라이트 프로젝트는 시멘트 제조업체 등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깊이 1~2km 이상의 북해 해저에 영구 저장한단 계획입니다.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 기업 에퀴노르(Equinor)가 주도하고 로얄더치쉘(Shell), 토탈(Total) 같은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이 파트너십을 맺고 공동 투자한 상황. 이들은 2024년을 목표로 연간 800만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것이 목표인데요.

이들 기업은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프로젝트명에서 이름을 딴 합작 회사 노던 라이트를 설립했습니다. 노던 라이트는 올여름 북해 해저 대수층에 깊이 약 2.6km(8,500피트)의 유정을 뚫을 계획입니다. 본토에서 운반된 이산화탄소가 유정에 주입될 예정인데요.

오늘날 CCS 기술이 어디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니엄이 정리했습니다.

 

© 노르웨이 북해 인근 슬라이프너 유전의 모습 1996년 이 유전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 후 격리하는 슬라이프너 프로젝트가 성공했다 Exonmobil 홈페이지 캡처

CCS, 석유 채취 효율화에서 기후 문제 해결 위한 기술로 떠올라! 🛢️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층에 저장하는 기술, CCS.

CCS는 1970년대 정유 기업이 석유를 더 많이 채취하기 위해 만든 기술입니다. 당시 정유 회사들은 유정에 이산화탄소를 넣으면 석유 점성도가 떨어지고 부피가 커져 석유 채취에 효율적이란 점에 주목했습니다.

CCS가 기후 문제 해결의 실마리로 떠오른 것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6년 노르웨이는 북해 슬라이프너 유전에서 배출된 연간 1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해저에 저장하는 슬라이프너(Sleipner)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요. 해당 프로젝트가 성공하자 발전소, 철강, 시멘트 업계 등 산업계가 CCS 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비용 문제 때문에 CCS 플랜트가 상용화된 사례는 극히 드문 편이었죠.

 

© GCCSI는 지난해 기준 상업용으로 완전 가동 중인 CCS 프로젝트가 전 세계 27개라고 밝혔다 GCCSI 보고서 캡처

CCS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핀 것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영향이 컸습니다.

IPCC는 CCS를 “산업 및 에너지 공급원으로부터 이산화탄소를 분리, 저장 위치로 운송해 대기로부터 장기간 격리하는 공정”으로 정의했는데요. 지난 4월 IPCC는 제6차 평가보고서(AR6)를 통해 CCS를 기후 문제를 해결할 핵심 기술이라고 소개했습니다.

IPCC는 보고서를 통해 산업 부문의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선 CCS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이 때문에 주요국을 중심으로 CCS 기술 개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주로 유럽과 북미 지역이 CCS 기술 연구를 주도하는 상황인데요.

호주 국제 탄소포집·저장연구소(GCCSI)에 의하면, 지난해 기준 상업용으로 완전 가동 중인 전 세계 CCS 플랜트는 27개. 이들의 이산화탄소 총 처리용량은 약 3,600만 톤에 이르는데요. 현재 개발 중인 플랜트까지 합하면 그 수는 106개로 늘어납니다.

한편, 미국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Exonmobil)은 2050년 CCS 시장 규모가 4조 달러(한화 약 4,93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는 같은기간 6조 5,000달러(한화 약 8,022조원)로 예상되는 원유·천연가스 시장의 60% 수준입니다.

 

© CCS는 크게 ▲이산화탄소 포집 ▲운송 ▲저장 단계를 거친다 GEUS

CCS 포집, 수송, 저장 단계 중 포집 비용이 가장 비싸 💰

CCS는 크게 포집, 수송, 저장 3단계를 거칩니다. 이산화탄소 포집(Capture) 기술은 크게 ▲연소 전 포집, ▲연소 후 포집, ▲순산소 연소 포집 등 3가지로 분류됩니다.

  • 연소 전 포집 ☁️: 가스화 같은 공정을 통해 연료를 수소와 이산화탄소 혼합물로 변환시킨 후 이산화탄소만 따로 분리하는 기술.
  • 연소 후 포집 🏭: 발전소나 공장 등에서 나온 배기가스로부터 이산화탄소를 격리하는 것인데요. 흡수흡착제 혹은 분리막을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구분한다고. 공장 같은 기존 배출원에 가장 적용하기 쉬운 기술.
  • 순산소 연소 포집 💨: 화석연료 연소에 고순도 산소를 사용하는데요. 질소화합물은 제거하고, 연소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포집이 좀 더 쉽게 만드는 기술.

 

위 기술을 통해 고농도로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파이프라인이나 선박 등을 통해 저장소로 이동하는 수송(Transportation) 단계를 거치는데요.

이때 이산화탄소는 원활한 수송을 위해 액체도 기체도 아닌 초임계상태(Supercritical Fluid), 즉 기체와 액체 성질을 동시에 갖춘 상태로 수송됩니다.

마지막으로 수송된 이산화탄소는 육상 또는 해양의 깊은 암석층에 저장(Storage)되는데요. 위 단계 중에서도 포집 기술이 전체 비용의 70~80%를 차지해 그간 CCS 플랜트 건설이 난항을 겪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CCS 프로젝트가 성공하기 위해선 기업 및 정부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협력이 필수인데요. 그런 점에서 노르웨이 정부가 주도하는 노던 라이트 프로젝트는 성공했단 평을 받고 있습니다.

 

© 노르웨이에서 진행 중인 롱십 프로젝트의 구상도 노르웨이는 유럽 전역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파이프라인과 선박을 통해 운송해 북해 해저 지층에 저장한단 계획이다 Gassnova

노던 라이트 프로젝트, CCS 프로젝트 롤모델이 될 수 있을까? ⭐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 프로젝트에는 에퀴노르, 로얄더치쉘, 토탈 같은 에너지 기업이 참여한 상황인데요.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 또한 이 프로젝트에 10억 달러(한화 1조 1,300억원)를 투자하며 기술 파트너로 참여했습니다.

당시 MS는 성명을 통해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 전략을 위해 노던 라이트 같은 새로운 솔루션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노던 라이트 프로젝트의 투자 액수만 18억 달러(한화 2조 400억원) 이상. 프로젝트 1단계에 필요한 7억 5,000만 달러(한화 약 8,000억원)는 노르웨이 정부가 지원합니다.

노르웨이 정부는 CCS 플랜트가 성공하기 위해선, 다른 국가들도 CCS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이에 대해 솔베르그 전 총리는 “(노르웨이 정부의) 자금 지원은 다른 사람들도 재정적으로 기여한단 조건 아래 진행된다”고 밝혔습니다.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 탄소배출량보다 제거량을 더 많게 하여 ‘제로(0)’가 아닌 ‘마이너스(-)’를 만들겠단 개념

 

© 벨기에 가스운송회사 프럭시스는 에퀴노르와 협약을 맺고 이산화탄소 운반할 파이프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Fluxys 제공

2024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노던 라이트는 롱십에서 배출되는 연간 80만톤을 포함해, 유럽 전역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저장한단 계획입니다.

가동 목표연도인 2024년은 연간 최대 15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영구 저장할 예정인데요. 이후 저장용량을 연간 800만 톤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각 산업군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는 액화 형태로 저장돼 파이프라인과 선박을 통해 운송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노던 라이트는 노르웨이 서부 외가든(Øygarden)시에 이산화탄소 저장 시설과 항만 등 기반시설을 건설 중입니다.

한편,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에퀴노르는 벨기에 가스운송회사 프럭시스(Fluxys)와 함께 북해 일대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벨기에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파이프라인으로 노르웨이까지 운송한단 계획인데요.

해당 파이프라인은 연간 2,000만~4,0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수송할 수 있을뿐더러, 필요할 경우 유럽 내 다른 국가들도 해당 파이프라인을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같은달 또한 대규모 이산화탄소를 운반할 수 있는 대형 선박 건조 소식을 발표했습니다. 쉘은 노던 라이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7,500입방미터(m3)의 이산화탄소를 운송할 수 있는 선박 2척을 건조할 예정임을 밝혔는데요. 해당 선박은 프로젝트 목표연도인 2024년에 노르웨이 측에 인도될 계획입니다.

 

+ 우리나라 또한 지금 이산화탄소 저장할 지역 탐색 중! 🇰🇷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산부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데요. 지난해 서해안 인근에 시추 지역 3곳을 선정한 상황입니다. 올해 7월부터 11월까지 해당 지역에 1차 시추를 진행해 후보지 존재 유무를 확인한단 계획인데요. 내년에는 2·3차 시추를 통해 저장소 후보지와 저장 용량을 평가하고, 활용 가능 여부를 최종 판단한단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