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나타났습니다. 할리우드 슈퍼스타의 등장으로 글래스고 과학 센터엔 수많은 취재진과 대중이 몰렸는데요. 이 밖에도 “지구종말 시계가 자정 1분 전이며 우린 지금 행동할 때”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말, 회의에 불참을 결정한 시진핑 중국 주석의 행보, 인도의 2070년 탄소중립 선언 등 COP26을 둘러싸고 연일 뉴스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구의 미래를 바꿀 COP26. 그런데 영국의 많고 많은 도시 중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왜 하필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에서 COP26을 개최했을까요?

 

글래스고, 영국의 공장에서 순환도시로 ♾️

COP26 개막 첫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녹화 연설로, 그리고 주최국인 영국 존슨 총리는 개막연설을 통해 산업혁명의 발상지임을 은근히 자랑하며 글래스고를 치켜세웠습니다. 사실 COP26을 개최하고 싶어 하는 영국 도시들을 많았는데요.

수도인 런던과 잉글랜드 중부 대도시인 버밍엄이 대표적인데요. 두 곳 모두 인구가 100만 명이 넘고 대형 행사를 위한 기반 시설을 잘 갖춘 도시들입니다. 이런 쟁쟁한 라이벌을 뚫고 글래스고가 선정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지방정부로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점입니다.

 

© 글래스고 전경 Artur Kraft <a href=httpsunsplashcomphotosBc7ICBzcWt0 target= blank rel=noreferrer noopener>Unsplash<a>

과거 조선업이 발달해 영국의 공장으로 불린 글래스고. 1980년대 이후 인구가 줄고 주요 공장이 동유럽과 아시아로 옮겨가며 변화를 맞았습니다. 80년대 후반 글래스고는 환경 보호 및 개선을 위해 자연 보존 정책 성명서를 발표했는데요. 이후 글래스고는 2010년에는 지속 가능한 글래스고 이니셔티브(Sustainable Glasgow Initiative)를 시작했고, 2019년엔 시의회 차원에서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했습니다. 또 지난 4월 2030년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하며 영국 최초로 순환도시로의 전환에 동참했는데요. 그 밖에도 오늘날 글래스고는 순환도시가 되고자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 글래스고가 선언한 ‘유럽 순환도시’가 궁금하다면?

 

순환도시가 되기 위한 글래스고의 노력 💪

유럽 전역 50개 이상의 도시와 함께 순환경제의 경제·사회·환경적 이점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순환도시. 글래스고는 순환도시 선언과 함께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순환경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요. 이를 크게 3개의 단어로 묶어 이야기한다면.

 

© 지난 10월 열린 플레이트 업 포 글래스고 캠페인 현장 모습 Ellen Thomson Today

1️⃣ 음식물 쓰레기 🍊

지난 10월 글래스고에서는 ‘플레이트 업 포 글래스고(Plate Up for Glasgow)’란 캠페인이 시작됐는데요. 이 캠페인은 음식점 내 음식물 쓰레기를 가능한 줄여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도시 내 레스토랑, 술집, 카페 등 35개 이상의 업체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캠페인을 통해 도시 최고의 요리사들이 만든 지속 가능한 요리와 음료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해당 캠페인은 COP26이 끝나는 11월 12일까지 진행될 예정!

 

+ 플레이트 업 포 글래스고 캠페인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4가지 방법!

✅ 기존 메뉴를 재검토해 채소의 줄기나 고기 조각 등 자투리 재료 사용하기

✅ 건조, 절임, 훈제 등 보존 기술을 사용해 농산물의 사용 기한을 늘리기

✅ 인기가 적은 부위의 고기 사용하기

✅ 유통기한이 넘어 기증받은 재고를 활용하기

 

👉 빵으로 만든 맥주도 서큘러 글래스고의 사전 파일럿 프로젝트의 일부였다고?

 

© Remade Network Glasgow <a href=httpsremadenetwork target= blank rel=noreferrer noopener>홈페이지 갈무리<a>

2️⃣ 전자폐기물 📲

지난 1일 글래스고의 한 IT기업은 ‘테크 드롭(Tech Drop)’ 프로젝트를 열었는데요. 스코틀랜드에 있는 사회적기업 ‘리메이드 네트워크(Remade Network)’와 협력해 도시 전역의 그룹 및 기업으로부터 전기전자 제품을 기부받는 프로젝트였죠. 기증받은 제품은 가능한 수리해 재사용하고 나머지는 재활용한다고 하는데요. 플레이트 업 포 글래스고 캠페인과 마찬가지로 COP26 기간 내내 진행한다고.

리메이드 네트워크에 의하면, 영국에서는 연간 15만 5,000톤 이상의 전자제품이 버려지고 있는데요. 이 모두를 재활용할 경우 도로에서 자동차 130만 대를 없애는 만큼의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 공항 내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제품을 판매하는 가게 Circular Glasgow 홈페이지

3️⃣ 가구폐기물 🪑

글래스고는 공항 내 폐기물도 재순환합니다. 글래스고 공항에는 아예 지속 가능성 관리자란 직책을 가진 직원이 있는데요. 관리자인 커스티 웹스터는 공항 내 카페가 보수 공사를 하면서 버려진 가구를 보고 인근 업사이클링 가게에 연락했죠. ‘클라이드사이드 컬렉티브(Clydeside Collective)’란 곳인데요. 이 가게는 공항에서 버려진 식탁 13개, 의자 16개 등을 모두 수거해 업사이클링 가구로 만들었습니다. 커피 테이블부터 맞춤형 선반에 이르기까지 재탄생한 여러 가구들을 재판매했다고.

 

© COP26을 맞아 음식물 쓰레기를 매립지로 보내는 환경적 영향을 강조하고자 기획한 사진 Stewart Attwood

그래도 아직 부족해! 🤨

순환도시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글래스고! 하지만 스코틀랜드의 유명 사진작가 랜킨(Rankin)이 보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 같습니다. 랜킨은 COP26을 앞두고 새로운 사진 시리즈를 발표했는데요. 병 모양으로 뭉쳐져 있는 음식물 쓰레기 사진입니다. 그는 “스코틀랜드인의 86%가 음식물 쓰레기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사진을 기획했다고 했죠.

한편, 환경운동가 사이에선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COP26에 대한 비판도 나오는데요. 지구촌 곳곳에서 2만 5,000여 명이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와 기차 등을 이용하면서 그만큼 탄소 배출량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미 COP26이 개최된 상황에서 공은 순환도시 글래스고의 노력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에게 넘어갔습니다. 글래스고까지 오느라 배출된 탄소를 상쇄하고 감축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각자 자국에서 순환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것이 글래스고 COP26 이후 앞으로 남겨진 과제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