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는 붉은살 생선일까요, 흰살 생선일까요?”

여기,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틀리기 쉬운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통념과 달리, 정답은 흰살 생선인데요. 연어의 붉은색은 사실 연어가 야생에서 붉은 크릴 등을 먹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우리가 시중에서 먹는 연어 상당수는 사료를 먹는 양식산인데요, 따라서 우리는 붉은 연어가 아닌 흰색이나 회색에 가까운 연어를 먹는다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물론 양식업자들은 붉은색 연어를 위해 염료가 든 사료를 주고 있는데요. 이런 양식 연어의 기만을 ‘예술’로 전달하는 활동가가 있습니다. 지난해 이들이 연어 양식장의 문제를 드러낸 설치 미술 작품 ‘비커밍 클리마보어(Becoming Climavore)’가 영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현대미술상인 터너상(Turner Prize)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다니엘 파스쿠알과 알론 슈바베가 만든 쿠킹 섹션스(Cooking Sections)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영국에서 열린 ‘Salmon: A Red Herring’ 전시_Graeme Robertson

양식 연어를 벗어나 ‘기후식 동물’ 되기 🐟

쿠킹 섹션스는 2013년부터 인간의 식단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이들은 2015년 과학자, 요리사, 농부, 정책 전문가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참여한 ‘클리마보어(Climavore)’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요.

클리마보어는 기후를 뜻하는 영어단어 Climate에 ‘~식 동물’을 뜻하는 vore란 접미사가 붙여진 단어입니다. 육식, 채식 동물에 대비되는 ‘기후식 동물’ 정도로 번역할 수 있죠.

우리는 흔히 동물을 분류할 때 채식·육식·잡식으로 구분하는데요. 클리마보어는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기후’에 적응하는 식단으로 나아가야 함을 강조합니다.

 

© 2021년 연어 양식장의 환경적 영향을 지적한 쿠킹 섹션스의 전시 모습. 공중에서 본 양어장 모습을 표현했다_Mustafa Hazneci

쿠킹 섹션스가 지적한 건 연어의 색깔만은 아닙니다. 이 팀은 2021년 ‘비커밍 클리마보어’ 전시에서 음성·영상 설치물을 통해 스코틀랜드 연어 양식장의 환경적 문제 전반을 지적했죠. 예를 들어 대량의 양식 연어 산업은 배설물과 합성색소 그리고 기생충을 쏟아내 주변 바다를 오염시켰는데요. 고농도의 오염 때문에 연어의 눈이 멀거나, 선천적 기형을 일으키기도 했죠.

따라서 쿠킹 섹션스는 우리의 식단에서 양식 연어를 없애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이들은 설치 예술에서 그치지 않았는데요. 2017년부터 양식 연어를 없애기 위해 지역사회 여러 음식점과 협력을 진행했죠. 또 2021년 전시에서는 영국 전역의 박물관 내 카페와 음식점과 협업해 양식 언어 메뉴를 클리마보어 메뉴로 대체하는 활동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잠깐, 클리마보어 메뉴란 과연 무엇일까요?

 

© 다니엘 파스쿠알(왼)과 알론 슈바베(오)_Ruth Clark

기후식 동물을 위한 대안? ‘굴 식탁’에서 찾았다! 🐚

쿠킹 섹션스는 물과 토양을 개선하는 재생 재료로 만든 요리가 클리마보어의 메뉴라고 설명합니다. 예컨대, 굴과 홍합 등 조개류와 해조류를 사용한 요리가 포함됐는데요. 이들은 홍합과 굴 한 개가 호흡하는 과정에서 각각 하루 최대 25리터, 120리터의 물을 여과한다고 설명합니다.

해조류는 화학비료나 물질 없이도 쉽게 자라 영양분을 제공하죠. 이에 쿠킹 섹션스는 양식 연어에서 재생 식단으로 전환하면 해양생태계를 복원하고 수질도 향상할 수 있다고 강조하죠.

이를 보여주기 위해 쿠킹 섹션스는 2016년 스코클랜트 스카이 섬의 조간대 지역 에 ‘굴 식탁’을 설치했습니다. 이 설치물은 조수간만에 따라 물에 잠겼다 드러났다를 반복하는데요.

물에 잠긴 동안 식탁은 조개류와 해조의 서식지가 되어주고, 물이 빠질 때 사람들은 식탁 속 해산물들을 식재료로 사용하는 식이었죠.

*조간대 지역: 밀물과 썰물에 의해 바닷물에 주기적으로 잠기는 해안가 지역

 

© Colin Hattersley

이 설치물은 말 그대로 ‘식탁’으로도 사용됐습니다. 어부, 정치인, 주민과 과학자들이 한데 모여 대안적인 양식업에 대해 논의하는 장소로 사용됐죠. 공개 워크숍으로 진행된 식사 시간은 조수에 따라 아침이나 점심 또는 저녁이 될 수도 있는데요.

스카이섬 인근 현지 음식점에서 클리마보어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데요. 지난 3월에도 홍조류 수프와 해초 스콘 등 가벼운 다과를 곁들인 공개 워크숍이 열렸다고 합니다.

 

+ 클리마보어가 순환경제와도 연결된다고? 🤔
쿠킹 섹션스는 클리마보어 메뉴에서 나온 굴과 홍합 껍데기도 버리지 않습니다. 이들은 조개의 석회 성분은 지난 1,000년간 도로와 벽, 지붕 등 건설 현장에 자주 사용됐다고 설명했는데요. 쿠킹 섹션스는 이러한 패각 폐기물을 건설 자재로 순환한다면 시멘트 사용량을 줄여 건설 산업의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죠.

이에 쿠킹 섹션스는 현재 패각 폐기물을 수집해 건축 및 인테리어 자재 등을 개발 중인데요. 스코틀랜드 현지 장인 및 제작자들과 왕성한 협력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스라엘 사해에 위치한 세계 4위의 탄산칼륨 생산 기업인 DSW 전경(왼)과 ‘바다 밑에 구멍이 있다’ 전시의 일환으로 진행된 식사 모습(오)_Cooking Sections

쿠킹 섹션스가 주목할 다음 클리마보어 메뉴는? 💧

사실 쿠킹 섹션스가 클리마보어 프로젝트에서 주목한 첫 재료는 연어가 아니었단 사실! 다니엘 파스쿠알과 알론 슈바베, 두 예술가는 2013년 쿠킹 섹션스 결성한 이래로 음식의 대량생산과 환경의 연관성을 주목해왔는데요.

2015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첫 프로젝트 ‘바다 밑에 구멍이 있다(Under the Sea There is a Hole)’ 전시에서 식량 공급을 위해 광물을 채굴하면서 지하수가 고갈된 상황을 짚었습니다. 채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물이 사용되기 때문인데요. 당시 쿠킹 섹션스는 수분 스트레스를 줄이는 식단을 탐구했죠.

이외에도 가뭄에 강한 식재료를 사용한 테이크아웃 메뉴, 기후 문제로 늘어난 외래종을 식자재로 사용한 메뉴 등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됐는데요.

채식과 육식의 이분법을 넘어 기후주의적 식단에 도전하는 쿠킹 섹션스의 행보를 앞으로도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