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25마리씩 사라진다는 오랑우탄. 이들이 어쩌다 멸종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는지 알고 있나요? 국제 생물학 전문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게재된 한 논문에는 1999년부터 2015년까지 16년 동안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서 오랑우탄 약 15만 마리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오랑우탄이 살기에 최적의 환경은 연중 내내 기온과 일조량이 많으며 습한 기후를 지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같은 국가인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의 대표 수출품으로 인해 많은 토착 생물의  보금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적 자원은 바로 팜오일(palm oil) 혹은 야자유라 불리는 ‘팜유’. 팜나무 열매를 쪄서 압착해 만드는 식용 기름인 팜유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식물성 기름입니다. 면적당 생산량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값이 싸고, 보존 기간도 길다는 장점 덕분에 세계 생산량 1위를 자랑하는 자원이죠. 그러나 지나친 벌채로 인해 열대우림 파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 팜유 원료가 되는 팜나무 열매_CIFOR, Flirckr

팜유는 정말 ‘친환경’일까? 🌴

지난해 ‘지속가능한 팜유 산업 협의체(RSPO)’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운영 중인 팜유 농장 면적의 4분의 3이 과거 멸종위기동물이나 식물이 서식하던 숲을 없앤 후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얼마나 많이 팜유를 소비하기에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걸까요? 팜유는 대략 6년 전만 해도 트랜스지방을 대신할 식물성 ‘친환경’ 원료로 추앙받았습니다. 식품업계는 가공식품 내 트랜스지방 사용을 지양하는 흐름이 두드러지자 팜유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요. 그 결과 팜유는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소비되는 원료로 등극합니다.

세계자연기금(WWF)에 의하면,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절반 가량이 어떤 형태로든 팜유를 포함하고 있다고 합니다. 초콜릿, 라면, 과자 등 식품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화장품이나 세정제와 같은 생필품. 최근에는 바이오 에너지 원료로도 사용되고 있죠. 경제성과 효용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으로 시장을 장악한 팜유의 전 세계 생산량은 50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요. 1995년과 2015년 사이에 연간 팜유 생산량은 1,520만 톤에서 6,260만 톤으로 4배 증가했죠.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증가 폭이라면 오는 2050년에는 약 2억 4,0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 전경_Afif Kusuma, UNSPLASH

그렇다면 팜유를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국가는 어느 곳일까요? 바로 인도네시아입니다. 인도네시아의 팜유 소비량은 2011년 712만 톤 수준이었으나, 2021년에는 1,500만 톤을 넘었는데요. 10년이 채 안 된 시점에 소비량이 2배 가까이 치솟은 것입니다.

원인은 ‘탄소중립 에너지’로 불리는 바이오디젤 소비 증가로 인한 여파 때문인데요. 인도네시아 정부가 계획안 바이오디젤 산업 확장의 여파로 향후 몇 년 동안 팜유 소비량이 더 증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바이오디젤은 보통 30%의 팜유를 포함하고 있으며 팜유 제조부터 사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팜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 역시 인도네시아인데요.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액은 약 190억 달러(한화 약 21조 원). 바이오디젤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는 팜유 산업을 위한 개발 예정지를 추가 확충하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 인도네시아 팜유 농장 모습_Lucida, 보고서 갈무리

팜유 사요 VS 차별적 제재다” ⚔️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팜유 수출국 상당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인데요. 이 국가 대부분은 열대우림 파괴, 삼림벌채에 대한 규제를 느슨하게 가져가고 있습니다. 얼마전 인도네시아의 파푸아숲이 심각하게 훼손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는데요.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2001년부터 2019년까지 파푸아 지역의 약 75만 헥타르의 산림이 개간됐다고 분석했죠. 이는 영국 런던의 약 5배 면적인데요.

기존 벌채가 자행되던 수마트라나 칼리만탄 지역이 아닌, 파푸아에 집중된 이유는 더는 개발에 적합한 토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산림보호구역까지 벌채가 진행 중이라 하는데요. 인도네시아 환경단체 왈히(WALHI)는 같은 기간 동안 산림벌채 중 22%가 ‘산림보호구역’에서 일어났다고 밝혔죠.

팜유 재배로 인한 열대우림 훼손은 인도네시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은 향후 팜유 재배가 확장될 것으로 보이는 지역에 멸종위기에 처한 포유류 54%, 조류 64%가 서식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등지에 걸쳐 수행되는 팜유 수급이 과도한 삼림벌채를 초래하자 유럽연합(EU)은 바이오디젤 원료에서 팜유를 퇴출하기로 합니다.

 

© 2018년 EU 내 팜유 소비 현황_Rainforest Rescue

지난해 3월, EU 집행위원회는 팜유와 같은 농산연료 비중을 7%로 제한했는데요. 더불어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팜유 사용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국제 무역 협정을 위반한 차별적 제한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는데요. 이들은 세계무역기구(WTO)에 EU를 제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입장에서는 경제 성장의 원동력인 팜유를 쉽게 포기할 수 없데요. 일각에서는 EU의 결정에 대해 ‘수백만 명의 소작농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행태’라 비난하고 있죠.

 

팜유에 지속가능성을 더하다 🥥

삼림파괴, 생물다양성 감소 등 팜유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생산국들은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요. 지속가능한 팜유 수급을 위해 글로벌 기업인 유니레버와 세계자연기금(WWF) 등 팜유 재배자, 소매 및 제조업체, 국제기구, NGO들이 모여 ‘지속가능한 팜유 산업 협의체(RSPO)’를 설립하게 됩니다.

RSPO는 8개 원칙과 39개 기준에 기초해 지속가능한 팜유 인증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속가능한 팜유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산림을 개간하지 않고, 공급망을 투명하게 관리하며, 근로자를 공정하게 대우해야 합니다. 또 야생 동물을 위한 보호 구역도 만들어야 하죠.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만 RSPO 인증을 받는데요. 현재 RSPO 인증 팜유는 2020년 기준 전 세계 팜유의 5분의 1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물론 일부 환경단체는 RSPO 규칙이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는데요. RSPO 인증은 살충제와 다량의 물 사용, 대규모 농장식 생산 방식 등에 별다른 규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팜유는 석탄을 채굴하는 것과 달리 생산 그 자체가 환경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치밀한 규제를 통해 관리하면 지속가능하게 생산될 수 있지요. 실제 팜유 농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가스화시켜 신재생 에너지로 만들 수 있습니다. 관련 전문가들은 팜유가 순환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는 산업임은 분명하지만, 일정 생산량을 유지해야 것을 조언합니다.

 

© C16 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인공 팜유_C16 Biosciences

팜유 개발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안이 필요한데요. 최근 팜유의 대안으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원료는 바로 인공 팜유입니다. 미국의 ‘C16 바이오사이언스(C16 Biosciences)’는 음식물 쓰레기와 산업 부산물을 활용해 천연 팜유와 화학적으로 매우 유사한 인공 팜유를 선보였습니다. 아직 상용화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합성 팜유는 천연 팜유보다 2~3배 더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잉거 앤더슨 IUCN 사무총장은 “많은 인구가 먹는 팜유의 유일한 해결책은 삼림벌채 없이 지속가능한 생산을 위해 모두가 협력하는 것”이라며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팜유 수급의 중요성을 언급했는데요.

지속가능한 팜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적이지만, 팜유 농장 개간을 위한 삼림벌채가 기후변화를 앞당긴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를 인지하고 있더라도 알게 모르게 우리는 여전히 팜유를 소비하고 있죠. 현재까지도 팜유 생산 및 소비로 인한 에코사이드(Ecocide)가 자행되고 있으며, 이를 멈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더불어 작은 행동이 우선시 돼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