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수학 공식, 따분한 실험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과학! 일상 속에서 과학이 왜 중요한지 느끼는 것은 쉽지 않은데요. 오늘날의 과학은 자연과학 문제를 넘어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사회문제의 해결책이 되고 있습니다. 문제가 복잡할 땐 쉽게 생각해야 답이 나오듯, 기본 원리에서 출발하는 과학이 해결의 실마리가 되어줄 수 있단 것이죠.

과학의 힘을 가장 잘 알고 행동으로 옮기는 국제기구가 있습니다. 바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national Panel on Climate Change)’인데요. IPCC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에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협의체입니다.

 

기후대응 로드맵 수립하는 IPCC 🇺🇳

IPCC는 지난 30년 동안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평가·요약하며, 여러 해결책을 제시하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부상했습니다. 단순히 과학자들만 참여하는 기관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IPCC는 195개국의 정부 주체들이 모인 특별한 기구로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실제로 IPCC는 기후변화 심각성을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죠.

IPCC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전 세계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담은 평가보고서(AR, Assessment Report)의 발간입니다. IPCC가 발간한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와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나아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정부간 협상의 근거 자료로 활용되죠.

2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자료를 검토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쳐, 각국 대표가 반대할 만한 주장을 제시하고 한 줄 한 줄 보고서 내용을 관철시키고자 최선을 다합니다. 또 과학적 원리에서 벗어나는 내용은 절대 싣지 않기에 IPCC 보고서가 가진 힘은 어마어마한데요. 특정 주제를 넘어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증거가 요약된 결정체가 IPCC 보고서이기 때문입니다.

 

© 8월 9일 발표된 IPCC 제6차보고서_IPCC, 페이스북 갈무리

IPCC 보고서는 기후 대응에 있어 굉장히 유용합니다. 1990년부터 제1차 평가보고서가 발간됐는데요. 제2차 평가보고서는 교토의정서에 채택됐고, 제5차 평가보고서는 파리협정에서 채택됐을 정도로 기후 대응에 있어 로드맵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앞두고 발표된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죠.

지난 9일 공개된 보고서의 내용은 전반부이고, 후반부는 2022년에 발표될 예정인데요. 제1실무그룹(WG1)은 기후변화의 물리과학적 측면을 평가하고, 기후변화의 원인을 분석하고 기후모델을 세우는 연구를 담당한 과학자들을 지칭합니다. 참고로 IPCC는 3개의 실무그룹과 1개의 태스크포스(T/F)로 구성돼 있는데요. 3개 실무그룹의 보고서 및 특별보고서 평가 등이 통합된 종합보고서는 2022년 9월 발간된다고 합니다.

 

+ IPCC 3개 실무그룹 역할을 분류한다면 🤔
👉 제1실무그룹(WG1):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분석해요.
👉 제2실무그룹(WG2): 기후변화의 영향과 적응을 분석해요.
👉 제3실무그룹(WG3): 온실가스를 어떻게 감축할지, 완화 관련 내용을 분석해요.

 

IPCC 6차 보고서 왈, “용의자에서 이제는 가해자로” 🗣️

이번 6차 보고서에는 인간의 기후에 대한 영향이 명백해짐에 따라 미래 기후변화 전망을 인구·경제·토지 이용·에너지 사용·탄소배출 감축 노력 등 사회경제적 활동과 연계한 내용이 담겼는데요. 이번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는 인류는 더는 환경 파괴의 용의자가 아닌 확실한 ‘가해자’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5차 보고서는 “기후 시스템에 대한 인간의 영향은 확실하다(Clear)”고 표기했으나, 이번 보고서는 “인간의 영향으로 대기와 해양, 육지가 온난화한 것은 자명하다(Unequivocal)”고 밝혔기 때문이죠. 인간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킨 주범이란 사실을 과학적으로 더욱더 강하게 규정한 것입니다.

 

© IPCC, 페이스북 갈무리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6차 보고서는 2040년까지 지구 온도가 1.5°C 상승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2018년 <지구온난화 1.5°C 특별보고서>에서 1.5°C 상승을 예측한 시점이 2052년 정도였는데요. 그보다 10여년이나 더 앞당겨진 것이죠.

이산화탄소 농도 역시 200만년간 전례 없는 속도로 늘어나 410ppm에 달하며, 얼음 유실과 해수면 상승이 가속화하고 있단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말 그대로 지구가 버텨왔던 균형이 깨지고 더 큰 재앙을 맞이하는 순간이 멀지 않았단 것이죠.

특히, 보고서는 메탄가스 배출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기후변화의 복병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바로 메탄인데요. 메탄의 단기적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무려 80배에 달하는데, 현재 대기 중 메탄 농도는 과거 80만년 이래 가장 높은 상태라고 하죠. 천연가스의 주요 성분인 메탄은 화석연료에 비해 오염물 배출이 적어 상대적으로 깨끗한 연료로 인식되는데, 메탄을 생산하고 운송하는 과정에서 누출 등을 통해 온실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IPCC는 이산화탄소에만 초점이 맞춰진 기후 담론이 메탄에도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입니다.

 

© COP26, 페이스북 갈무리

D-day 60, 지구를 위한 카운트다운 🌏

COP26이 불과 몇 개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구의 미래를 완전히 바꿔 놓을지도 모르는 이번 총회를 앞두고 IPCC의 6차 보고서는 기후변화 대응전략 수립에 과학적 근거가 돼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릴 것입니다. 또한, 탄소감축을 위한 탄소세 도입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강화 등의 움직임을 야기해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로의 전환에 미칠 영향도 크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죠.

우리나라도 기후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선언 국가로서 COP26에 참여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말뿐인 기후대응 국가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IPCC 6차 보고서를 기반으로 좀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COP26 개최 전까지 우리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계획을 유엔이 설정한 1.5°C에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하죠.

전문가들은 모든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이 실현되더라도 약 2.4°C의 온도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그나마 이산화탄소 제거 및 포집·활용 기술(CCUS)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단 점은 고무적인 소식입니다. 물론 기술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론적인 대규모 탄소 제거 방법에 기대기 보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탄소 배출 감축 방법을 찾는데 관심을 둬야겠죠.

그럼에도 아직은 돌이킬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인류는 아직 선택권을 손에 쥐고 있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과학에서 찾으라는 해답도 계속 들려오고 있습니다. 지구가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는 어리석은 선택은 이제 멈춰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