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재 폐기물 제로(0)를 꿈꾸는 피터 포트(Pieter Pot)란 스타트업체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이곳은 식료품 배달 서비스를 제공 중인 네덜란드 소재 기업인데요. 지난 7일(현지시각) 피터 포트는 사업 확장을 위해 9백만 유로(한화 약 120억원) 투자자로부터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피터 포트는 모금액을 바탕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인데요. 순환경제와 포장 폐기물 감소에 중점을 두고 식료품 배달 서비스에서 차별화를 시도 중인 피터 포트의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유럽 식품 시장에 떠오른 샛별, 피터 포트 ⭐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본사를 둔 피터 포트(Pieter Pot). 식품유통산업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자 2019년에 설립됐는데요. 피터 포트는 순환경제 실현이란 원칙 아래에 식료품 구독 서비스를 제공 중입니다.

피터 포트의 구독 서비스는 비교적 간단합니다. 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제품을 주문하면, 피터 포트는 해당 제품을 재사용 병에 담아 배달하는 것이죠. 이때 고객들은 소정의 보증금을 내는데요. 배송 과정 중 운전기사들이 빈 병을 회수하면 고객들은 보증금을 반환받습니다. 피터 포트 측은 병을 고온살균 세척하는데요. 병은 최소 40번 이상 재사용됩니다.

 

© 사업 초기 피터 포트는 자전거를 통해 식료품 배달을 진행했다_Chris de Waard

피터 포트는 2019년 사업 시작 후 약 70만 개의 병을 재사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재 약 135만 개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는데요. 사업 초기 피터 포트는 3,000여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진행했으나, 현재는 구독 고객 수만 약 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객 수요에 비해 인력이나 제품이 빠르게 충원되지 못해 신규 구독자를 위한 자체 대기 리스트까지 운영하고 있다는데요. 한때는 대기 중인 고객 수만 3만 명에 이를 정도였습니다.

피터 포트는 현재 네덜란드와 벨기에 일부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나, 이번 모금을 바탕으로 이른 시일 안에 유럽 전역으로 사업 및 제품군을 확대한다고 합니다.

 

© 로테르담에 위치한 피터 포트 물류 창고 내부 모습_Piter Pot 제공

대용량 구매 및 재사용 통해 중간 단계에도 ‘제로웨이스트’ 추구해 🥫

현재 피터 포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 수는 약 300가지. 곡물류, 견과류, 올리브유, 사탕, 과일 등 식료품을 비롯해 휴지, 치약, 비누, 세제 등 생필품도 재사용 병에 담아 구매할 수 있는데요. 이는 제품을 항상 대량으로 조달한 덕에 가능한 구조라고 합니다.

가령 올리브유의 경우 1,000리터를 담을 수 있는 대형용기에 담기는데요. 해당 용기 또한 생산자에게 반환돼 세척 후 재사용되는 구조입니다. 마찬가지로 땅콩버터나 잼도 공급을 위한 전용 용기에 채워지는데요. 딱딱한 곡물류나 견과류, 초콜릿 등도 비슷한 방식을 사용한 덕에 중간 포장 과정이 생략돼 쓰레기가 전혀 배출되지 않죠.

생필품의 경우 탄소발자국을 줄이고자 네덜란드 혹은 유럽연합(EU) 내에서 생산된 제품들로 구성됐는데요. 휴지만 해도 전체 수명 주기 동안 높은 환경 기준을 충족한 제품에게 부여된 EU 에코라벨(Ecolabel)을 인증받았고, 치약의 경우 포장재 폐기물은 줄이고 리필이 쉽도록 고체 치약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배출된 쓰레기는 재사용 병에 부착된 종이 상표 뿐이라고.

 

© 피터 포트 공동 창업자인 마틴 비몰트(왼) 주리 쇠마커(오)_Piter Pot 제공

소비자 소비 행동 극적으로 바꾸지 않고도 제로웨이스트 가능해! ♻️

피터 포트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을까요? 피터 포트의 공동 창업자인 주리 쇠마커 최고경영자(CEO)는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에서 전략적 제품 디자인(Strategic Product Design) 과정을 이수했는데요. 디자인과 기업가 정신을 연계한 수업에서 피터 포트의 초기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고 합니다.

쇠마커 CEO는 옛날 낙농가에서 직접 짠 우유를 소비자 집으로 바로 배달하는 ‘농장 우유 배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데요. 지역 내 먹거리. 즉, 로컬푸드를 직접 배달하는 사업 구조를 통해 탄소발자국은 줄이고, 공급에서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지속가능한 식료품 배달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는데요. 무엇보다 그는 친환경 쇼핑이 일반 슈퍼마켓에 가는 것처럼 쉬웠으면 하는 마음에 피터 포트를 창업했다고 밝혔습니다.

쇠마커 CEO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피터 포트는) 포장 없는 식료품을 더 쉽고 매력적이며 유혹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왜냐하면 누구도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이어 “플라스틱 포장재는 부산물이다. 소비자들은 상자가 아닌 상자 안에 든 것에 관심이 많다”며 “재사용 병을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행동을 극적으로 바꾸지 않고도 소비 패턴을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죠.

 

© Piter Pot 제공

소비자 욕구와 취향 모두 잡은 제로웨이스트 구독 서비스 📨

피터 포트는 창업 후 몇 달 만에 현지 주요 언론에 소개돼 네덜란드와 이웃나라인 벨기에에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특히, 디자인적 사고와 기업가 태도가 혼합된 피터 포트만의 순환경제 원칙이 대중과 지속가능성을 손쉽게 연결시켰단 점에서 긍정적인 평을 받고 있는데요. 현재 피터 포트는 탄탄한 구독자를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순환경제 슈퍼마켓’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피터 포트의 사업 방식은 우유나 신문, OTT서비스 등이 제공 중인 구독경제 서비스와 똑같습니다. 구독경제는 소비자가 일정 기간 금액을 지불하면,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경제 활동을 뜻하는데요. 최근 세계 곳곳에선 구독 서비스와 제로웨이스트를 결합한 모델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자전거로 식료품 배달 및 생필품 리필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체 ‘더 라운즈(The Rounds)’ 인도네시아에도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배달해주는 ‘시클루스(Siklus)’란 스타트업체가 있죠.

이들 모두 지역 내 소비자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으며 빠르게 성장 중인데요. 그만큼 소비자의 욕구와 취향을 잘 잡아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순환형 구독 모델이 지구촌 식품유통업계에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 조만간 한국에서도 이런 서비스를 보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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