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업계는 거의 매년 신제품을 쏟아내는데요.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 1,2위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근 연이어 신제품을 출시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딜로이트(Deloitte)는 2022년 전 세계 스마트폰이 1억 4600만 톤CO2eq(이산화탄소환산량)을 배출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자원집약적인 스마트폰의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선 한 스마트폰을 가능한 한 오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마트폰의 탄소발자국 대다수가 원료 추출, 운송, 생산 등 신제품 제조에서 발생하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노후화된 기기의 불편함이 이를 방해하는 상황. 기술의 편리함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 네덜란드 디자이너 데이브 해킨스가 모듈러디자인을 적용한 ‘폰블럭’ 스마트폰의 상상도 ©Phonebloks

수리와 업그레이드 모두 가능한 모듈러디자인, 스마트폰에 적용 가능할까? 🛠️

이에 한 디자이너가 스마트폰의 특정 부품이 고장 나거나 노후화됐을 때, 통째로 바꾸는 대신 부품만 교체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2013년 네덜란드 산업디자이너인 데이브 해킨스는 인터넷에 각각의 부품을 교체할 수 있는 스마트폰 **‘폰블럭(Phoneblocks)’**을 공개했습니다. 해킨스가 고안한 폰블럭은 스마트폰의 주요 부품을 레고처럼 블록화한 것이 특징인데요. 블록화, 즉 모듈화된 부품을 베이스 기판에 부착하는 컨셉이었습니다.

그가 고안한 폰블럭은 스마트폰의 부품을 마치 레고처럼 블록화해서 모듈화된 부품을 베이스 기판에 부착하는 형태인데요. 와이파이, 블루투스, 배터리, 카메라, 저장공간 등의 부품부터 디스플레이까지 모든 부품이 해당됩니다.

이러한 방식을 모듈러디자인(Modular Design)이라 일컫습니다. 이 디자인은 레고처럼 조립과 해체가 쉬워 수리용이성이 매우 높은데요. 덕분에 스마트폰을 더 오래 사용할 수 있을뿐더러, 스마트폰 생산 및 폐기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GHG)도 줄일 수 있습니다.

 

▲ 2015년, 구글은 모듈식 스마트폰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아라’를 공개했다. ©Google, Project Ara

해킨스의 아이디어는 출시 즉시 대중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허나, 그가 실제 제품을 만들 여건은 아니었는데요. 이에 해킨스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해줄 기업을 공개적으로 찾아 나섰습니다.

당시 모토로라(Motorola)가 나서며 본격적인 모듈형 타입 스마트폰 개발 프로젝트가 시작됐는데요. 구글이 모토로라 모바일 사업(모토로라 모빌리티)을 인수하면서, 프로젝트 또한 구글 측에 자연스럽게 넘어갔습니다.

2015년 구글은 공식적으로 ‘프로젝트 아라(Project Ara)’를 공개하고 시제품도 선보입니다.

구글은 핵심 모듈과 스마트폰의 기본틀을 오픈소스 하드웨어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구글은 규격과 기본틀을 제공하고 업체, 개인 등 누구나 참여해 프로젝트 아라의 모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인데요.

그러나 조립·탈착식으로 인한 내구성 문제와 가격경쟁력 등으로 인해 프로젝트 개발은 난항을 겪습니다. 이후 몇 차례의 시연이 실패하자, 구글은 프로젝트 아라 공개 발표 2년 만인 2016년 프로젝트 종료를 선언합니다.

 

+ LG도 모듈러디자인 스마트폰에 도전한 적 있다고? 📳
구글이 프로젝트 아라 개발을 중단한 2016년, 우리나라 LG전자는 모듈러디자인 스마트폰을 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주목받았습니다. 프로젝트 아라와 달리, 제한적인 모듈형으로 디자인된 G5였는데요. 이 스마트폰에는 교체형 배터리와 함께 카메라 그립 모듈, 고음질 모듈 등이 추가돼 교체시 추가 기능을 경험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LG가 공개한 모듈은 이 두 가지에 그쳤고 가격도 높았습니다. 때문에 시장의 반응도 좋지 못했는데요. 여기에 부품 사이의 유격(裕隔)논란도 불거지며 LG의 새로운 시도는 막을 내렸습니다.

 

▲ 페어폰은 모듈러 디자인을 적용해 분해·수리·업그레이드가 용이하도록 설계됐다. ©Fairphone

페어폰 “모듈러 스마트폰을 향한 도전은 여전히 현재진행 중!” 🛠️

구글과 LG전자의 잇따른 실패 이후 모듈러 스마트폰은 차츰 잊히는 듯했는데요. 사실 데이브 해킨스가 촉발한 모듈러 스마트폰 아이디어는 여러 기업에서 저마다의 시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업그레이드 및 수리가 가능한 모듈식 스마트폰인 퍼즐폰(PuzzlePhone)이 연구됐었고, 독일의 스마트폰 제조기업 시프트(SHIFT GmbH)에서도 모듈식 스마트폰인 시프트폰(Shiftphone)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최근까지 새로운 모듈러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꾸준하게 도전하는 곳은 네덜란드에 있습니다. 2013년 네덜란드 스마트폰 제조사 페어폰(Fairphone)의 이야기입니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 소재한 페어폰은 소비자가 마음에 드는 부품으로 조립할 수 있는 모듈식 스마트폰을 판매 중입니다. 스마트폰 제품명은 회사 이름과 똑같은 ‘페어폰’인데요. 회사 측은 페어폰을 더 오래 사용하고 쉽게 수리할 수 있도록, 관련 업그레이드를 꾸준히 제공 중입니다.

 

▲ 페어폰3+(왼)와 페어폰3(오)의 카메라 모듈. 기존의 페어폰3 사용자는 카메라 모듈을 교체하는 것만으로 페어폰3+의 향상된 카메라를 경험할 수 있다. ©Fairphon

이 스마트폰은 선주문 후제작 방식으로 판매합니다. 또 디스플레이, 배터리, 전·후면 카메라 모듈, 충전 단자, 스피커까지 거의 모든 부품이 기기 전체를 분해하지 않고도 손쉽게 교체 가능하도록 설계됐습니다.

페어폰은 폰블럭, 프로젝트 아라와 달리 블럭화 디자인을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더 쉬운 수리가 가능하도록 부품을 모듈화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수리 전문 커뮤니티 사이트 아이픽스잇(iFixit)의 수리가능성 점수에서 만점을 받았을 정도입니다.

2020년 8월 회사 측은 신규 모듈화 부품을 적용해 업그레이드한 페어폰3+(플러스)를 선보였습니다. 기존 페어폰3 사용자들은 신제품 구매 필요 없이 부품만 구매해 스마트폰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했는데요.

전후면 카메라와 외부스피커 등 개선된 부품만 교체하면 됐고, 사용자는 약 70유로(당시 한화 약9만원)만으로도 새로운 기능의 스마트폰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 측은 페어폰3+ 출시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스마트폰을 만드는 대신, 기존 페어폰3 사용자에게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밝혔는데요.

 

▲ 페어폰은 2021년 10월 5G 기술을 적용한 페어폰4를 출시했다. ©Fairphone

한편, 페어폰은 2021년 10월 새로운 스마트폰인 페어폰4를 출시했습니다. 페어폰4는 페어폰3 및 페어폰3+의 모듈과 호환되지 않았는데요.

사용자들은 기존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도록 돕겠다는 자사의 약속을 어긴 것 아니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이에 대해 페어폰은 5G 등 최신 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안테나와 칩셋 등 일부 부품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고 해명했습니다.

 

+ 순환경제까지 고려한 페어폰! ♻️
지난 7년간(2013~2019년) 페어폰은 17만 5,000대 이상 판매됐는데요. 2020년 회사 측은, 사용자가 페어폰을 오래 쓸수록 인센티브(통신비 할인)를 주는 프로그램도 도입했습니다. 수리가 불가능한 스마트폰의 경우 회사 측에 반납하도록 했는데요. 회사 측은 약 폐스마트폰에서 희귀금속을 추출해 페어폰 제작에 활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