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부터 스승의날 그리고 성년의날에 이르기까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화훼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장기간 이어졌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됨에 따라 기념일을 챙기고자 꽃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는데요. 이에 주요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생화(生花)를 오래 즐길 수 있는 법이 공유되고 있죠.

허나, 생화는 대개 일주일 이내로 시들어버리는데요. 여러분은 시든 꽃을 어떻게 처리하고 계신가요? 혹시 이런 화훼폐기물이 문제가 될 수 있단 생각하신 적 있으신가요.

 

일반 쓰레기로 배출되는 꽃, 그냥 버리면 문제될 수 있어 🌹

어버이날 및 성년의날 등 기념일에 맞춰 세계 화훼 재배면적과 소비량은 모두 증가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상업적으로 재배된 생화 중 상당량은 소비자의 손에 닿기도 전에 버려진단 것인데요. 원예 전문 매체 페탈 리퍼블릭(Petal Republic)은 2018년 기준 긴 배송 거리로 인해 전체 생화 중 45%가 소비자를 만나기도 전에 시들어 폐기된다고 지적했죠.

소비자 손을 떠난 꽃도 문제입니다. 대개 꽃은 일반 쓰레기와 함께 소각·매립됩니다. 모든 유기물이 그렇듯 꽃도 미생물에 분해가 되면서 온실가스인 메탄(CH4)이 발생하죠. 이 때문에 캐나다 환경단체 토론토환경연합(TEA)은 시든 꽃을 일반 쓰레기가 아닌 별도의 수거함을 통해 버리고, 수거한 꽃을 퇴비로 만들 필요성을 강조했는데요.

 

© Edward Howell Unsplash

꽃에 있는 잔류농약도 살펴봐야 합니다. 꽃을 오랫동안 아름답게 유지하기 위해선 살충제가 필수인데요. 꽃을 강이나 호수에 버릴 경우 분해 과정에서 나온 유기물이 조류의 증식으로 이어져, 물의 산소 수준을 고갈시키고 수중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죠.

이처럼 화훼폐기물은 여러 면에서 고려돼야 할 점이 많은데요. 사실 화훼폐기물은 간단하고도 저렴한 기술을 사용하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약간의 흠이 있단 이유로 버려진 꽃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을뿐더러, 버려진 꽃을 물감이나 향수 등 새로운 제품으로 탈바꿈할 수 있단 사실!

특히, 일년 내내 축제가 이어지는 인도에서는 화훼폐기물 업사이클링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와 가치를 창출한 스타트업을 여럿 만날 수 있단 것!

 

© 종교행사 후 갠지스강에 버려진 꽃들 Vikas Choudhary

연간 800만 톤 이상의 꽃이 강에 버려지는 인도 🇮🇳

힌두교, 불교, 이슬람교 등 세계 종교의 용광로란 별명이 붙은 인도. 이 나라에서는 사원 등에서 기도하면서 장미, 카네이션 등 여러 종류의 꽃을 사용하는데요. 신에게 바친 꽃은 신성한 갠지스강에 버리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죠. 인도에서만 60만 개 사원에서 연간 800만 톤 이상의 꽃이 사용 후 버려지는데요. 그간의 문화로 인해 상당수의 꽃은 인도 최대 강인 갠지스강에 그대로 버려져 수질오염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전직 엔지니어 출신인 안키트 아가왈은 갠지스강을 뒤덮은 꽃을 보고 경악했는데요.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사원에서 온 트럭이 강에 꽃을 쏟아붓는 모습을 보고,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아가왈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꽃의 수명주기 연구를 시작했는데요. 유기농 퇴비 기술을 연구하던 카란 라스토기와 함께 2015년 사회적기업 헬프어스그린(HelpUsGreen)을 공동 설립합니다.

초기 헬프어스그린은 인도 북부의 우타르프라데시주 칸푸르에 있는 13개 사원에서 매일 500kg의 꽃을 수거했습니다. 수거된 꽃은 지렁이가 먹어치우는데요. 여기에 커피찌꺼기(커피박)과 천연요소가 추가되면 친환경 비료가 완성됩니다. 화훼폐기물로 만든 퇴비는 지역 농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됩니다.

헬프어스그린이 주목한 또다른 제품은 향이었습니다. 동아시아와 마찬가지로 인도에서는 종교행사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향을 널리 쓰는데요. 헬프어스그린은 버려진 꽃을 곱게 다진 후 이를 말아 향을 만들었죠.

 

© 헬프어스그린은 꽃을 수거해 향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Georgina Smith UNEP

아울러 헬프어스그린은 천연 비료 및 향 제조를 위해 인근 지역 여성을 대거 고용했는데요. 이들은 주로 꽃을 수거하거나, 꽃에 남은 잔류 살충제를 없애는 일을 하고 있죠. 문맹률이 높아 취업에 어려움을 겪던 여성들을 고용한 덕에 지역사회 빈곤율이 일부 낮아졌는데요.

2022년 기준 헬프어스그린은 사원 및 결혼식 등으로부터 매일 230톤의 꽃을 수거하고 있습니다. 헬프어스그린은 코로나19 대유행 중 화훼농가로부터 직접 꽃을 구매했는데요. 사원 일시 폐쇄 등으로 주요 경제적 수입을 잃은 화훼농가에게 큰 힘이 됐죠. 나아가 지역 주정부 및 시 당국과 협력해 화훼농가들에게 재생농업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 인도 힌두교 사원에는 아예 전용 꽃 수거함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고? 🌻
인도 남서부 카르나타카주의 주도인 벵갈루루.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곳인데요. 2016년부터 도시 전역의 사원에 꽃 수거함이 설치됐다고. 이 수거함은 퇴비기도 겸하는데요. 꽃이 퇴비로 완성되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최대 6개월이라고.

 

© 헬프어스그린을 설립한 안기트 아가왈왼과 카란 라스토키오가 화훼폐기물 지렁이 퇴비화 시설에 서 있다 HelpUsGreen 제공

 

고급 향부터 가죽, 천연염료까지…화훼폐기물의 성장가능성은 무궁무진 💐

화훼폐기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헬프어스그린. 안키트 아가왈과 카란 라스토기 두 창업자는 창업 후 꾸준히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는데요. 2017년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로부터 지속가능생활 젊은 기업가상을 수상했을뿐더러, 이듬해인 2018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로부터 ‘아시아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이름을 올렸죠.

각종 수상이 이어지던 시기 돌연 아가왈은 헬프어스그린을 나와 다른 스타트업을 창업합니다. 힌디어로 꽃을 뜻하는 풀(Phool)이란 이름의 스타트업. 마찬가지로 화훼폐기물을 업사이클링 하는 곳인데요. 헬프어스그린이 퇴비에 좀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풀은 향 제조에 좀 더 특화됐죠.

풀은 현재 인도 3개 도시에서 매일 13톤의 꽃을 수거합니다. 헬프어스그린 때와 마찬가지로 지역 취약 계층 여성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 중인데요. 2020년 기준 약 100명이 넘는 여성 직원들이 꽃을 수거 및 세척할뿐더러, 화훼폐기물을 이용해 고급 향을 만들고 있죠.

또한, 풀은 화훼폐기물을 이용해 ‘플레더(Fleather)’란 가죽 개발에도 성공했습니다. 이 가죽은 다른 제품을 개발하던 중 우연한 발견에서 비롯됐는데요. 화훼폐기물로 만든 향의 질감이나 탄성 정도가 기존 가죽과 비슷하단 사실을 알게 된 것!

플레더는 꽃의 종류에 따라 질감이나 모양이 다른 것이 특성인데요. 현재 이 가죽으로 신발이나 지갑 등 제품을 만들려는 중입니다.

 

👉 유럽에서도 화훼폐기물을 신소재로 바꾸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고?

 

© 수거된 폐기물 속에서 사용가능한 꽃을 골라내는 노동자들의 모습왼과 실험실에서 개발된 꽃 가죽 플레더의 모습 Phool 제공

이밖에도 풀은 축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색의 가루나 물감 등 천연염료도 개발했는데요. 지난 4월 사업 확장 및 취약계층 고용 확대 등을 위해 800만 달러(한화 약 101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습니다.

헬프어스그린과 풀을 시작으로 인도에서는 화훼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하려는 비즈니스가 성장 중입니다. 화훼폐기물을 이용해 향수나 에센스 오일 등 전문 화장품을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단 소식도 들려오는데요. 방글라데시나 네팔 등 비슷한 문화권을 가진 국가들에서도 해당 비즈니스 모델 및 정책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죠.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놓은 제1차 화훼산업육성 종합계획(2022~2026년)에 의하면, 국내 화훼산업은 2005년 이후 생산액과 농가수, 재배면적 모두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죠. 저렴한 수입산 꽃의 증가 및 코로나19 대유행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인데요. 화훼산업이 타 산업에 비해 사회기반시설 투자 부족으로 큰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에서 꽃이 얼마나 버려지고 있는지 정확한 통계자료 조차 없는 상황이죠. 우리나라에도 꽃의 업사이클링에 초점을 둔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이 있다면 어떨까요. 예쁜 꽃도 다시 순환해봐야 한단 생각, 누군가 그 기회를 잡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