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보고서를 통해 잘 알려져 왔습니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에 따르면, 연간 생산된 직물 중 85%는 쓰레기로 버려집니다. 또한, 50만 톤이 넘는 의류가 세탁될 때 플라스틱병 500억 개 분량의 미세플라스틱이 바다로 방출되고 있죠.

이에 지속가능한 패션이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줄이기(Reduce), 재사용(Reuse) 및 재활용(Recycle)의 3R 전략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전에 그리니엄은 낡은 청바지를 옷으로 만들 수 있는 섬유 펄프로 업사이클링하는 스타트업 리뉴셀을 소개한 적 있는데요.

오늘은 재활용·재사용보다 더 간단하면서도 환경에 덜 영향을 미치는 방법으로, 의류 브랜드들이 주목하고 있는 4번째 R의 전략. 수선(Repair)에 대해 다뤄봅니다.

 

▲ 유니클로가 미국 뉴욕 맨해튼에 선보인 수선 스튜디오 모습 ©유니클로 유튜브 갈무리

유니클로, 미국 뉴욕 맨해튼에 수선 스튜디오 출시! 🧵

지난 1월, 일본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가 뉴욕 맨해튼에 수선 스튜디오(Repair studio)를 출시했습니다. 고객은 소호(Soho) 거리에 있는 플래그십 매장 한 켠에 마련된 수선점에서 옷을 수선받을 수 있는데요. 수선 스튜디오에서 수선받을 수 있는 품목은 구멍이 난 패딩과 청바지, 이가 나간 지퍼와 셔츠 단추, 좀먹은 구멍 등입니다. 품목은 계속 확장될 예정인데요.

이 수선 스튜디오의 특징은 매장에서 빠르게 옷을 수선받을 수 있단 것입니다. 재봉틀과 수선 도구가 갖춰져 있을뿐더러, 전문가가 현장에서 바로 고객의 옷을 수선하는데요. 비용은 단 5달러(한화 약 6,000원)죠. 또한, 유니클로는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옷 수선 동영상과 의류 관리 가이드라인 등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다이스케 츠카고시 미국 유니클로 최고경영자(CEO)는 수선 스튜디오 출시에 대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매장에서 최신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과 환경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는데요.

사실 수선 서비스는 디오르, 샤넬 등 명품 브랜드에서 오래전부터 제공해온 서비스입니다. 다만, 유니클로 같은 패스트패션(Fast fashion) 브랜드들도 수선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단 점은 주목할만한 변화인데요.

 

▲ 아크테릭스가 개설한 리버드 서비스 센터왼와 메이드웰이 스레드업과 협업해 개설한 순환매장에 설치된 수선 공간오 ©Arcteryx thredUP 제공

요즘 뉴욕 패션계 트렌드가 ‘수선’이라고? 🗽

지속가능성이 의류 산업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수선점은 이미 의류 브랜드의 일부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4대 패션 도시로 손꼽힌 미국 뉴욕에서 수선이 트렌드가 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죠. 뉴욕 예술과 패션의 메카인 소호 거리에는 유니클로 뿐만이 아니라 여러 브랜드들이 수선점을 도입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니클로보다 앞선 지난 11월 기능성 의류 브랜드인 아크테릭스(Arc’teryx)는 뉴욕 브로드웨이 매장에 수리와 업사이클링, 재판매를 포함하는 리버드 서비스 센터(REBIRD Service Center)를 개설했습니다. 아크테릭스는 순환성을 위한 이니셔티브인 리버드 프로그램의 일부라고 밝혔는데요. 고객들은 서비스 센터에서 제품 관리 방법을 배우고, 현장에서 직접 수선할 수 있으며 리퍼브*나 중고 제품 등을 찾을 수 있죠. 아크테릭스는 올해 캐나다와 미국 전역에 리버드 서비스 센터를 개설할 계획임을 밝혔는데요.

브랜드의 순환성을 높이기 위해 중고 의류 플랫폼과 협업한 브랜드도 있습니다. 데님(청바지) 전문 브랜드인 메이드웰(Madewell)은 중고 의류 플랫폼 스레드업(thredUP)과 협업해 순환매장(Circular Store)를 출시했는데요. 뉴욕 브루클린에 런칭한 순환매장에서는 수선 및 재봉 서비스와 업사이클링 워크숍, 제품 관리정보가 담긴 QR코드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순환매장의 모든 의류는 스레드업에서 수집한 메이드웰의 중고 의류란 점이 특징인데요. 스레드업은 신제품 구매보다 탄소 배출량을 82%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리퍼브: Refurbished의 약자로, 고객이 단순 변심으로 반품한 제품 혹은 약간의 흠집이 있는 불량품을 손질해 정품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되파는 제품을 뜻함.

 

▲ 지스타로우의 공인 재단사로 인정받은 재단사들 왼쪽부터 암스테르담의 아틸라 로테르담의 압바스 헤이그의 메디하 ©G Star Raw 홈페이지 갈무리

수선 전문 인력 양성 나선 의류 브랜드들 🎓

아울러 기업들은 수선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한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충분한 인력 마련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있단 소식인데요.

네덜란드의 청바지 브랜드 지스타로우(G-Star Raw)는 2021년, 공인 재단사(G-Star Raw Certified Tailors)라는 시범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지스타로우는 네덜란드 전역에서 6명의 재단사를 선발해 청바지 전문 수선법을 교육한 후 인증서를 수여 했는데요. 고객들은 낡거나 찢어진 지스타로우 청바지를 버리는 대신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등 6곳에 위치한 공인 재단사에게 무료로 수선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의류 브랜드만이 아닙니다. 명품 핸드백과 지갑 등을 생산하는 패션 브랜드 코치(Coach)도 지난해 1년 기간의 견습 프로그램((Re)Loved Craftsperson Apprenticeship Program)을 발표했습니다. 순환경제 이니셔티브인 ‘코치 (리)러브(Coach (Re)Loved)’의 일환으로 시작된 프로그램인데요. 견습생들은 가방의 전체 수명주기를 이해하고, 가방을 복원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데요. 해당 프로그램은 올해 6월 시작될 예정입니다.

 

+ 순환경제 따르겠다는 코치, 한편에선 가방 파괴자? 👜
한편, 지난해 11월 미국에서는 한 틱톡커가 코치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판매 불가능한 제품을 고의로 파괴하고 있다는 영상을 폭로해 충격을 줬는데요. 코치는 같은 해 8월 순환경제 이니셔티브 ‘코치 (리)러브’를 발표하며 자사 가방을 매립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수명 종료 과정을 재창조하겠다고 약속했기에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의혹이 커지자 코치는 공식 입장을 통해 사과했는데요. 코치는 성명에서 재고 및 반품 처리된 제품 등을 고의로 파괴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재사용 및 수리 프로그램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코치뿐만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약속한 의류 및 패션 브랜드들이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지, 앞으로도 언론과 소비자의 감시가 필요한 상황!

 

▲ 파타고니아의 이동 수선 서비스 원웨어 트럭 ©파타고니아 페이스북

의류 수선, 순환패션의 중요한 축이 될 것! ♾️

의류 수선하면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파타고니아(Patagonia)입니다. 친환경 패션으로 알려진 파타고니아는 2013년 원웨어(Worn Wear) 캠페인 발표와 함께 수선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수선 전문가가 옷을 수선해주는 원웨어 스토어를 운영할 뿐만 아니라 2015년부터는 원웨어 트럭이 직접 찾아가는 수선 서비스 ‘원웨어 투어’를 전개했는데요. 무엇보다 ‘브랜드’를 막론하고 어떤 제품이든 무상으로 수선해준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높이 평가받았죠.

파타고니아의 원웨어 캠페인으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 의류 수선은 의류 브랜드에 ‘지속가능한 패션’을 위한 필수 관문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의류 수선을 전문으로 파고든 비즈니스 모델도 등장하고 있는데요.

2020년, 영국 런던에서는 고객과 지역 수선가를 연결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소조(Sojo)가 출시됐습니다. 또 지난해 10월 독일의 온라인 의류 소매기업인 잘란도(Zalando)가 디지털 옷장 관리 앱인 ‘당신의 옷장을 구해라(Save Your Wardrobe)’와 협업해 의류 수선 서비스를 선보였는데요. 앞으로 또 어떤 브랜드와 스타트업이 의류 수선에 뛰어들지, 그리니엄에서도 주목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