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80일 만에 본격적인 규제개혁이 시작됐습니다.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가 열린 지난달 28일 발표된 내용인데요. 이날 정부는 민간 주도 성장으로 경제 활력을 높이기 위해 1,004개의 규제개혁 과제를 발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같은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규제혁신태스크포스(TF) 팀 회의를 열고 단기간 내 개선 가능한 규제혁신 과제 50건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번에 발표된 규제혁신 과제는 ▲현장애로 해소, ▲신산업 창출, ▲보건의료 혁신, ▲환경, ▲입지, ▲금융 등 총 6개 분야로 나뉩니다.

그 중 ▲현장애로 해소, ▲환경, ▲신산업 창출 분야에 탄소중립과 순환경제 등 환경 산업 관련 규제혁신이 대거 포함됐는데요. 이 3개 분야를 중심으로 이번 규제혁신안이 국내 그린비즈니스를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지 정리했습니다.

 

현장애로 해소: LG화학·롯데케미칼, ‘플라스틱 솔루션’에 1.3조 투자 열려 💸

현장애로는 말 그대로 규제 등으로 인해 산업계가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뜻합니다. 이에 정부는 현장애로 해소에서 ‘규제 문제’로 투자 집행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규제 관련 불확실성으로 투자가 미뤄진 LG화학롯데케미칼 등을 위해 규제를 풀기로 했는데요. 두 기업의 사례를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한다면.

 

© LG화학 대산공장왼과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오 LG화학 롯데케미칼 제공
  • LG화학 🛢️: 지난 1월, LG화학은 충남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에 신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문제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 시설의 업종코드가 명확하지 않았단 것. 당시 산업단지는 업종코드 불분명하단 근거로 LG화학에 입주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에 정부는 해당 업종코드를 적극 해석해 LG화학의 산업단지 입주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입주 승인에 따라 LG화학이 발표했던 3,000억 원 투자도 예정대로 집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 롯데케미칼 🥤: 생분해플라스틱은 농업용 비닐 등 회수가 어려운 플라스틱 제품의 대안으로 주목받는데요. 하지만 높은 생산 비용 및 활용 문제로 그간 시설 확대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이 많았습니다. 이에 정부는 어망, 음식물쓰레기 봉투 등 생분해플라스틱 집중 필요분야를 선정하고, 의무 사용 규정을 마련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도록 할 계획임을 밝혔는데요. 덕분에 오는 2030년까지 생분해플라스틱 생산 시설에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롯데케미칼을 포함해, 관련 산업 투자가 안정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환경: 자원순환 폭 넓게 인정해, 순환경제 촉진할 것 ♻️

더불어 정부는 현행 자원순환 제도가 엄격한 탓에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한 성과 창출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일례로 국내 자원순환기본법에 따라, 폐기물이 순환자원으로 활용되기 위해선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아야 하는데요. 2020년 국가 폐기물 발생량은 1.9억 톤이나, 이중순환자원으로 인정받은 양은 단 0.8%인 169만 톤에 불과했단 것.

이에 정부는 순환자원의 재활용 유형을 확대하고 세부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어떻게 달라지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 열분해유 생산 설비를 시험 가동하는 공장 엔지니어왼와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솔벤트나프타의 일종를 살펴보고 있는 연구원오 SK이노베이션

1️⃣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이제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 가능! 🥤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재활용이 어려운 혼합플라스틱도 재활용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각광받습니다. SK지오센트릭(구 SK종합화학),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체도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로 친환경 납사(나프타·석유화학 기초원료) 생산에 성공했단 소식이 나오는데요.

그러나 현행법상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연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에 의하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석유화학 공정 원료로 투입할 수 없습니다. 앞서 기업들이 진행한 프로젝트들은 모두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규제 특례를 적용받은 덕에 가능했던 것인데요.

정부는 이번 규제혁신안에서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재활용 유형을 확대,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세부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이어 현행 폐기물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하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플라스틱, 섬유 등 다양한 제품 생산에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는데요. 정부는 이 경우 원유 플라스틱 생산에 비해 1톤당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85% 이상 감축된다고 강조했습니다.

 

© 한화솔루션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에 폐어구 등 해양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한 소재를 공급했다 한화솔루션

2️⃣ 해양플라스틱으로 만든 스마트폰, 재활용 실적으로 인정돼! 🌊

재생원료의 재활용 인정 기준도 확대됩니다. 현행법상 전기·전자제품에 재활용 원료를 사용해 재활용 실적을 인정받기 위해선 전기·전자제품에서 나온 원료를 사용해야만 했는데요.

예컨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해양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한 소재를 사용해도 재활용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 이 때문에 전기·전자제품 생산자의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 사용을 유도할 유인책이 부족하단 지적이 계속됐는데요.

이에 정부는 올해 9월까지 현행 ‘전자제품 등 자원순환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폐자동차, 폐생활용품 등 재활용 플라스틱 원료만 사용해도 다음연도 재활용 의무량에서 감면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정부는 플라스틱 재활용이 더욱 촉진돼 탄소배출 저감 및 순환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재활용 유형 확대로 순환자원의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커피박 폐치아 폐지방 Pixabay Unsplash 환경부

3️⃣ 의료폐기물, 커피박 등 재활용 유형 확대할 것! ☕

이번 규제혁신안에는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한국형(K)-순환경제 이행계획’의 진척 사항도 담겼는데요. 정부는 폐치아, 폐지방 등 의료폐기물 재활용과 관련해, 올해 말 폐기물관리법 개정을 마무리하고 내년 12월까지 관련 시행규칙 또한 개정하겠단 계획을 담았습니다.

커피박(커피찌꺼기) 재활용 용도도 확대됩니다. 그동안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버려졌던 커피박. 지난 3월 순환자원으로 인정돼 목재 가구, 비료 등에 재활용이 가능해졌는데요. 정부는 앞으로 발전연료, 축사깔개, 벽돌 제조 등 더 다양한 용도에 커피박이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산업 창출: 민간 주도로 친환경 모빌리티·에너지, 더 빠르게 확산 ⚡

정부는 또한 제도와 규제가 시장의 기술발전과 혁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친환경 모빌리티, 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시장 및 비즈니스 창출에 제약이 생기고 있는 상황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모빌리티와 에너지 분야에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여러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는데요.

 

© 2023년 미국 LA에서 출시될 이동식 키오스크방식 전기차 충전 로봇왼과 일본 해운사 NYK 라인에서 개발한 암모니아 연료 선박오 EV Safe Charge NYK

4️⃣ 친환경 모빌리티, 전기차 세제감면·보조금 인정 절차 간소화! 🚗

정부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빠른 보급을 위해 친환경차의 세제감면과 보조금 인정에 걸리는 절차를 간소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관련 규정을 개정해 검토에 걸리는 기간을 절반가량 단축하겠단 것인데요. 이를 통해 친환경차 보급을 가속하겠단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더불어 현재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는 아파트, 백화점 등 건물 지하주차장을 비롯해 건물 내 사용 자체가 금지돼있는데요. 이에 정부는 올 연말까지 안전성 인증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통해 2025년까지 8,000억 규모로 빠르게 성장할 국내 전기차 시장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전기차 소유자의 충전 편의를 제고할 수 있다고 정부는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11조 원의 경제적 효과가 기대되는 친환경 선박산업의 시장 창출을 위한 규제혁신안도 나왔습니다. 암모니아 연료로 움직이는 선박이 대표적인 친환경 선박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암모니아는 수소보다 저장·운송에 편리한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으나, 현재 국내에는 관련 기준이 없어 암모니아 추진선 건조와 운항이 불가능합니다. 정부는 이에 관련 검사 기준을 마련해 친환경 선박산업을 육성하기로 했습니다.

 

© iStock

5️⃣ 재생에너지, 건물 옥상에 풍력발전기 설치 허용돼 🍃

풍력, 태양광, 수소 등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규제혁신안도 담겼습니다.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설비의 경우 이격거리에 대한 기준이 지방자치단체별로 상이한데요. 이격거리란 지자체가 주민 보호를 위해 설정한 재생에너지 발전시설과 주거지역의 최소거리입니다.

정부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필요시 상한선을 법제화해 이격거리를 과도하게 설정하는 것을 방지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덕분에 재생에너지 설치 가능 지역이 늘어나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이와 함께 학교, 아파트, 공장 등 건물 옥상에 풍력 발전시설 설치가 허용됩니다. 현행법상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 발전시설만 설치 가능했는데요. 정부는 규제혁신안 덕에 소규모 풍력시설, 하이브리드(태양광+풍력) 시설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 시설 설치가 가능해져 재생에너지 보급이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한국가스공사(KOGAS) 소유의 수소운반차량을 수소공급업체에 임대할 수 있도록 허용해 공급단가 인하와 수소공급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7월 28일 열린 경제규제혁신TF회의에 참석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규제혁신을 국가의 미래가 달린 시대적 과제임을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규제혁신은 시대적 과제… 환경 분야 과제는 8월 초 추가 발표 예정 🗓️

경제규제혁신TF의 공동팀장을 맡은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발표에서 “규제혁신은 한두 번의 이벤트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 5년 내내 추진해야 하는, 그리고 국가의 미래가 달린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는데요.

추경호 부총리는 “오늘 발표되는 50건 이외에도 많은 과제가 TF에서 논의 중”이라며 “특히, 환경 및 데이터 분야 등 일부 규제개선 과제는 조속히 검토를 마무리해 8월 초 별도 계기를 통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