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을 수리할 수 있는 자가수리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삼성 갤럭시 시리즈 등 일부 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수리할 수 있도록 부품 구입과 수리 가이드라인이 포함된 자가수리(Self-Repair) 프로그램을 미국에서 시작했다고 삼성전자가 지난 2일(현지시각) 발표했는데요.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4월 자가수리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갤럭시S20, 갤럭시S21, 갤럭시탭S7플러스(+)부터 자가수리 지원을 시작해, 적용 모델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 온라인 수리 가이드에는 수리 난이도와 단계 소요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iFixit 홈페이지 갈무리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이제 집에서도 수리 가능해! 🔧

삼성전자의 자가수리 프로그램 도입으로 갤럭시S20, S21 시리즈 그리고 갤럭시탭S7플러스 모델을 보유한 미국 소비자들은 8월 2일부로 자가수리가 가능해졌습니다.

삼성전자는 아이픽스잇(iFixit)과 협력해 자가수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요. 아이픽스잇은 전자제품 수리를 돕는 수리 전문 커뮤니티 사이트로, 소비자들에게 무료 수리 가이드라인을 제공합니다. 아이픽스잇은 또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판매 중인데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소비자들은 삼성 오프라인 매장, 서비스센터, 아이픽스잇 홈페이지를 통해 자가수리에 필요한 재료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정품 부품만 구매할 수도 있고, 드라이버·핀셋 등 수리 도구가 포함된 자가수리키트(Self-Repair Kit)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자가수리 중 나온 폐부품만 반품하는 무료 반품 서비스도 시행된다고 삼성전자는 덧붙였습니다.

 

© 갤럭시S21에서 수리 가능한 부품 왼쪽부터 액정과 배터리 어셈블리Screen and Battery Assembly Replacement 충전포트USB C Charging Port and Daughterboard Replacement 후면커버Back Cover Replacement iFixit 홈페이지 갈무리

이번 프로그램은 3개 모델(갤럭시S20, S21 시리즈, 갤럭시탭S7플러스)의 ▲액정화면, ▲충전포트, ▲후면커버 수리가 포함됩니다. 수리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에는 단계별 사진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데요. 가이드라인은 아이픽스잇에서 제공하는 자가수리를 위한 온라인 수리 가이드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리 가이드라인에서는 수리 난이도, 단계, 소유시간 및 필요 도구 목록의 확인이 가능합니다.

가령 갤럭시S21의 경우 액정화면, 충전포트, 후면커버를 정품 부품으로 교체하는데 각각 51단계, 31단계 18단계를 거쳐야 하는데요. 소비자들은 사진과 함께 상세한 단계별 가이드를 통해 수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은 홈페이지에서 단계별 댓글을 달아 서로의 유용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습니다.

 

© iFixit 페이스북 갈무리

자가수리하는 이유, 뭐니뭐니해도 ‘머니’? 💸

그러나 부품 구입, 배송시간에 수리 시간도 많이 드는 자가수리가 굳이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전자제품의 경우 서비스센터 접근성 및 높은 수리비 문제로 소비자들이 수리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고장 난 제품을 폐기하고 신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며 전자폐기물 발생량이 증가하고 있는데요. 이는 곧 온실가스 배출량(GHG) 및 유해물질로 이어져 환경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제품 구매로 인한 비용 부담 문제로 이어지는데요.

이때 접근성과 비용 부담 문제를 모두 해결할 방법이 자가수리입니다. 소비자가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지 않아도 집에서 직접 수리할 수 있을뿐더러,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인데요. 갤럭시S21를 사례로 살펴볼까요?

 

© 아이픽스잇에서 구매 가능한 수리 키트 수리 도구를 포함해 구매할 수 있고왼 부품만 구매할 수도 있다오 iFixit 홈페이지 갈무리

삼성전자 미국 홈페이지에서는 갤럭시S21의 액정화면 교체 비용을 199달러(한화 약 26만원)로 안내합니다. 반면, 자가수리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 수리 도구를 포함한 키트는 167.99달러(한화 약 22만원)인데요. 수리 부품만 구입할 경우 160.99달러(한화 약 21만원)입니다. 즉, 자가수리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약 4~5만 원가량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한편, 지난 4월 삼성전자는 제품 수리에 중고기기에서 나온 재생부품을 활용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삼성전자는 재생부품을 활용하면 기존 20~30만 원이 나오던 액정화면 파손 수리비를 절반까지도 낮츨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추후 자가수리 프로그램과 재생부품 활용 정책이 결합한다면 현재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자가수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 자가수리 장점? 비용만 있는 게 아니라고! 🇪🇺
수리는 제품의 수명을 늘려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재활용보다 추가적인 에너지·자원이 덜 소모되면서도 제품의 가치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단 장점이 있는데요. 즉, 순환경제 관점에서 수리는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한단 뜻입니다. 유럽환경국(EEB)는 유럽 낸 모든 스마트폰의 수명을 1년 연장할 경우 매년 21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 지난 4월 구글은 아이픽스잇과 협력해 자사 스마트폰인 픽셀2부터 픽셀6의 자가수리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iFixit 페이스북 갈무리

비용과 환경 부담 모두 낮출 수 있는 자가수리, 그럼 한국은? 🇰🇷

허나, 아쉽게도 삼성의 자가수리 프로그램은 현재 미국에서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삼성과 함께 애플(2021년 11월)과 구글(2022년 4월)도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가수리 프로그램을 지원 중인데요.

이미 미국은 12개 이상 주에서 소비자의 ‘수리권’을 지원하는 법률이 통과됐습니다.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가수리권 보장을 위한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자가수리 논의가 급물살을 탔기 때문입니다. 최근 6월 뉴욕주에서도 수리권을 보장하는 공정수리법(Fair Repair Act)이 주 상원을 통과했습니다.

영국에서는 이미 수리권이 법제화됐습니다. 유럽연합(EU)과 인도 또한 수리권 법제화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수리할 권리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아직 계류 중인 상황입니다. 삼성전자는 미국과 달리 서비스센터가 많은 국내의 경우 자가수리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단 점을 언급했는데요. 그러면서도 삼성전자는 소비자 권리 보장 차원에서 국내에도 자가수리 프로그램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단 의사를 밝혔습니다.

 

© 현재 삼성전자는 7가지 제품에 한해 자가수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iFixit 홈페이지 갈무리

반갑지만 아쉬운…손쉬운 스마트폰 자가수리 언제부터 가능할까? 🤔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삼성전자. 업계 1위인 삼성전자의 자가수리 프로그램 도입은 전자폐기물 발생량 감소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만, 아직 자가수리를 지원하는 제품군이 적단 것이 아쉽단 의견이 제기됩니다. 갤럭시S22나 중저가 라인업, 갤럭시 워치, 노트북 등 일부 제품군은 자가수리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는데요. 액정화면·충전포트·후면커버만 수리 가능한 것도 아쉽단 의견이 제기됩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앞으로 더 많은 제품과 수리 선택을 확장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 갤럭시탭S7플러스는 총 71단계를 거쳐야 분해할 수 있다 iFixit 홈페이지 갈무리

수리 단계가 복잡하단 지적도 제기됩니다. 일례로 갤럭시탭S7플러스의 배터리 교체를 위해선 71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예상 소요시간만 12시간인데요.

물론 갤럭시S21+처럼 7단계만 거치면 되는 간단한 수리도 있으나, 이번에 공개된 수리 항목 중 절반 이상이 20단계를 넘어가는 상황. 이는 해체까지의 단계만 셈한 것으로, 조립 과정까지 더하면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문제는 복잡한 수리 방법이 사람들의 자가수리 접근을 어렵게 만든단 것인데요. 이 때문에 자가수리 문화 정착을 위해선 접근성과 함께 수리용이성도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기업이 소비자의 수리권을 기꺼이 보장하려면 “애초에 더 수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라”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