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우리나라 국민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분석한 첫 보고서가 발간됐습니다. 22일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제1차 기후보건영향평가 결과보고서’에 담긴 내용인데요.

질병청은 기온·대기질·감염병 등 3개 영역 및 31개 지표를 중심으로 건강보험 자료 및 국가응급진료정보망 자료 등을 분석해 최근 10년간의 기후변화 건강 영향을 평가했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우리 국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으로, 향후 취약계층 건강 영향 등 심층 연구를 강화할 계획”임을 밝혔는데요. 기후변화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친다는 것일까요?

 

© NOAA, 홈페이지 갈무리

영·미는 일찌감치 기후변화 건강 영향 보고서 발간…우리나라도 대열 합류 🇰🇷

일찍이 영국과 미국은 우리보다 앞서 기후변화가 자국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한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영국 보건부와 보건안전국은 2002년과 2008년에 각각 관련 보고서를 공개했는데요. 지난해 최신 영국 기후변화 예측 자료와 함께 4번째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 산하 글로벌변화연구프로그램(USGCRP)의 주도하에 4년마다 국가기후평가(NCA)를 진행 중입니다. NCA는 농업, 에너지 생산 및 사용, 생물다양성 등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치는 모든 분야를 종합해 평가하는데요. 여기에 건강 및 복지 부분이 들어가 있죠. NCA는 현재 4차까지 완료됐고, 2023년 5번째 보고서가 도출될 계획인데요. 위 보고서들은 모두 국가 보건정책 설계에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의 기후보건영향평가는 5년 주기로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 영향을 조사·평가하도록 한 보건의료법 제37조의 2에 따라 실시됩니다. 해당 법은 2017년에 신설됐는데요. 법안 신설 후 관련 지표 및 평가 매뉴얼 수립에 작업이 들어갔고, 지난해 처음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 Columbia University’s Mailman School of Public Health, 홈페이지 갈무리

여성 보다는 남성, 고령일수록 기후변화에 취약해 💊

기후변화는 인간의 건강에 직접적·간접적 영향을 미칩니다. 직접적인 건강 영향은 고온 노출에 의한 생리학적 효과, 호흡기질환과 심뇌혈관질환 같은 비전염성질환 발생 등을 말하는데요. 가뭄이나 홍수 등 극한 기상현상에 의한 직접적인 외상과 사망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간접적 건강 영향은 생태계 변화, 음식과 수질 변화로 인한 감염병 발생을 말하죠.

여기에는 성·연령·경제적 수준·기저질환 등 사회 및 행동적 요인을 비롯해, 거버넌스와 기관 등 환경 및 시설적 요인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데요. 이러한 요인들은 개인 및 집단 건강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취약계층이 65살 이상의 노인, 여성보다는 남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기후변화로 인한 초과사망자*가 최근 10년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는데요. 현재 초과사망자는 연평균 2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구체적으로 보고서에 들어간 핵심 내용을 살펴본다면.

*초과사망: 일정 기간에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수준을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단 뜻인데요. 통상적으로 전망한 사망에 특정 원인이 더해져 추가로 일어난 사망을 말한다고.

 

© Zac Durant, Unsplash

1️⃣ 폭염: 온열질환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자, 입원환자, 사망자 급증 모두 확인 🌡️
열사병과 열탈진 등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으로 인해 응급실 방문자, 입원환자, 사망자가 급증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지난 10년간, 온열질환 사망자는 연평균 14.3명이었으며, 최근 10년 중 전국 폭염일수가 31일로 가장 많았던 2018년에 가장 많은 48명의 사망자가 집계됐습니다.

온열질환 외에도 심혈관질환, 급성 신장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가 증가한 것이 파악됐는데요. 보고서는 평균 체감온도가 상승할 때 내분비계의 영향으로 당뇨병이 악화될 수 있고, 극한 더위가 일주일 이상 지속될 경우 급성신부전 등 신장질환으로 인한 병원 입원 증가가 보고됐단 등의 타 기관 연구 결과도 제시했습니다.

 

2️⃣ 한파: 65세 이상 남성일수록 한랭질환 및 추위로 인한 사망자 수 높아 ❄️
폭염과 마찬가지로 2018년이 전국 평균 한파일수가 12일로 가장 많았는데요. 해당연도에 동상과 저체온증 등 한랭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급증한 것이 파악됐습니다. 더불어 한랭질환 및 추위로 인한 사망은 65세 이상 남성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했습니다

다만, 보고서는 극한 기온 중 폭염에 비해 한파의 건강 영향 연구는 국제적으로도 부족한 상황임을 지적했는데요. 향후 심뇌혈관질환 등 한파와 관련된 건강 결과를 추가로 분석해 저온의 건강 영향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Giacomo Carra, Unsplash

3️⃣ 대기질: 최근 10년간 대기 중 오존 농도 상승으로 초과사망자 2배 이상 증가 ☁️
최근 10년간(2010~2019년) 대기 중 오존 농도 상승으로 인한 초과사망자가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2010년 1,248명에서 2019년 2,890명으로 증가한 것인데요. 온열질환 및 한랭질환과 마찬가지로 대기 중 초미세먼지와 오존의 노출로 인한 초과사망자수도 65세 이상 남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최근 5년간(2015~2018년)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다소 감소함에 따라, 초미세먼지 노출에 의한 초과사망 및 심뇌혈관질환 초과사망자, 초과입원자 수는 대폭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보고서는 또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초미세먼지 배경농도가 높고 오존 농도 역시 매년 증가하는 추세임을 설명했는데요. 이에 대한 질병부담이 높아 추후 온실가스 감축 등으로 인한 대기질 개선 여부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4️⃣ 감염병: 기후변화로 인해 모기매개질환 급증 예상돼 🦟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감염병 양상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질환으로 모기매개질환을 꼽았는데요. 국외에서만 발견되고 있는 병원체가 국내로 유입되는 횟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감시체계 평가 및 감시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한편, 10년간(2010~2019년)간 뎅기열과 웨스트나일병 등 모기매개 감염병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국민건강정보 DB에 따르면, 기온 관련 장감염질환 입원환자 연평균 발생률이 2010년 6.1명에서 2019년 10.1명으로 1.7배 증가했습니다.

 

©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제공

정은경 질병청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영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실태 파악을 가장 서둘러야 한다”며 “기후병이란 질병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기후변화에 따라 기존 감염병이나 만성질환의 발생 양상이 변하는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이어 “기후 영향을 많이 받는 질환의 평소에 발생 상황을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