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많은 폐기물이 배출되는 도시, 바로 뉴욕입니다. 그렇다면 뉴욕에서 가장 많이 배출되는 폐기물은 무엇일까요?

인공지능(AI) 기반 디자인 플랫폼이 이 질문에 대해 한 장의 사진으로 답했습니다. 그 사진에는 식품폐기물로 만든 가상의 접시가 담겼는데요.

영국 런던 디자인 스튜디오 오이오(Oio)가 공개한 ‘공간의 사물(Products of Place)’ 프로젝트의 내용입니다. 스웨덴 글로벌 가구 기업 이케아(IKEA) 산하 디자인 연구소 ‘스페이스10(Space10)’과 협업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AI를 사용해 전 세계 도시의 폐기물을 탐색하고, 이를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탄생하는데 주목했습니다.

 

▲ 이케아의 디자인 연구소 스페이스10의 ‘AI 시대의 디자인’ 전시회에서 ‘공간의 사물’ 플랫폼을 살펴보고 있는 관람객의 모습. ©Seth Nicolas, Space10

‘공간의 사물’은 세계 140여개 도시에서 각각 가장 많이 나온 폐기물을 사용해 만든 ‘순환접시’의 가상 사진을 탐색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지도형 플랫폼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디자인 분야에서 AI의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해 스페이스10이 6월 5일(현지시각) 개최한 ‘AI 시대의 디자인(Design in the Age of AI)’ 전시회에서 공개됐습니다. 전시회는 오는 11월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의 스페이스10 갤러리에서 열립니다.

플랫폼 내 지도에서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면, 위치에 해당하는 ▲도시 지명 ▲그 지역에서 가장 많이 버려지는 폐기물 종류 ▲그 폐기물을 재료로 만들어진 가상의 접시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지역 및 폐기물에 대한 문화적 배경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 폐기물을 재순환할 수 있는 분야·사례에 대한 설명도 볼 수 있습니다.

플랫폼을 제작한 오이오 스튜디오는 “디자이너들이 더 나은 재료를 선택하고 지구와의 관계를 재조정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설명합니다.

스튜디오는 현지에서 가장 풍부하게 나는 폐기물을 재료를 사용해 순환접시를 만든다는 아이디어를 도출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아이디어에는 2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먼저 세계 도시 각지에서 어떤 폐기물이 가장 많이 배출되는지를 알기 어렵다는 점. 다른 하나는 찾아내더라도 폐목재·생선뼈·선박 컨테이너 등 현실적으로는 접시 이미지를 떠올리기 어려운 폐기물이 대부분이라는 점입니다.

 

▲ 스튜디오 오이오는 챗GPT를 사용해 세계 각 도시별로 가장 풍부한 폐기물을 포함한 데이터를 수집, 처리했다. ©Oio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로 스튜디오는 AI를 선택했습니다.

가장 먼저, 텍스트 기반 대화를 통해 쉽게 정보를 찾아내고 정리해 알려주는 생성AI 챗GPT(ChatGPT)입니다.

스튜디오는 챗GPT를 사용해 140여개 도시의 ▲이름 ▲지리 정보 ▲가장 풍부한 폐기물과 그 이유 등을 수집했습니다. 이후 알고리즘이 제품의 수명주기와 문화적 특성 등 지역적인 변수를 고려하도록 레이어와 프롬프트를 다듬었습니다.

즉, 제품 디자인을 설명하는 텍스트에 해당 도시의 지역적 변수를 고려해 기능과 재료·용도·제조능력· 미학·문화적 선호도 등이 반영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그다음으로는 생성된 텍스트를 접시 사진으로 구현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스튜디오는 또 다른 생성AI인 미드저니(Midjourney)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미드저니는 자연어 처리, 머신러닝(ML), 딥러닝 등을 사용해 텍스트를 시각적 이미지로 만들어주는 이미지 생성AI입니다.

덕분에 일반적이지 않은 폐기물을 사용한 접시까지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구현됐습니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일본 도쿄의 생선비늘 순환접시, 러시아 하바롭스크의 연어 생선 가시 순환접시, 독일 함부르크의 선박 컨테이너 순환접시, 호주 브리즈번의 테니스공 순환접시, 리투아니아 빌니우스의 직물 스크랩 순환접시 모습. ©Oio

덕분에 각 도시의 순환접시에는 해당 도시의 산업적·문화적 특성이 드러납니다.

이웃나라 일본 도쿄의 경우 생선비늘이 순환접시의 소재로 꼽혔습니다. “도쿄는 생선 가공의 주요 중심지”라고 설명하는데요. 이러한 비늘은 필름·종이의 원료나 보석 등 액세서리로 업사이클링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 하바롭스크의 연어 생선가시 접시도 독특한 접시 디자인을 자랑합니다. “연어 어업 및 가공의 주요 중심지”이며 연어 가공 과정에서 많은 연어 부산물이 버려지는 하바롭스크의 특성이 반영됐습니다.

이밖에도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의 직물 스크랩 순환접시, 호주 브리즈번의 테니스공 순환접시, 독일 함부르크의 선박 컨테이너 등 다양한 폐기물로 만든 순환접시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 왼쪽 위부터 아래로 서울의 커피박 순환접시, 미국 시애틀의 커피박 순환접시, 캐나다 퀘벡의 커피박 순환접시 모습. 오른쪽은 위부터 인천 전자폐기물 순환접시와 부산 폐식용유 순환접시 모습이다. ©Oio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의 경우 ▲서울은 커피박(커피찌꺼기) ▲인천은 전자폐기물 ▲부산은 폐식용유가 주요 소재로 꼽혔습니다.

사무직과 서비스직이 몰려 있는 서울과 전자부품 공장 및 공단이 몰려있는 인천의 특성이 잘 반영됐습니다. 부산의 경우 “식문화가 발달”했단 점에서 폐식용유가 많이 배출된다고 플랫폼은 설명됐습니다.

주 폐기물이 같아도 도시마다 순환접시 이미지가 달랐단 점도 독특합니다.

커피박이 꼽힌 도시는 서울 외에도 미국 시애틀과 캐나다 퀘벡 등이 있습니다. 3곳 모두 커피박이 선택됐음에도 접시 사진은 각각 달랐는데요. 이는 각 도시마다의 문화와 지역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플랫폼에서 제시하는 도시별 폐기물에 대한 정보의 신뢰성은 높지 않은 편입니다. 챗GPT 등의 생성AI의 정확성 문제와 관련됩니다.

일례로 판다연구기지가 자리한 중국 청두의 경우, 판다 배설물로 만든 순환접시가 소개됐습니다. 그러나 판다연구기지에 서식하는 판다는 100마리도 채 되지 않습니다.

 

▲ 이케아의 디자인 연구소 스페이스10는 오이오 스튜디오와의 협업에 대해 ‘AI를 사용하여 진정으로 지속가능하고 지역화된 방식으로 디자인’하려는 시도였다고 평가했다. ©Space10

오이오 스튜디오의 공동설립자인 마테오 오글리오는 이러한 과정이 전통적으로 접시가 생산되던 방식을 과장한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인류는 이전부터 자신이 생활하는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해 접시를 만들어 왔다는 것.

다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접시 제작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는 소재’에 대한 편견을 뛰어넘기 위해 노력했다는 설명입니다.

동시에 스튜디오는 지역별 폐기물을 들여다봄으로써 현대 산업의 세계화된 공급망으로 인해 지역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한 선입견도 타파하고자 했습니다.

남미에서 생산되는 커피가 정 반대편 한국의 서울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폐기물이 된 것처럼, 지역별로 풍부한 폐기물이 우리의 예상과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스튜디오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AI를 통해 우리의 보편적 인식의 틀을 깨고, 디자이너들이 더 지속가능한 소재를 탐구할 수 있도록 돕기를 바랐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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