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탄소중립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수출기업 및 협력사에 대한 탄소배출량 측정·보고·검증(MRV) 체계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당장 올해 10월부터 유럽연합(EU)으로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기·수소 등 6개 제품군 수출하는 기업들은 탄소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합니다.

탄소배출 측정 범위 확대에 따른 국내 기업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탄소발자국 점검(모니터링) 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국내 기술 육성전략이 마련됐습니다.

지난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 탄소중립기술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제7회 회의에서 ‘디지털 기반 탄소발자국 점검 기술 육성 전략안’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기업 탄소배출 측정 부담 줄이기 위한 기술 전략안에 담긴 내용은? 🤔

과기정통부는 전략안에 대해 “국내 기업의 탄소배출 측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금년부터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전략안 육성 방향에 맞춰 사업을 기획하여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특위는 크게 ①측정 ②보안 ③지원 ④기반 등 총 4개 분야로 나누어 기술 육성전략을 논의했습니다.

 

▲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내 강웅 박사 연구팀이 굴뚝을 모사한 장치로 산업 현장 내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1️⃣ 측정: 신속정확한 탄소발자국 모니터링 기술 확보 🔍

국가 탄소중립 정책 컨트럴타워인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지난해 10월 출범식에서 데이터 기반 탄소배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탄녹위는 탄소중립 연구개발(R&D) 실증에서 탄소배출 측정감지기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적극 활용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탄소배출 측정 신뢰도를 향상하고자 ▲탄소배출 측정감지기(센서) ▲제품 단위 탄소배출값 산정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먼저 센서는 고온이나 화학반응 공정에서도 견디되 실시간으로 탄소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도록 내열·내부식성으로 개발한단 것이 과기정통부의 설명입니다.

소프트웨어의 경우 제품 공정별로 획득한 데이터를 재가공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환경성평가목록 데이터베이스(LCI DB)’를 종합적으로 활용해 실시간으로 탄소배출값을 산출하도록 만들 방침입니다.

LCI DB란 전과정평가(LCA)를 위해 필요한 데이터베이스(DB)를 뜻합니다.

LCA는 제품 관련 원료 채취부터 수송, 생산, 폐기 등 사용 ‘전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책정한 것을 말합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LCA 방법론으로 탄소량 추정치가 계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요구하는 높은 데이터 품질을 충족”하며 “기업의 개별 환경에 맞춰 실시간으로 탄소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정부는 밝혔습니다.

 

▲ 정부는 공급망 내 탄소배출 정보 교환 시 기술 유출 우려 등을 막기 위해 보안기술을 개발해 확보할 방침이다 ©VMware

2️⃣ 보안: 공급망 전반 탄소발자국 보안 강화 🔒

LCI DB에는 제품별 공정 관련 데이터가 들어갑니다. 가령 전기자동차 리튬이온배터리 제작에 어떤 원료가 사용됐고, 재료 배합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등이 설명돼야만 합니다. 이는 곧 기업에게는 영업상 비밀이거나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단 우려가 있단 것입니다.

정부 역시 보안 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과기정통부는 “공급망 전반에서 탄소배출 정보 교환 시 기술 유출 우려가 없는 보완기술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규모 공급망과 소규모 공급망 각각을 대상으로 ▲공유 플랫폼 기술 ▲P2P(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보안기술 등이 개발됩니다.

공유 플랫폼은 대규모 공급망을 대상으로 합니다. 기초 DB를 국제 규격에 맞춰 표준화하고, 참여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통합시스템 형태로구축됩니다.

반면, P2P 보안기술은 소규모 공급망을 대상으로 합니다. 분산원장* 등 데이터 보안기술을 활용해 공급망 기업 간에 탄소배출량 산정에 필요한 정보를 안전하게 공유·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분산원장: 거래 정보를 담은 원장 데이터를 중앙 서버가 아닌 분산화된 네트워크에서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기록 및 관리하는 것. 이를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블록체인이다.

 

▲ 2022년부터 정부는 MRV 체계가 미흡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Zen Lee

3️⃣ 지원: 중소기업 탄소발자국 모니터링 기술 역량 강화 💼

EU CBAM에 따라 한국 철강 기업들이 관련 인증서 구매비용에만 2,583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제품 내 배출량 MRV에 필요한 부수적 행정비용도 급증할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습니다. 특히,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정보 접근성과 자금 등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이에 정부는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공정별 측정 기술을 체계화할 방침입니다. 중소기업이 저비용으로 제품 내 탄소배출값을 자체 측정할 수 있도록 공정별 배출량 산정이 가능한 특화 모듈을 개발해 지원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측정 기술을 실증·운영할 수 있는 ‘리빙랩(Living Lab)’도 구축됩니다.

한편, 지난해 정부는 MRV 역량이 미흡한 중소기업에 탄소배출량 측정·검인증 비용을 지원하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밝힌 바 있습니다.

 

4️⃣ 기반: 탄소발자국 모니터링 기술 지원 기반 확충 ⚖️

정부는 ▲탄소측정 표준·기술 확충 ▲기술 전담기관 설치 등을 통해 탄소발자국 대응에 필요한 지원 기반도 확충할 계획입니다.

단기적으로 철강과 이차전지 등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을 대상으로 탄소배출 측정 표준 DB가 개발됩니다.

이 표준 DB는 주력 수출품의 전주기 탄소배출량 측정기술 관련 정보를 담을 에정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탄소중립 R&D 실증단계 시 관련 측정 기술이 연계되도록 지원할 방침입니다.

또 ‘범부처 탄소중립 기술혁신 로드맵’에서 실증 단계에 진입하는 기술에 대해서도 탄소배출 측정 DB 병행 개발을 권고할 것이라고 정부는 덧붙였습니다.

탄소발자국 모니터링 기술 전담기관도 운영됩니다. 이 기관은 관련 기술 검토 및 기술 수요 등을 도맡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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