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환경계획(UNEP)에 의하면 전후 재건 작업은 막대한 양의 폐기물과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재건 과정에서 폐기물과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도록 도로와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을 설계하면 어떨까요?

실제로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 방위산업주도그룹 책임자인 신시아 쿡은 전후 재건 작업이 우크라이나가 녹색에너지 리더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신시아 쿡 연구원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각) 논평에서 “친환경 건축 기술은 에너지와 물소비량을 절약할 수 있다”며 산림 복원 투자 등 회복탄력적 재건(Resilient Reconstruction)의 중요성을 역설했죠.

기후변화와 순환경제까지 고려한 재건 작업은 분명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우크라이나 보다 앞서 일어난 여러 분쟁 및 재난 지역에서는 회복탄력적인 재건 작업이 이뤄진 바 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더 나은 재건을 위한 기술과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 Jenny Nichols

아프간·이라크 재건 프로젝트, 순환도시와 연결돼! ♻️

40여년에 걸친 오랜 분쟁으로 주요 사회기반시설이 큰 타격을 입은 아프가니스탄. 주요 국제기구는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위해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앞다퉈 진행했죠. 세계은행의 국제개발협회(IDA)는 안전과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둔 도시 재건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아프간 제2의 도시인 칸다하르에서 진행된 자전거 전용 도로 건설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아프간 인구의 4분의 1은 직장과 학교 통근(통학)을 자전거를 이용합니다. 아프간 인구 상당수가 저소득이므로 자동차를 살 여유가 없기 때문인데요. 분쟁으로 도로 곳곳이 파괴됨에 따라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여러 사고를 당했죠. 여기에 종전 후 아프간 내 차량 수가 증가함에 따라 자동차와 차량이 충돌하는 사건이 빈번해진 것도 문제로 떠올랐는데요.

이에 IDA는 칸다하르 도로 재건 프로젝트와 함께 신규 자전거 전용 도로 건설도 진행했습니다. 도로 옆에는 자전거 전용 도로와 함께 배수로가 설치됐는데요. 아울러 재건 사업은 현지 인력을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했을뿐더러, 현지에서 자재를 조달해 탄소배출량과 폐기물을 최대한 줄였죠.

 

© 키이우 TV타워가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은 모습왼과 포격으로 붕괴된 아파트 내부 모습 Kyiv Independent 트위터 갈무리

한편, 이웃나라인 이라크는 국제테러조직 이슬람 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과의 분쟁 후 주택 재건 계획 수립에 나섰는데요. 당시 주택 1만여채를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빠른 시간에 재건한단 구성안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앞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의 재건 프로젝트 사례는 순환도시(Circular City)와 어느정도 연결돼 있습니다. 제품·부품·원자재 가치를 최대한 오랫동안 활용해 무분별한 천연자원 채굴을 방지하는 순환도시. 오염을 줄이고 폐기물을 최대한 재활용하고 재사용함으로써 도시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인데요. 순환도시로의 전환은 ▲시민 복지 향상, ▲생물다양성 보호, ▲온실가스 감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폴리케어의 작업 모습 Polycare 페이스북 갈무리

온실가스 및 폐기물 감축까지 고려한 재건 기술은? 🔨

물론 앞서 소개한 사례들이 완전히 순환도시를 위한 프로젝트로 분류하긴 어려운데요. 재건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폐기물 감축까진 고려한 재건 기술을 묶어 소개한다면.

 

1️⃣ 폐기물로 콘크리트 만든 폴리케어 🏗️

일반적으로 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해선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합니다. 독일에 본사를 둔 폴리케어(Polycare)란 기업은 물을 사용하지 않고 콘크리트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했는데요. 뿐만 아니라, 사막 모래나 폐기물을 재활용해 콘크리트를 만들죠.

폴리케어는 89%의 충전재와 11%의 폴리에스터(PE) 수지로 구성된 폴리머(Polymer) 콘크리트를 이용해 가정용 주택을 짓고 있는데요. 폐기물이 주재료로 들어간 덕에 탄소배출량과 건설 비용 모두 낮습니다. 이에 폴리케어는 자사의 재료를 이용할 경우 기존 건축 방식보다 60% 더 적게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아울러 폴리케어의 폴리머 콘크리트는 레고처럼 쉽게 붙일 수 있단 것도 특징인데요. 기존 콘크리트보다 빠르게 마르는 특성 덕에 빠르면 10일 안에 집을 지을 수 있을뿐더러, 단열재 역할도 제대로 수행합니다.

이미 주택 부족난을 겪고 있는 나미비아에서는 폴리케어의 콘크리트를 활용한 주택 건설 계획이 시작됐는데요. 기존 주택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단기간에 만들 수 있단 특징 덕에 저소득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 손상된 주택에서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접착 필름 🎞️

분쟁으로 인한 강제 이주는 자연재해로 인한 이주보다 장기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대피소 보다는 포격 등으로 피해를 입은 건물에 거주하는 시민들도 많은데요.

스위스 디자이너 레그 토그니는 분쟁지역의 손상된 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창문 수리를 돕는 접착 필름 ‘즉석창문(Instant Window)’을 개발했습니다.

필름은 폴리에틸린(PE)로 구성돼 있는데요. 단열재 역할도 할 수 있어 양탄자나 널빤지보다 단열성이 높고, 빛이 투과할 수 있단 것도 장점입니다. 무엇보다 생산과 설치비용 모두 저렴한 것이 이점이죠.

 

© 러시아군 폭격으로 파괴된 수도 키이우의 쇼핑몰 모습 우크라이나 외교부 제공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종전 선언이 언제 들릴지 기약조차 없는 상황인데요. 유럽연합(EU) 등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전후 재건에 필요한 소재들은 모두 저탄소 소재로 진행돼야 한단 말이 들려옵니다. 이리나 스타브척 우크라이나 환경천연자원부 차관은 재건 과정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요.

우크라이나 뿐만이 아니라 향후 일어날 모든 분쟁에서 모두 순환적이고 기후친화적인 재건 기술이 무엇일지 연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일은 전쟁 그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