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재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주요 발생원 중 하나입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의 약 36%가 포장재에 사용된다고 설명합니다. UNEP 산하 환경 이니셔티브인 시써큘러(SEA Circular)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용기·포장재 폐기물은 한국에서 발생한 도시고형폐기물의 28.1%를 차지합니다.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선 포장재 솔루션 개발이 시급한 상황. 이에 2023년을 맞아 포장재 산업에서 일어날 포장재 혁신 트렌드에 대한 전문가의 전망이 나왔습니다.

지난 4일(현지시각) 세계 최대 제과업체 중 하나인 몬델레즈(Mondelez)의 전 수석과학자이자 컨설팅기업 어드바이저리포팩(Advisory4Pack)의 창립자인 패트릭 푸아테빈이 내놓은 것인데요.

그는 올해 포장재 산업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혁신 4가지를 꼽았습니다. 2023년 주목해야 할 지속가능한 포장재 혁신은 무엇인지, 주요 사례와 함께 정리했습니다.

 

▲ 파보코가 2022년 3월 공개한 차세대 종이병왼과 2021년 코카콜라와 협업해 개발한 1세대 종이병오 1세대 종이병이 플라스틱을 65가량 줄인 데 비해 차세대 종이병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15로 대폭 줄이는데 성공했다 ©PABOCO The Coca Cola Company

1️⃣ 종이 포장의 진화 📦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대폭 증가했습니다. 이때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가장 많이 주목을 받은 소재는 종이(펄프)입니다. 하지만 종이는 소재 특성상 수분에 취약한데요. 때문에 액체를 담을 수 있는 종이병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 덴마크 스타트업 파보코(PABOCO)가 공개한 ‘파보코’입니다. 회사명과 동일한 이 종이병은 외피가 종이로 구성돼 있습니다. 내부는 플라스틱으로 코팅됐고, 뚜껑은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졌는데요. 덕분에 플라스틱 사용량을 기존 대비 최대 65% 이상 줄였습니다.

파보코는 2021년 코카콜라와 협업해 소비자 테스트를 진행했는데요. 2022년에는 병뚜껑과 병목까지 종이 소재로 대체한 차세대 프토로타입(시제품)이 공개됐습니다. 이는 셀룰로오스 소재 스크류캡을 개발한 스웨덴 스타트업 블루오션클로저(Blue Ocean Closures)와의 협업 덕분입니다.

앞서 설명한 두 종이병 모두 플라스틱이 일부 사용됐습니다. 파보코는 종이만 100% 사용한 종이병 개발을 위해 연구 중인데요. 폴리에틸렌(PE) 내부 코팅을 대체하는 과정이 아직 남아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한편, 푸아테빈은 종이 포장재 사용 분야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는 핀란드 목재 기업 코드카밀(Kotkamills)·핀란드 화학기업 케미라(Kemira)·네덜란드 다국적 기업 DSM 등 여러 기업이 종이병 내부 플라스틱 코팅을 대체하기 위한 종이·바이오소재를 개발 중인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종이로 소재를 대체하는 것을 넘어 목재 조달 등 공급망 전체의 지속가능성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푸아테빈은 제언했습니다.

 

👉 더 지속가능한 병의 미래, ‘종이’에서 찾다!

 

▲ 영국 임팩트테크 스타트업 어게인은 자동화 미세세척시설 클린셀을 구축해 고객사의 재사용 포장재 사용을 돕는 기반시설인프라를 제공할 계획이다 ©again

2️⃣ 재사용·반환 가능한 포장 부활 ♻️

지난해 6월 영국 유통기업 테스코가 2년간 진행해온 ‘영국 최대 재사용 용기 실험’을 종료했습니다. 당시 재사용 및 반환 가능 포장 사용의 확산이 주춤할 수 있단 우려가 나왔습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 또한 같은해 10월 보고서를 통해 “물류·비용·위생·안전·편리성 등의 문제로 재사용 포장재 산업이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재사용·반환 가능한 포장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포장 및 포장재 폐기물 지침 강화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개정안에는 재사용과 리필 등을 장려하는 강력한 조치가 포함했습니다.

당장 올해 1월 1일부터 프랑스에서는 식당 및 카페에서 재사용 포장 제공이 의무적으로 시행됐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더 민첩하고 지역화된 재사용 솔루션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영국에서는 임팩트테크 스타트업 어게인(Again)이 재사용 포장 기반시설(인프라)을 구축하기 위해 도전 중입니다. 어게인은 자동화 및 로봇공학을 사용하는 자동화 미세세척시설, 일명 ‘클린셀(CleanCells)’을 구축·운영해 고객사의 재사용 포장재 사용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시범운영 프로그램에는 버드와이저브루잉(BudweIser APAC), 조니워커와 스미노프 등을 보유한 디아지오(Diageo) 등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 이스라엘 스타트업 윌리엇은 자사의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포장재에 적용해 공급망 투명성과 지속가능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Wiliot

3️⃣ IoT 활용한 디지털 포장 활성화 ⚙️

공급망 추적은 지속가능성의 핵심 요소입니다. 이 때문에 사물인터넷(IoT)이 적용된 ‘포장재 인터넷(Internet of Packaging)’이 대세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이스라엘 스타트업 윌리엇(Wiliot)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윌리엇은 IoT와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공급망 관리를 돕는 기술을 보유했습니다. 자사의 기술을 포장재에 적용할 경우 공급망 투명성을 확보하고 과잉재고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식품 폐기 방지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또한 IoT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포장은 재사용 포장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공급망 추적이 가능해 회수를 도울 수 있기 때문인데요. 특히 재사용 포장은 내구성이 높아 사적으로 전용(轉用)될 수 있다는 점에서 IoT 기술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IoT 기술 접목해 회수는 더 쉽고, 보안은 더 강한 다회용 택배 솔루션 만든 ‘리빙패킷’

 

▲ 푸아테빈은 3D프린팅 및 배양육 등 새로운 식품의 등장에 맞춰 포장재 또한 혁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iStock

4️⃣ 3D 프린팅·배양육 맞춤 포장 등장 🧫

육류와 해산물 산업의 지속불가능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3D 프린팅과 배양육 등 새로운 식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식품의 변화에 맞춰 포장재 또한 혁신돼야 하는데요.

3D 프린팅과 배양육 등 새로운 식품이 소비자에게 수용되기 위해서는 제품의 매력도를 높여야 합니다. 기존 식품의 맛과 외양에 더욱 흡사하도록 기술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모습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투명한 플라스틱 포장재가 사용되는데요.

푸아테빈은 종이 포장재 등 지금의 대체 포장재가 이러한 역할을 대신하지 못한단 점을 지적합니다. 이에 향후 플라스틱을 대체하면서도 미관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대체 포장재가 개발될 필요성이 있다고 푸아테빈은 제언했습니다.

👉 미관과 지속가능성 모두 잡은 포장재, ‘해조류’라면 가능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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