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유통기한이 가까워진 식품에 마감할인 스티커가 붙는데 익숙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식품 마감할인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솔루션이란 것, 알고 계셨나요? 전 세계에서 식품으로 인해 배출된 온실가스의 8~10%가 식품폐기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인데요.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2021 식품폐기물 지수에 따르면, 식품 서비스 및 소매업에서 낭비되는 식품만 해도 전체의 7%에 달하는 상황입니다.

허나, 마트 상당수가 마감일 직전에 할인 스티커를 붙이는데요. 가격을 할인해도 수요가 적어 팔리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감할인 전용 코너에서 선택을 받지 못하고 쌓여있는 식품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오늘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식품 마감할인을 ‘더 똑똑하게’ 만들어 식품폐기물을 3분의 1까지 줄인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소개합니다.

 

▲ 웨이스트리스의 기술이 적용된 전자 가격표 유통기한 만료일이 가까울수록 가격이 저렴하다 ©Wasteless

식품 마감할인 스티커, 꼭 하루 전날 붙여야 할까? 🏷️

2016년에 설립된 이스라엘의 푸드테크 스타트업 ‘웨이스트리스(Wasteless)’는 AI와 머신러닝(MR)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웨이스트리스는 ▲소비자 구매 패턴 ▲제품 유통기한 ▲재고 등 각 매장의 고유 조건에 따라 가격을 조정합니다. 이러한 자사의 가격 책정 엔진을 ‘변동 가격(Dynamic Pricing)’ 시스템이라 부르는데요.

이 시스템에 의해 매장 내 전자 가격표에는 제품에 대한 ‘일괄적인 가격’이 아닌, 유통기한에 따라 ‘차별화된 가격’이 표기됩니다. 할인 스티커와 달리 유통기한 직전이 아닌 상품도 해당되는데요.

이 기술을 통해 웨이스트리스는 소매기업이 실시간으로 최적화된 할인 가격을 찾도록 돕습니다. 아울러 소비자는 합리적이면서 저렴한 가격에 신선식품을 구매할 수 있는데요. 변동되는 가격 덕에 더 빠르게 재고 소진이 가능해 식품폐기율을 줄일 수 있습니다.

웨이스트리스 측에 따르면, 육류·유제품·즉석식품 등 상하기 쉬운 식품은 하루에 4번까지 가격이 할인돼 유통기한 내 구매를 유도하는데요.

 

▲ 웨이스트리스의 오데르 오메르 CEO오는 캘리포니아 마트의 해산물 코너에서 직원과의 대화가 회사 창립의 영감을 제공했다고 설명한다 ©Wasteless

캘리포니아 마트의 우연한 대화, 웨이스트리스 설립으로 이어져 🛒

오데르 오메르 웨이스트리스 최고경영자(CEO)는 회사가 우연한 대화에서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오메르 CEO는 회사 설립 이전에는 음료분석업체 바이즈비어거(Weissbeerger)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했습니다. 바이즈비어거는 맥주 탭에 모니터링 기기를 부착해 매장 내 얼마나 술이 판매됐는지 실시간으로 추적했는데요. 실시간 주류 판매 현황을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안내했습니다.

오메르 CEO는 어느날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었습니다. 해산물 코너를 둘러보던 그는 유통기한이 다가와 60% 할인된 상품을 보게 됐는데요. 점원에게 이 중 몇 개를 팔 것이냐 물어보자 점원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니요.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버릴 거예요.”

점원의 말을 계기로 오메르 CEO는 식품폐기물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는 이내 자신이 그동안 주력해왔던 판매 모니터링과 데이터 분야가 유통기한 만료로 버려지는 식품을 구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요. 앞서 살펴본 가격 책정 엔진이 식품 유통업계와 만나던 순간이었습니다.

 

▲ 웨이스트리스는 마감 직전에 공격적 할인을 하는 것왼보다 변동 가격을 부여할 때오 총 수익이 더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greenium 편집

AI 활용해 최적의 할인 가격을 찾으면 수익은 더 늘어나! 🤖

웨이스트리스의 가격 책정 엔진은 2% 할인에서 시작해 천천히 할인율을 인상합니다. 약 일주일 동안 30%까지 할인율이 높아지는데요. 유통기한 마감 전날에 40%라는 공격적인 할인을 하는 것보다 이 방법이 더 판매율을 높일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합니다.

쉽게 말하면 ‘더 일찍 할인을 시작할수록,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말인데요. 가격 할인을 일찍 시작하면 판매량이 늘어나도 순수익에서는 손해를 볼 수도 있지 않냐는 걱정이 들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웨이스트리스는 AI와 머신러닝(MR)을 활용하는데요.

지금까지 소매기업 대다수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일관된 할인가격을 적용했습니다. 그러나 웨이스트리스는 소비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프로그래밍해 최적의 할인 가격을 결정합니다.

가령 이미 10% 할인된 제품이 이틀이 지나도록 판매되지 않으면, AI가 제품이 판매될 때까지 가격을 더 인하합니다. 하루 최대 4번까지 가격이 변경되는데요.

여기에는 선반에 재고가 없을 때 소비자의 반응, 각 제품 간의 대체재 여부, 신선도와 할인가 간의 관계 등 다양한 매개변수가 작용합니다. 이는 각 매장의 개별 제품에 적용되는데요. AI는 소비자 결정을 지속적으로 학습해 합리적인 최적 가격 찾아나갑니다.

웨이스트리스는 이러한 방식을 강화형 기계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이라고 설명하는데요. 강화형 기계 학습이란 머신러닝의 일종으로, 주어진 상태에서 최적의 행동을 선택해 성능을 향상시키는 학습방법을 말합니다.

 

▲ 스페인의 소매기업 DIA는 웨이스트리스의 가격 책정 엔진을 도입했다 ©Wasteless

웨이스트리스는 2019년 스페인 마드리드의 소매기업 DIA에서 기술을 테스트했습니다. 웨이스트리스를 도입한 결과는 놀라웠는데요. 폐기물은 32.8% 줄었고 수익은 6.3%가 늘어난 것. 개념증명 및 파일럿 프로젝트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는 39% 감소했고 이윤은 평균 1.2% 증가했다고 보고됐는데요.

웨이스트리스는 이 기술을 사용할 경우, 소매기업의 제품당 순마진은 3% 가까이 증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결과에 오메르 CEO는 “평균 마진이 1%인 이쪽 업계에서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어 AI 기능 개발을 포함해 가격 책정 엔진을 더욱 개발하면 현재 40%가량인 식품폐기물 절감량이 80%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오메르CEO는 덧붙였습니다.

 

▲ 소비자는 앱을 통해서도 변동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Wasteless

웨이스트리스 다음 목표, 식품폐기물 발생 0%로! 🗑️

현재 웨이스트리스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지사를 두고 있는데요.

웨이스트리스의 기술은 이탈리아 IPER, 스페인 마드리드 DIA 등 3개 식료품점 체인점에서 사용 중입니다.

회사 측은 지금까지 웨이스트리스의 기술을 사용해 220만 개의 제품이 판매됐다고 말합니다. 덕분에 750톤의 폐기물을 방지해 탄소배출량을 1,900톤가량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하는데요.

지난해 5월에는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600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독일 다국적기업 메트로AG(METRO AG)와 협력을 맺었습니다. 폴란드 일부 매장에서 기술이 먼저 적용되며 이후 네트워크 전체로 확장될 예정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는데요. 또한 웨이스트리스는 익명의 미국 체인 두 곳에 가격 책정 엔진을 설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웨이스트리스는 앞으로 식품폐기물을 100%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