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채권이니셔티브(CBI)가 2021년 세계 녹색채권 발행규모가 5,174억 달러(한화 620조원)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CBI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도 녹색채권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지난해 녹색채권 발행규모는 2019년 2,692억 달러(한화 322조원)와 비교하면 코로나19 유행 전후로 약 200% 성장했습니다.

CBI가 민간기업·국제개발은행·투자기업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2022년 4분기가 연간 녹색채권 발행규모 1조 달러(한화 1,200조원) 돌파를 예상한단 응답이 25%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는 실무진을 중심으로 녹색채권 시장의 확대가 시작되고 있단 의견이 나오고 있는데요.

 

© The One Brief 홈페이지 갈무리

2021년 녹색채권 발행규모 나라별 비교…‘중국과 영국 변화 두드러져’ 📊

2021년 녹색채권 발행규모를 나라별로 비교하면 미국, 독일, 중국, 프랑스, 영국 순으로 녹색채권 발행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는 녹색채권 발행규모에서 11번째로 높습니다.

특히, 중국의 녹색채권 발행 성장세가 두드러집니다. 지난해 중국국가개발은행(CDB)은 역대 최대 규모인 74억 달러(한화 8.85조원)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습니다. 또 세계 최대 은행인 중국공상은행(ICBC)도 같은해 32억 달러를 추가 발행해 수송·해양·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죠.

 

© 2021년 나라별 녹색채권 발행규모 비교 CBI 제공

한편, 영국의 변화도 주목해야 합니다. 영국은 2019년까지 녹색채권 발행에 소극적이었는데요. 지난해 영국은 137억 달러(한화 16.4조원) 규모의 대규모 국채(UK Gilt)를 발행했습니다. 이는 역대 최대 녹색채권 발행규모인데요. 영국은 단숨에 독일, 프랑스에 이어 3번째 국채 발행국으로 순위가 상승했을뿐더러, 세계 녹색채권 발행국 순위에서도 스페인과 네덜란드를 제치고 5위로 올라섰습니다.

 

© CBI 자료 제공 greenium 편집

2021년 녹색채권 주요 투자 부문 ‘에너지, 건물, 수송’ 💡

지난해 발행된 녹색채권의 주요 투자 부문은 에너지(Energy)가 35%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건물(Building) 30%, 수송(Transport) 18% 순으로 투자 규모가 컸는데요. 에너지, 건물, 수송 등 세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3%이며, 4,294억 달러의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졌습니다.

에너지 부문은 재생에너지 건설 비용과 설비단가가 낮아진 덕에 경제성 장애요인이 상당히 극복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건물 부문은 녹색건물 등 장기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와 녹색 라벨링 용이성 덕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졌습니다.

이외에도 수자원, 폐기물 및 토지 부문의 녹색채권 투자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 투자는 2019년부터 급격히 증가했는데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주요 통신업체들이 네트워크 장비 효율화를 위해 투자가 급증한 것으로 보입니다.

 

녹색채권 연내 1조 달러 달성 기대.. CBI ‘5배는 더 필요해’ 🏛️

션 키드니 CBI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통해 한때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단 녹색채권 1조 달러가 현실로 다가온 만큼, 눈높이를 높여 더 높은 목표를 향해 갈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2025년 녹색채권 발행규모가 연 5조 달러에 이르러야 한단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에서 기후변화 거시경제학 책임자인 제임스 닉슨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약 140조 달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연간 약 5조 달러(한화 6,000조원)에 투자가 필요한 것인데요.

또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연간 9조 달러의 자본이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맥킨지는 자사의 ‘넷제로 2050 시나리오’에 따라 향후 30년 동안 275조 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발표했죠.

위 두 기관이 내놓은 액수와 비교해 지난해 달성한 녹색채권 발행규모(5,174억 달러)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데요. 하지만 녹색채권 시장의 과거 성장세(200%성장)와 최근 ESG 투자환경의 변화를 고려하면 작년대비 10배 이상 폭풍 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연도별 녹색채권 발행규모 비교 CBI 자료 제공 greenium 편집

블랙록 “탄소 없는 미래 계획하지 않은 기업 뒤쳐져” 💼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CEO인 래리 핑크는 자신이 투자한 회사 경영진에게 보내는 연례서한에서 3년 연속 ‘지속가능성’이란 문구를 담았는데요. 지난해 연례서한에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사업계획을 공개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올해 연례서한에는 ‘탄소 없는 미래’를 계획하지 않은 기업은 뒤처질 것이란 내용이 담겼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탄소배출권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나오고, 한국형(K)-녹색분류체계(Taxonomy)가 마련되는 등 녹색 금융 활성화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외 투자자 모두 지속가능한 성장, 기후 문제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처럼 녹색채권 시장의 규모 확대는 전 세계 기후 대응의 흐름을 통째로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도 이런 변화가 느껴지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