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등 교육기관의 졸업식이 몰린 2월은 꽃 소비가 급증하는 때인데요. 여기에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초콜릿과 함께 꽃다발도 선물하죠. 그런데 이런 생화(生花)가 대부분 일회용으로 그친다는 것, 문제라고 생각한 적 있으신가요?

가장 큰 문제는 상업적으로 재배된 꽃 중 상당량은 소비자의 손에 닿기도 전에 버려진단 것입니다. 원예 전문 매체 페탈 리퍼블릭(Petal Republic)이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절화(꺾은 꽃) 생산국은 2018년 기준 네덜란드로 무려 52%를 차지했죠. 이어 콜롬비아, 에콰도르, 케냐 등 남미와 아프리카 국가 순으로 절화 생산량이 많았는데요.

이들이 생산한 꽃은 트럭과 비행기 등을 이용해 주요 소비처인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으로 이동되고 있죠. 이때 긴 배송 거리 때문에 생산된 꽃 중 무려 45%가 소비자를 만나기도 전에 시들어 폐기되는 상황. 이에 오늘 그리니엄은 버려지는 꽃을 ‘순환’하기 위한 노력을 소개합니다.

 

© 버려진 꽃을 신소재로 업사이클링한 아이린 푸라사칫 Aalto University <a href=httpswwwfacebookcomaaltouniversityphotos10166496874155427locale=ru RU target= blank rel=noreferrer noopener>페이스북 갈무리<a>

매일 10톤이 버려지는 꽃시장, 매립 대신 ‘업사이클링’하자! 💐

하루 24시간 운영되는 태국의 화훼시장인 팍 클롱 탈랏(Pak Klong Talat). 이 시장에서만 하루 약 10톤의 꽃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이 꽃을 어떻게 할 순 없는 걸까요? 태국 출신이자 핀란드 알토대학에서 바이오소재를 연구하는 아이린 푸라사칫은 화훼시장에서 버려지고 있는 막대한 양의 꽃 폐기물에 주목했습니다.

푸라사칫은 꽃 폐기물을 신소재로 재활용하고, 꽃집에 공급함으로써 폐기물은 줄이고 화훼업계의 순환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됐는데요. 이에 대학에서 약 2년 동안 꽃 폐기물을 신소재로 바꾸는 ‘플라워 매터(Flower Matter)’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그 결과, 2021년 유럽 최대 디자인 축제 중 하나인 ‘더치 디자인 위크(Dutch Design Week)’에서 꽃 폐기물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3가지 소재를 선보였는데요. 전시에 소개된 소재들을 좀 더 이야기한다면.

 

© 왼 꽃줄기로 만든 바이오 플로랄폼 오 플라워 페이퍼로 포장하고 플럭스로 만든 리본으로 묶은 꽃다발 Irene Purasachit

1️⃣ 바이오 플로랄폼 🌹

푸라사칫은 꽃줄기에서 추출한 섬유로 바이오 플로랄폼(Bio Floral Foam)을 만듭니다. 플로랄폼은 일반인에게 생소한 단어인데요. 플로랄폼은 꽃꽂이용 스티로폼으로 꽃집 등에서 꽃을 고정하기 위해 쓰는 제품입니다. 1950년대 미국 스미더스 오아시스(Smithers Oasis)가 발명해 업계에선 흔히 ‘오아시스’로 부르고 있죠. 다만, 사막 주변의 생명을 살리는 진짜 오아시스와 달리 꽃집에서 쓰는 오아시스는 포름알데히드를 포함한 합성 플라스틱으로 제조돼 환경 오염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푸라사칫은 기존 플로랄폼을 대체할 수 있도록 물을 흡수하고 유지하는 특성과 꽃을 고정하는 특성을 고려해 바이오 플로랄폼을 개발했습니다. 주로 카네이션과 붗꽃에서 추출한 섬유를 이용했다는데요. 첨가제도 넣지 않았을뿐더러, 100% 생분해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2️⃣ 플라워 페이퍼 📜

꽃줄기와 잎에서 추출한 펄프를 이용해 만든 종이도 있습니다. 플라워 페이퍼(Flower Paper)로 불리는 종이는 원료가 된 꽃의 종류에 따라 제각기 다른 질감과 모양이 특징입니다. 플라워 페이퍼는 플라스틱 대신 꽃 포장지로 사용할 수 있는데요. 꽃잎에서 추출한 색소로 플라워 페이퍼를 착색할 수 있단 점도 장점이라고.

꽃집에서 판매하는 꽃 상당수가 플라스틱 포장지와 함께 버려지는 상황! 푸라사칫은 플라워 페이퍼가 꽃이 퇴비물 등 유기자원으로 사용될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그뿐만 아니라,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단 점에서 순환성이 높다고 강조했습니다.

3️⃣ 플럭스 👜

마지막은 꽃잎을 주원료로 만든 가죽, 플럭스(Flaux)입니다. 부직포와 유연한 가죽의 질감과 비슷해서 플라워(Flower)와 플렉시블 시트(Flexible Sheet)의 단어가 서로 합쳐진 이름인데요. 장미와 카네이션 꽃잎이 주원료이며, 앞선 플라워 페이퍼와 마찬가지로 꽃잎에서 색소를 추출해 사용한 덕에 인공 화학물질이 함유되지 않았다고.

플럭스는 가죽과 같은 유연성 덕에 리본으로 가공해 꽃 포장에 사용할 수 있을뿐더러, 동전 지갑이나 파우치 등으로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 왼 아레나 플라워스가 재활용 가능한 종이와 리본으로 포장된 내부 모습 오 아레나 플라워스가 고객에게 배송하는 지속가능한 포장 상자 Arena Flowers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 최초의 ‘순환’하는 꽃집, 아레나 플라워스 ♾️

플라워 매터 프로젝트가 꽃 폐기물을 순환하려는 하나의 시도였다면, 꽃집 자체에 순환 시스템을 실현한 곳도 있습니다. 영국의 화훼 전문 배달 기업인 아레나 플라워스(Arena Flowers)의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아레나 플라워스는 한발 더 나아가 클로즈드 루프(Closed-loop) 시스템을 구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클로즈드 루프는 모든 것이 공유·수리·재사용 혹은 재활용돼 자원 낭비 없이 순환하는 경제 시스템을 뜻하는데요. 아레나 플라워스는 이 시스템을 구축해 자사에서 배출되는 모든 폐기물이 소각이나 매립 과정을 거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죠.

사실 이는 버려진 꽃을 재활용하는 것 이상의 의미인데요. 대개 꽃집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꽃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포장지, 리본, 셀로판지 같은 기타 부자재까지를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 Arena Flowers 제공 greenium 편집

앞서 아레나 플라워스는 공정무역 인증 농장에서 꽃을 공급받을뿐더러, 2017년부터는 모든 포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제로(0)를 실행하는 등 영국에서 가장 윤리적인 꽃집을 지향해 명성이 높은데요.

가령 고객이 꽃을 주문하면 재활용된 골판지로 제작된 상자에 담겨 배송될뿐더러, 상자를 밀봉한 테이프도 재활용 가능하죠. 꽃다발 포장도 비닐 등 플라스틱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대나무 리넨(linen)으로 만든 리본, 식물 기반의 셀로판지 등을 이용했죠. 덕분에 모든 포장지가 재활용 혹은 퇴비화가 가능한데요.

아레나 플라워스는 이러한 재활용 또는 퇴비화 가능한 포장지를 새로운 자원이 아닌 농장의 꽃 폐기물을 수거해 제작하고 있습니다. 우선 꽃다발을 만들고 남은 줄기와 이파리 등 유기물들을 수거하는데요. 이를 제지공장 등에 보내 새로운 포장재로 탈바꿈하고 있죠. 농장 폐기물이 꽃다발 생산에 활용되고, 꽃다발 생산 폐기물은 퇴비가 돼 다시 농장으로 향함으로써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을 구현했단 사실!

 

© Redcharlie <a href=httpsunsplashcomphotosrDJYMootbXQ target= blank rel=noreferrer noopener>Unsplash<a>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꽃의 순환경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그동안 전 세계적으로 꽃 소비를 침체시켰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상황. 앞으로 밸런타인데이와 가정의 달을 맞이하며 꽃 소비가 늘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오늘 그리니엄에서 소개한 콘텐츠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일회용으로 버려지는 꽃다발의 문제가 알려지고, 지속가능한 꽃 산업으로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