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8일(현지시각) 클라임웍스(Climeworks)의 세계 최대 규모의 직접공기포집(DAC) 시설이 아이슬란드에서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갔습니다.

범고래를 뜻하는 영단어 오르카(Orca)로 명명된 이 시설은 연간 4,000톤의 이산화탄소(CO2)를 포집할 수 있으며, 이는 연간 자동차 870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또한, 오르카는 기존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CCUS) 장치들과 달리 신재생에너지로 가동돼 탄소포집량 대비 10% 이하의 이산화탄소만 배출되는데요.

이는 오르카가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지열발전소 인근에 건설된 덕분이죠. 클라임웍스는 오르카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땅속에 광물 형태로 저장할 것이라 설명했는데요. 오늘날 포집된 이산화탄소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준비해 봤습니다.

 

공상에 머물렀던 DAC, 세계 15곳에서 가동 중 ✨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해 제거(Removal)할 수 있는 기술을 직접공기포집(DAC)이라 부르는데요. 이 기술은 이미 대기 중에 있는 CO2 농도를 감소할 수 있는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DAC 운용에 필요한 에너지와 물소비량 등이 상당히 큰 편이라, 기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가 많았는데요. DAC 포집 장치가 세계 곳곳에 설치되고, 실제 CO2 포집에 성공하는 등 일부 진전을 보이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같은 유명인들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6월 미국 워싱턴 DC 정책연구소인 초당적정책센터(Bipartisan Policy Center)‘DAC 기술 장점과 보급 촉진을 위한 제언 제시 보고서’를 통해 DAC 기술과 기반 인프라 건설을 위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 강조했는데요.

연구소는 DAC가 빠르게 발전 중이며 일부는 상업적으로 비용 효과적인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며, 탄소 저감이 쉽지 않은 산업에 비용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 분석했습니다. 연구소는 또 관련 연구개발(R&D) 투자가 보다 확대될 필요성을 언급했는데요.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는 15개의 DAC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연간 9,000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포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DAC가 탄소를 포집하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 아이슬란드에서 가동을 시작한 세계 최대 DAC 플랜트 오르카 Climeworks 홈페이지

광물 형태로 묻는 CO2, 누출 걱정 ↓ ✨

오늘날 DAC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는 클라임웍스와 캐나다 소재 카본 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이 언급되고 있는데요. 두 기업의 CO2 포집 방식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클라임웍스의 경우 흡착제가 있는 필터를 사용하는데요. 필터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만 걸러내고, 나머지는 대기로 방출하는 방식이죠.

이번에 가동을 시작한 오르카는 각 포집 설비에 공기를 빨아들이는 흡입구와 12개의 팬이 붙어 있는데요. 빨려 들어온 공기가 필터를 통과하면서, 필터에는 이산화탄소가 남죠. 이후 필터가 가득 차면 이를 가열해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방식인데요.

분리된 이산화탄소를 물과 함께 탄산수 형태로 800~2,000미터 아래 지하 현무암질 지층에 주입한다고 합니다. 액체 형태로 저장된 이산화탄소는 수 년 안에 탄산염 암석을 형성해 영구 격리된다는 것이 클라임웍스의 설명이죠.

 

© 포집한 탄소를 암석에 주입해 저장하는 카브픽스Carbfix Tech Insider <a href=httpswwwyoutubecomwatchv=ekE7yJpDy k target= blank rel=noreferrer noopener>유튜브 캡쳐<a>

사실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이 기술은 카브픽스(Carbfix)란 파일럿 프로젝트에서 개발된 것인데요. 2012년 시작된 카브픽스는 아이슬란드 지열발전소에서 배출되는 CO2를 해결하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 전력을 공급하는 헬리셰이디 지열발전소는 화석연료 발전소보다 분명 친환경적이나, CO2가 포함된 화산가스를 연간 4만 톤씩 뿜어냈는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교 등에서 국제 공동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2012년 아이슬란드 남서 지역 지하 시험장 아래 매장된 다공성 현무암에 CO2를 주입했는데요. 연구팀은 현무암이 칼슘, 마그네슘, 철 등을 함유해 반응성이 높단 점에 주목했습니다.

물에 용해된 CO2는 현무암과 만나면 암석의 이온 물질이 용해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결합해 광물 형태로 굳어졌는데요. 불과 2년 만에 주입한 CO2의 95% 이상이 탄산칼슘 형태로 광물화됐다고 합니다. 이는 다른 암석에서 CO2가 광물로 변하기까지 수백~수천년이 소요된 것과 매우 대조적이었죠.

연구팀은 CO2 광물화를 통해 안전하고 영구적으로 저장할 수 있음을 강조했는데요. 해당 연구진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현무암은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암석 유형이며, 전체 대륙의 약 10%를 덮고 있다. 현무암과 물이 있는 곳이라면 이 모델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산화탄소 1톤을 용해하기 위해선 물 25톤이 필요하단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습니다.

 

+ 현재 아이슬란드는 CO2 광물저장 허브 구축 중! 🇮🇸
파일럿 프로젝트에서 시작한 카브픽스. 현재는 아이슬란드 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했는데요. 카브픽스는 현재 아이슬란드 산업 항구 인근에 ‘코다터미널(Cona Terminal)’을 만들고 있다고. 이 터미널은 북유럽 산업 시설에서 배출된 CO2를 차가운 액체 형태로 아이슬란드까지 운송해 광물로 저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2030년까지 건설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 포집 탄소를 온실 작물 재배에 사용하는 클라임웍스 Julia Dunlop Climeworks

포집된 CO2 작물 재배 및 음식 가공에 활용돼 ✨

아이슬란드가 아닌 다른 곳에 있는 DAC 플랜트는 CO2를 어떻게 저장하고 있을까요? 클라임웍스가 스위스에서 운영 중인 DAC 플랜트는 포집한 CO2를 약 100°C에서 2~3시간 동안 가열하는데요. 이렇게 하면 순도 높은 CO2 가스를 얻게 된다고 합니다.

클라임웍스는 이 CO2 가스를 포집 시설 인근 온실에 주입하고 있는데요. 파이프라인을 통해 온실과 연결돼 있다고 합니다. CO2가 토마토와 오이 등 작물 성장을 촉진해 생산량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에 클라임웍스 사는 온실을 운영하는 농업 부문 기업들도 주요 고객으로 보고 있다고.

뿐만 아니라, 클라임웍스는 코카콜라 스위스 지부와 협력해 포집한 CO2를 탄산음료를 만들기도 했는데요. 유럽연합(EU)으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아 ‘CAPDrinks’라 불리는 탄산음료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코카콜라를 비롯한 탄산음료 제조업체들은 그간 발전소에서 생성된 CO2 부산물을 음료 공정에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코카콜라 스위스 지부는 향후 탄산화에 사용되는 CO2의 약 25% 가량을 클라임웍스로부터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위 방식들은 애써 힘들게 포집한 CO2를 다시 공기 중으로 날려보는 것이나 다름없는데요. 이 때문에 클라임웍스는 포집한 CO2를 땅속에 가둬 완전히 제거하는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 구현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코카콜라 소유 브랜드 발저는 DAC로 포집된 CO2를 활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Coca Cola HBC Switzerland

이밖에도 카본 엔지니어링의 경우 포집한 CO2를 디젤, 휘발유, 제트연료 등 다양한 형태의 액체연료로 전환할 수 있는 시설을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포집된 CO2를 콘크리트 혼합물에 정량 주입해 이산화탄소를 화학적 광물로 변형시키는 캐나다의 ‘카본큐어(Carbon Cure)’ 사례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한국전력공사 및 에너지 관련 기업 50개가 참여해 한국형 CCUS(K-CCUS) 구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크게 국내외 기술·정보 교류 활성화, 인력 양성 및 기술 개발에 초점을 두고 관련 계획을 수립 중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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