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양일간, 서울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2 서울 도시농업 국제콘퍼런스’가 열렸습니다.

기후변화 및 식량문제가 대두된 상황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이되 건강한 먹거리를 만드는 도시농업의 역할과 사례를 살펴보는 자리인데요. 서울시는 2012년 도시농업 활성화를 선언하며 ‘제1회 서울 도시농업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이후 매년 콘퍼런스를 개최해 도시농업의 역할과 가치를 공론화해왔습니다.

올해 콘퍼런스는 우리 시대 가장 큰 이슈인 기후 문제를 주제에 반영했단 점이 특징입니다. 콘퍼런스에는 한국, 미국, 일본, 독일, 네덜란드 등 5개국 전문가 22명이 참석했는데요.

첫날 주제는 ‘전환시대 도시농업과 먹거리’를 주제로 개최됐습니다. 둘째 날은 ‘녹색치유, 힐링도시농업’을 주제로 열렸는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등으로 부쩍 중요해진 심리적 건강 및 돌봄 문제를 도시농업과 연결돼 콘퍼런스가 진행됐습니다.

기후변화와 도시농업 활성화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단 걸까요?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 첫날 콘퍼런스를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팜에이트 식물공장 내부 모습 ©경기농업기술연구원 트위터

도시형 스마트팜 강점? 생산성보다 지속가능성에서 더 빛나 🌟

“대한민국 농업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일부에 대한 훌륭한 대안이 도시형 스마트팜이라 생각합니다.”

국내 스마트농업의 선두주자인 팜에이트(Farm 8)강대현 대표가 말한 도시형 스마트팜의 중요성입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농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이라고 강 대표는 밝혔습니다. 농촌 인구는 고령화되나, 젊은층의 농업 유입은 제한적인데요. 이 문제를 기후변화 영향은 덜 받으면서 탄소발자국은 저감하는 도시형 스마트팜이 해결책으로 기여할 수 있단 것.

도시형 스마트팜의 장점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지속가능성’이라고 강 대표는 설명합니다. 같은 면적에서 생산량은 극대화하고 물소비량은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주 수요처인 도시에서 재배돼 물류의 탄소발자국도 적다고 강 대표는 강조했습니다.

특히,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을 활용한 덕에 작물의 생장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단 것이 감점입니다. 강 대표는 스마트팩토리 같은 제조업에서 사용되는 생산관리시스템(MES)을 사용해 ‘농업의 제조업화’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물리적 배치를 자동화하고 작기(作期) 관리를 체계화할 수 있는데요.

 

▲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팜에이트 식물공장 내부 모습 ©팜에이트

강 대표는 도시형 스마트팜이 기업의 ESG 경영 차원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도시 내 농작물 생산으로 탄소발자국을 낮춰 환경적(Environment) 가치 기여를 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사회적(Social) 가치 기여 또한 제공하는 새로운 모델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는 최근 사례로 지난달 14일 개소한 광주광역시의 발달장애인 가족 특화사업장 ‘가치만드소’를 소개했습니다. 가치만드소는 지상 2층, 약 330㎡(제곱미터) 규모의 실내 스마트팜 시설인데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공동창업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 강대현 팜에이트 대표가 전환시대 도시농업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서울도시농업 국제콘퍼런스 유튜브 캡처

가치만드소 개소 당시, 해당 사업을 주관한 중소벤처기업부는 스마트팜을 아이템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작업이 단순하고 정형화돼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요. 강 대표는 도심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스마트 농업이 앞으로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어진 주제별 토론에서 강 대표는 도시농업 확산을 위해 경제성 확보 또한 중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도시형 스마트팜이 ESG 차원에서 제공하는 가치가 크지만, 새로운 사업모델이 되기 위해선 경제성을 빨리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 대표는 설명했습니다.

 

▲ 권영걸 서울디자인 이사장은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디자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The Green Heart Project

도시농업 활성화 위해선 아름다운 ‘디자인’ 필요해! 🎨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디자이너’가 나서야 한다는 구체적인 조언도 나왔습니다.

권영걸 서울디자인재단 이사장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지난 20여 년간 전 세계적으로 도시농업 논의가 활발해져 왔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가와 취미로 옥상과 발코니 등 주변 공간에 채소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권 이사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정원이 채원으로, 화단이 텃밭으로, 잔디밭이 작물 재배지로 바뀌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허나, 이런 변화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지 않는단 점을 권 이사장은 지적했는데요.

그는 그 이유로 “채원, 텃밭, 작물 재배지가 정원, 화단, 잔디보다 시각적으로나 미학적으로 더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도시농업에 관심을 갖고 디자인 연구개발(R&D)을 해야 한다고 권 이사장은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정원과 조화를 이루는 한국형 도시텃밭, 서울형 도시텃밭 조성을 위한 기본설계와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 공유해야 한단 것인데요.

그는 이를 위해 민관산학이 모두 참여해 법과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대학생 인턴십과 연계한 디자인 가이드라인 연구, 지자체 차원의 도시텃밭조성 조례 제정, 공공청사에 도시텃밭 조성 권장 등을 들었습니다.

 

▲ 미셸 오바마 여사가 아이들과 함께 백악관 내 키친가든을 가꾸고 있다 ©NYBG

권 이사장은 영부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시텃밭을 활성화한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2009년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이 미국 백악관 내에 만든 텃밭인 ‘키친가든’인데요.

미셸 오바마 여사는 당시 백악관 남쪽 뜰의 잔디밭을 걷어내고 102㎡ 규모의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호박, 브로콜리, 토마토, 상추, 감자, 고구마 등 50여종의 채소가 심겼는데요. 수확된 채소는 백악관의 식재료로 사용되거나, 국빈 만찬 행사 때에도 활용됐습니다.

권 이사장은 백악관에 텃밭을 가꾸고 “1년여 만에 미국 가정에서 채원(텃밭)을 일구는 비율이 19%나 증가했다”고 강조합니다. 여기에는 미국 농무부가 빈곤 지역의 학교에 텃밭 정원을 조성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도 뒷받침됐는데요.

이러한 미셸 오바마 여사의 캠페인에는 “지도자는 텃밭을 가꿀 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암시돼 있다”고 권 이사장은 덧붙였습니다.

 

▲ 10월 13일 전환시대의 도시농업과 먹거리를 주제로 패널토론이 열리고 있다 ©서울도시농업 국제콘퍼런스 유튜브 캡처

푸드업사이클링부터 퇴비화·재생농업까지, 도시농업 현재와 미래 논의해 🌾

이번 콘퍼런스는 각국의 도시농업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대도시 서울에 적용 가능한 방안을 함께 도출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했는데요. 이에 맞게 콘퍼런스에서는 다양한 주제의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우선 터너 와이어트 미국 업사이클푸드협회(UFA) 대표는 기후변화 시대의 먹거리 문제의 대안이자, 기후변화의 원인인 식품폐기물을 줄이는 대안으로써 업사이클 푸드의 강점을 소개했습니다.

와이어트 대표는 식품 생산 대다수가 농촌에서 발생한다며, 그에 비해 푸드 업사이클링은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를 다시 연결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 연결을 위해선 도시 소비자들의 업사이클 푸드 수요 증가가 매우 중요하다고 와이어트 대표는 강조했습니다.

한편, 요시 다타로 일본 나가노농업대학 교수는 현재의 농업관행이 지속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면 대안으로서 ‘재생농업’과 미생물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재생농업이란 농작물을 키우면서 토양을 개선하고, 대기 중의 탄소를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농업을 말하는데요.

다타로 교수는 미생물을 사용해 토양에 질소를 고정하면 화학비료 없이도 유기농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외에도 김현숙 청강문화산업대학교 푸드스쿨 교수, 이희정 집밥협동조합 이사장, 한재춘 농업기술센터 혁신계획자문위원 등 다양한 토론자들이 콘퍼런스에 참여했는데요. 덕분에 먹거리교육, 자원순환활동가 양성 등 현재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 사례와 더불어 풍부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