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단백질 수요 증가와 함께 버섯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시장조사기관 비즈윗리서치앤컨설팅(Bizwit Research & Consulting)에 따르면, 세계 버섯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452억 3,930만 달러(당시 한화 약 52조원)를 기록했습니다. 기관은 버섯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8.3%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버섯 시장 성장률은 조사기관별로 일부 차이가 있습니다. 다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채식을 지향하는 비거니즘 문화가 확산하며 버섯 시장이 덩달아 성장했다고 기관들은 분석합니다. 다른 채소나 과일에 비해 비타민과 단백질 함량이 풍부한 버섯이 대체 단백질의 주재료로 각광받고 있단 뜻인데요.

유럽연합(EU)은 버섯 산업이 순환경제 전환을 이끌 원동력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버섯 균사체를 활용해 대체육, 인조가죽 등을 만들 수 있을뿐더러, 음식물 및 농업폐기물 등이 버섯 재배에 유용하게 사용된단 점도 입증됐기 때문입니다.

이미 유럽에서는 버섯 재배에 폐기물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요. 양조장에서 나온 맥주박(맥주찌꺼기)과 팔고 남은 빵을 버섯 재배에 활용하는 곳이 있습니다. 벨기에 애그테크(AgTech) 스타트업 에클로(Eclo)의 이야기입니다.

 

▲ 브뤼셀에 위치한 에클로의 버섯 재배 농장 모습 ©Eclo

에클로, 지하농장서 버섯 재배…맥주박·폐기 빵 버섯 재배 위해 재활용! 🍄

2014년 설립된 에클로는 벨기에 브뤼셀 도심 지하에서 버섯 농장을 운영 중입니다. 농장 면적만 3,000㎡(제곱미터). 표고버섯, 잎새버섯 등 7가지 버섯 품종을 재배 중인데요. 이곳 농장에서 재배된 버섯은 750g 상자당 평균 22유로(약 3만원)에 판매됩니다. 버섯 치곤 비싼 가격으로 인해 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 등이 주고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에클로는 ‘도심 속 지하농장’을 운영한단 점에서 설립 초기부터 화제를 모았는데요. 여기에 맥주박과 버려진 빵을 버섯 재배에 활용하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습니다.

에클로는 맥주박과 빵을 버섯 재배에 필요한 ‘기질’을 만듭니다. 기질은 버섯 균사체가 자랄 수 있는 물질입니다. 일반적으로 볏짚, 톱밥, 원목, 흙 등을 섞어 기질을 만든 후 균사체를 심는데요. 에클로는 이와 다른 방식을 사용한 것.

 

▲ 에클로는 벨기에 슈퍼마켓 체인 콜루이트 등에서 남은 빵왼을 수거하고 지하농장에서 곱게 분쇄오해 기질을 만든다 ©Eclo

이를 위해 에클로는 맥주 제조업체인 칸티용(Cantillon)과 벨기에 대표 유통업체인 콜루이트(Colruyt)와 협력해 맥주박과 빵을 수거합니다. 연평균 맥주박 5.5톤과 폐기된 빵 18톤을 수거했다고 에클로는 밝혔습니다.

이렇게 수거된 부산물은 먼저 에클로 지하농장에서 곱게 분쇄됩니다. 이후 열처리와 살균 등을 거쳐 기질을 만드는데요. 이 기질에 균사체를 주입하면 약 1~3개월 안에 버섯이 재배됩니다. 에클로 측은 “매주 평균 8~10톤가량의 버섯을 판매한다”고 밝혔습니다.

 

▲ 에클로 경영팀의 모습 왼쪽부터 티볼트 파스테나켈스 기술책임자 실베레 헤우제 프로덕션 이사 쿠엔틴 데클레르크 최고마케팅책임자CMO 헤드리안 벨지 최고경영자CEO ©Eclo

순환경제 책에서 시작된 에클로, 실패 거듭 끝에 업사이클링 성공해! 🍺

에클로 설립자들은 원래 버섯 재배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우연히 설립자 중 한 명이 순환경제를 소개한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인데요. 책에는 커피박(커피찌꺼기)을 활용해 버섯 재배를 시도한 사례가 소개돼 있었습니다. 이에 흥미를 느꼈던 설립자가 동료들을 모아 회사를 설립한 것인데요.

에클로 공동설립자 겸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쿠엔틴 데클레르크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엄청난 실패를 경험했다”고 회상했습니다. 버섯 재배에 필요한 기질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버섯 품종별로 자랄 수 있는 기질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회사 설립 초기 에클로는 책에 소개된 것처럼 커피박(커피찌꺼기)을 기질로 만들어 버섯 재배를 실험했습니다. 데클레르크 CMO는 “표고버섯은 커피박에서 전혀 자라지 않았다”며 다른 품종들도 비슷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던 중 맥주박과 빵을 혼합해 만든 기질에서 버섯 수확량이 월등하단 사실이 발견된 것인데요. 데클레르크 CMO는 “맥주와 빵은 버섯의 맛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허나, 양과 질 측면에서 더 나은 수확량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 에클로 지하농장에서 버섯 재배에 필요한 기질을 만드는 모습 수거된 맥주박과 빵은 분쇄 등을 거쳐 기질로 만든다 ©Wecandoo 유튜브

버섯 1kg 생산당 폐기물 3kg 배출돼…에클로 “수직농장용 퇴비로 재활용해” 🥬

지난해 에클로는 약 23톤의 폐기물을 재활용해 기질을 만들었습니다. 전체 기질의 약 61%가 맥주박 및 폐기된 빵으로 만들어졌는데요. 같은해 생산된 버섯은 약 72톤. 회사 측은 자사 방식으로 생산한 버섯이 일반 방식과 비교해 ‘순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그 이유는 버섯 재배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도 퇴비로 순환되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리리오하 버섯기술연구센터 등에 의하면, 버섯 1kg를 생산할 때마다 3kg가량의 폐기물이 배출됩니다. 버섯 수확 이후 기질 등이 폐기물로 배출되는 것인데요.

일반적으로 버섯재배에서 나온 폐기물은 유기물이 풍부해 퇴비로 사용될 수 있는데요. 허나, 물을 많이 함유해 운송에 적합하지 않아 대다수는 땅에 매립됩니다. EU에서만 연간 30만 톤의 폐기물이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이에 에클로는 자사 농장에서 배출된 기질을 퇴비로 재활용합니다. 허브, 상추 등을 재배하는 수직농장이 버섯 재배 농장 바로 옆에 위치한 덕인데요. 일부 폐기물은 브뤼셀 인근 농가에 사료나 유기비료 등으로 기부됩니다.

 

▲ 에클로 지하농장에서 생산된 기질왼은 사용 후 바로 옆 수직농장오에서 퇴비 등으로 사용된다 ©Eclo

브뤼셀에서 생산된 폐기물이 마지막까지 재활용된단 점에서 순환경제 전환을 촉진한다고 에클로 측은 강조했습니다.

에클로 측은 지하농장 등 도시농업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데클레르크 CMO는 “상점에서 구매한 버섯 대부분이 네덜란드, 동유럽, 더 먼 중국 같은 곳에서 왔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그러면서 농산물을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에클로는 지하농장에서 나온 버섯을 자전거를 통해 브뤼셀 도심 곳곳으로 배달한다 ©Eclo

버려진 카카오열매도 기질로 만들기 위한 연구 진행 중 🧪

한편, 에클로는 브뤼셀 인근 리에주에 4,200㎡ 규모의 수직농장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2023년 초 완공을 목표로 현재 건설이 진행 중인데요. 지난 7월 시리즈A 펀딩에서 모금한 약 470만 유로(약 65억원)가 사용 중이라고 에클로 측은 밝혔습니다.

에클로는 새로 건설될 수직농장에서 오는 2026년까지 버섯 7,000톤가량을 재배하는 것을 목표합니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 독일 등 버섯 소비가 증가하는 인근 유럽 국가들의 수요를 충족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맥주박 및 폐기 빵 폐기물 수거 확대를 위한 기업간 파트너십 확대도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또 버려진 카카오열매 등 다른 유기 폐기물들도 기질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에클로 측은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