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Hohe Tauern National Park) 산 정상에서 나노플라스틱이 발견됐습니다. 높은 설산에서 나노플라스틱이 발견된 이유는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이 눈에 섞여 눈으로 내렸기 때문인데요. 오스트리아 중앙기상지구물리학연구소 등 국제연구진에 의하면, 발견된 나노플라스틱 입자 중 약 10%는 바람과 같은 기상현상에 의해 2,000km를 날아왔죠.

높은 산에서 플라스틱 눈이 발견되고 먼바다에서 새로운 플라스틱 생태계가 발견됐단 뉴스를 보면서 신기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플라스틱 위협에 사람들이 조금 더 심각해져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플라스틱 오염이 생존의 위협을 넘어 우리 행성의 위협이 되고 있다는데, 어떤 내용인지 그리니엄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 EIA, ‘Connecting the Dots: Plastic pollution and the planetary emergency’

EIA, 플라스틱 오염에 행성 비상사태 선포하다! 🪐

18일(현지시각) 영국 비정부기구 환경조사국(EIA)은 행성 비상사태를 선포한단 내용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EIA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문제가 지구란 행성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이 보고서에는 플라스틱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 그리고 인간의 보건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최신 과학 데이터가 종합적으로 실려있죠.

EIA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2040년에는 바다의 모든 물고기 무게보다 바닷속 플라스틱 쓰레기 무게가 더 커진다고 밝혔는데요.

EIA는 또 플라스틱 원료인 화석연료를 채굴하고 발생하는 탄소, 각종 첨가제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 오염, 버려진 플라스틱을 섭취하거나 엉켜 죽은 야생동물로 인한 생물다양성 감소 등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분해되는 모든 단계가 지구 생태계에 위협이 된다고 역설했죠.

보고서가 여기까지였다면 그저 잘 정리된 플라스틱 오염 보고서에 그쳤을 겁니다. 플라스틱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느낌에 따라 다를 수 있겠죠.

그러나 보고서는 ‘행성 경계 위협(Planetary Boundary Threat)’이란 개념을 통해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명확한 틀로 제시합니다.

 

© Stockholm University, greenium 편집

행성 경계 위협, 플라스틱 오염이 기후위기와 동급이라고? ⚠️

행성 경계(Planetary boundary)는 지구가 거주가능성(Habitability)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2009년 환경 과학자들이 제안한 프레임워크입니다. 이 아이디어는 지구 시스템의 복원력과 안정성을 고려해 인류가 계속 안전하게 생존하려면 지구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의 임계점을 찾는 데서 시작됐죠.

이에 과학자들은 행성 경계의 지표로 9가지를 꼽았습니다. 지표는 ▲기후변화, ▲생물권 무결성, ▲질소와 인의 순환, ▲해양 산성화, ▲토지 이용 변화, ▲담수 이용, ▲오존층 파괴, ▲대기 에어로졸, ▲새로운 물질 등인데요. 위 그림에서 보이는 초록색 영역은 경계 이하의 안전한 영역인 반면 경계를 넘어서면 주황색 영역으로 표시되죠.

EIA는 플라스틱 오염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에 이어 다음 행성 경계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9가지 지표 중 지구를 위협하는 ‘새로운 물질’로서 플라스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겁니다. 행성 경계 위협으로 인정되려면 3가지 기준이 충족돼야 하는데요. 기준은 1️⃣거의 되돌릴 수 없고 2️⃣지구 어디에서나 위협이 발견될 수 있으며 3️⃣지구 시스템에 파괴적인 영향이 있어야 하죠. 플라스틱은 이미 1과 2, 두 가지 기준을 만족하는데요. EIA는 수년간 지구상에 독성 플라스틱이 축적됐고, 파괴적 영향이 언제든 곧 일어날 수 있다고 역설한 것이죠.

 

© 미국화학학회에서 발행한 ‘새로운 독립체를 위한 행성 경계의 안전한 작동 공간 외부(Outside the Safe Operating Space of the Planetary Boundary for Novel Entities)’에 실린 새로운 요소를 도입한 프레임워크

미국화학학회(ACS)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논문이 제출됐는데요. EIA 보고서가 발표된 같은 날, 14명의 과학자가 행성 경계를 위협하는 새로운 독립체로서 플라스틱 오염을 강조하는 연구를 발표했죠.

이들은 연구 결과, 플라스틱이 기존의 경계 지표인 ‘(지구 생태계에 위협이 되는)새로운 물질’의 특성을 충족한다고 확인했는데요. 따라서 지구가 다시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은 이미 경계 넘었어 🪐

2015년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지에 실린 연구에는 기후변화의 지표인 대기 탄소 농도는 경곗값인 350ppm을 한참 넘긴 396.5ppm이었습니다. 생물다양성 손실의 지표는 연간 백만종년 당 멸종 수를 계산한 멸종률(E/MSY)인데, 이 또한 100~1000E/MSY로 나타나 경곗값인 10E/MSY를 초과했죠. 2021년의 현재 지표는 더 심각합니다. 대기 중 탄소 농도는 작년 10월 세계기상기구(WMO)의 발표에 따르면 413.2ppm으로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 지난해 11월 18일, 안토니 블링켄 미국 국무장관이 케냐 나이로비의 유엔환경계획(UNEP)본부에서 열린 해양 플라스틱 행사에 참석한 모습_UNEP

급증하는 플라스틱 위협, 케냐에서 막을 수 있을까? 👀

EIA는 기후변화 문제 대응을 위해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이 있고 생물다양성 손실을 해결하기 위해 생물다양성협약(CBD)이 있는 것처럼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글로벌 법적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에 EIA는 보고서에서 2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리는 제5차 유엔환경총회 두 번째 세션(UNEA 5.2)에서 유엔 차원의 구속력 있는 ‘플라스틱 조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죠.

사실 플라스틱 조약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건 환경단체만이 아닌데요. EIA의 보고서가 나오기 전날인 17일(현지시각)에는 코카콜라와 월마트, 이케아 등 다국적 기업들이 모여 플라스틱 오염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유엔 조약을 만들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죠.

지난해 11월에는 세계적인 플라스틱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미국이 유엔환경총회(UNEA)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곧 개최될 회의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진 상황인데요. 이번에야말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조약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오는 2월 나이로비에서 열릴 유엔환경총회에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