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편의점에서 아침 메뉴를 사려던 순간, 여러 반숙 달걀 중 눈에 띄는 제품이 있었습니다. 제품 용기에 ‘퇴비화 조건에서 분해가 되는 원료’를 사용했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는데요. 안 그래도 플라스틱 용기 쓰레기가 또 생긴다는 불편함에 마음이 쓰였던 터. 기쁜 마음으로 해당 제품을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쓰레기를 버리면서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일반쓰레기와 플라스틱 분리수거함 중 어디에 버려야 할까요, 정말로 생분해가 되는지 일반 소비자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미세플라스틱의 해결사와 그린워싱(위장친환경주의) 논란 속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진짜 정체는 무엇인지, 오늘 그리니엄에서 완전 정리했습니다.

 

© 바이오 플라스틱은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과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플라스틱이슈 리포트2020 녹색연합

바이오·생분해·퇴비화…플라스틱에 이름이 왜 이렇게 많아?! 😵‍💫

우선 ‘친환경 플라스틱’이 무엇인지 보려면 2가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플라스틱이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지점이 2가지이기 때문인데요.

플라스틱은 화석원료를 원료로 사용하기에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할뿐더러, 폐기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져 해양·토양을 오염시키죠. 따라서 친환경성을 판단하는 기준도 2가지입니다.

첫 번째 기준은 원료에서 화석연료 기반인지 대체 원료를 썼는 지인데요. 대체 원료로는 주로 바이오매스(Bio-mass)가 해당되고, 이를 사용한 플라스틱을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Bio-based plastic)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기준은 ‘폐기 후 단기간 내에 완전히 분해되는가’입니다. 수백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플라스틱과 달리 미생물에 의해 수개월 내에 이산화탄소(CO2), 물(H2O) 등으로 완전히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생분해성 플라스틱(Biodegradable plastic)이라고 칭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구분하는데 있어 국제표준화기구(ISO)를 따릅니다. 구체적으로 현행 환경표지인증(EL 724)에서는 생분해성 수지를 퇴비조건 또는 수중조건에서 생분해되는 플라스틱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중 퇴비조건에는 58℃가량의 온도에서 6개월 동안 90% 이상이 해당되는데요. 따라서 퇴비화 가능 플라스틱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이러한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과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묶어 바이오 플라스틱(Bio-plastic)으로 부르는데요. 그러다 보니 천연 유래지만 썩지 않는 플라스틱(바이오PE, 바이오PET, 바이오PA)이나 썩지만 석유를 사용한 플라스틱(PBAT, PCL) 등 한 쪽 기준에만 부합하는 플라스틱이 한데 묶이면서 친환경 플라스틱에 대한 혼란이 발생하게 된 것!

이 두 기준을 묶어 바이오 플라스틱(Bio-plastic)으로 부르는데요. 그러다 보니 천연 유래지만 썩지 않는 플라스틱(바이오PE, 바이오PET, 바이오PA)이나 썩지만 석유를 사용한 플라스틱(PBAT, PCL) 등 한 쪽 기준에만 부합하는 플라스틱이 한데 묶이면서 친환경 플라스틱에 대한 혼란이 발생하게 됐습니다.

 

+ 유럽은 더 세분화해서 관리하고 있어! 🇪🇺
순환경제 선진국은 유럽은 어떨까요? 유럽연합(EU)은 생분해성 플라스틱퇴비화 가능한 플라스틱을 구분합니다. 전자는 별도 통제조건 없이 자연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 후자는 특정조건에만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의미하는데요.

퇴비화 가능한 플라스틱은 아예 세분화해 관리합니다. EU에서는 우리나라(58℃, 6개월)처럼 고온의 산업화 시설에서 생분해가 일어나는 플라스틱은 ‘산업적으로 퇴비화 가능한 플라스틱(Industrially compostable plastics)’으로 분류하는데요. 이보다 낮은 온도에서 생분해되도록 설계된 플라스틱은 ‘가정용 퇴비화 플라스틱(Home compostable plastics)’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 2019년 환경부가 편의점을 포함한 종합소매업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한 이후 많은 편의점에서 친환경 봉지를 도입했다 BGF리테일

장점 많은 생분해 플라스틱, 한국에선 골칫덩어리? 😢

특히 생분해 플라스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플라스틱 소비량이 급증하고, 폐플라스틱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우려가 늘어나면서 ‘썩는 플라스틱’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란 기대와 달리, 생분해 플라스틱은 오히려 골칫덩어리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주요한 이유는 3가지인데요.

 

1️⃣ 땅에 묻혀 생분해돼야 할 플라스틱, 실상은 소각 중 🔥

앞서 소개한 환경표지인증(EL 724)에 따르면, 생분해성 수지는 58℃가량의 온도에서 6개월 동안 90% 이상 생분해돼야 인증받을 수 있습니다. 즉, 생분해되기 위해선 우선 땅에 매립돼야 하는데요.

허나, 우리나라 생활폐기물 중 대부분은 소각되고 있습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폐기물의 13.5%만이 매립됐는데요. 더욱이 2026년부터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는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소각 처리는 더욱 늘어날 전망입니다.

물론 분리배출해 따로 퇴비화 시설에서 처리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생활폐기물 분리배출은 자치단체의 책무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입니다.

 

2️⃣ 기존 퇴비화시설은 음식물 쓰레기 맞춤형 🍌

지자체나 환경부가 나서서 생분해 플라스틱 분리배출제를 시행해도 남는 문제가 또 있습니다. 생분해 플라스틱 분해 조건인 58℃는 온대기후인 우리나라에선 자연적으로 형성되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적절한 온도와 함께 미생물이 적절히 활동할 수 있는 수분과 산소가 제공돼야 하는 등 신경 쓸 조건이 많은데요.

현재 운영 중인 퇴비화 시설을 이용할 수 없단 한계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운영되는 퇴비화 시설은 주로 음식물 쓰레기나 가축분뇨찌꺼기(슬러지)를 처리하는데요. 음식물 쓰레기는 2개월 만에 퇴비화가 완료되는 반면, 생분해 플라스틱의 퇴비화 기간은 더 깁니다. 또 가축분뇨 퇴비화는 무산소환경이 필요한 만큼, 생분해 플라스틱은 아예 별도의 퇴비화 시설이 필요한데요.

환경부는 현재 정부에서 관리하는 생분해 플라스틱 전문 퇴비화 시설은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3️⃣ 방치된 생분해 플라스틱, 오히려 플라스틱 재활용을 방해하는 중 ♻️

생분해 플라스틱이 자칫 기존 플라스틱 재활용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일반 플라스틱의 생김새와 사용처가 비슷하다 보니, 생분해 플라스틱이 일반 플라스틱과 섞여 분리배출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요.

플라스틱은 단일 재질끼리 녹여 재활용해야 하는데, 생분해 플라스틱은 구분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따로 구별하고 녹여 재활용하기에는 양이 적습니다. 이 때문에 분리배출 선별장에서는 쓰레기로 처리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 녹색연합

환경부 “생분해 플라스틱이라도 일회용은 안돼!” 🙊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히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플라스틱 사용을 정당화하는 그린워싱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2021년 발간한 ‘플라스틱 이슈 리포트’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생분해 플라스틱이 쓰레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고 밝혔는데요.

녹색연합은 보고서에서 생분해 플라스틱이 자연에서 분해된다는 이유로 더 쉽게 버려지면서 ‘쓰레기에 대한 경각심을 희석’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환경부 또한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지난해 11월, 환경부가 일부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친환경 인증에서 제외한 것.

환경부는 ‘환경표지대상제품 및 인증기준’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면서 일회용 생분해성 수지를 환경표지 인증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친환경제품 인증을 받은 제품도 인증기간이 종료되면 갱신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는 생분해 플라스틱이라 해도 일회용품이라면 친환경이라고 권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한편, 환경부는 자연에서 분해 가능한 생분해 플라스틱의 경우 농업용 플라스틱 비닐, 해양의 어구 등 회수 불가능한 플라스틱에 대해서는 기존의 환경표지 인증을 허용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경우에는 추가적인 환경성 개선을 위해 인증 기준을 강화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장점도 단점도 확실한 생분해 플라스틱. 그린워싱을 경계하는 동시에, 꼭 필요한 곳에만 적절히 사용하되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