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기관들은 재생에너지 누적 투자액의 3배에 이르는 화석연료금융 잔액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려는 해외 금융기관들의 모습과는 대비된다는 지적과 함께 화석연료금융이 기후위기 시대에 좌초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도출됐습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1일 공개한 ‘2022 화석연료금융백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그간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금융 잔액 규모는 발표된 적 있으나, 천연가스와 석유를 포함한 잔액 규모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국내 금융기관, 화석연료금융 118.5조 “자산 규모, 민간 < 공기관” 💰

먼저 화석연료금융 잔액이란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대출, 채권, 주식 투자를 합산한 규모를 말합니다.

KoSIF와 양이 의원은 약 11년간(2012~2022년 6월 30일) 국내 공적·민간 금융기관의 화석연료금융 잔액을 분석했습니다. 분석에는 설문조사와 금융감독원이 제공한 자료들이 활용됐습니다.

백서에 따르면, 작년 6월 30일까지 국내 공적·민간 금융기관의 화석연료금융 총잔액은 118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국민연금을 제외한 금액은 101조 7,000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 금융섹터별 화석연료 잔액과 비중에 따르면 국내 공적 금융기관이 민간 금융기관보다 약 15배 많은 화석연료금융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2022 화석연료금융백서 갈무리

백서는 “국민연금이 제출한 자료에는 천연가스와 석유금융 부문이 분리되지 않았다”며 “연료 간 분석을 왜곡할 수 있어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백서는 금융기관 성격과 연료 등을 기준으로 화석연료금융을 분석했습니다.

백서에 따르면, 공적 금융기관(61조 8,000억 원)이 민간 금융기관(39조 9,000억 원)보다 약 1.5배 많은 화석연료금융 잔액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연료별로는 ▲석탄 49조 2,000억 원 ▲천연가스 30조 2,000억 원 ▲석유 22조 3,000억 원 순으로 높았습니다.

실제 국내 화석연료금융 잔액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백서는 “금융기관에서 제출한 본 보고서용 설문지 중 일부는 답변이 누락되거나 제한된 정보만이 포함됐으므로 실제 국내 화석연료금융 잔액은 더 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태양광 발전소의 모습 ©EU

국내외 재생에너지 투자 모두 확대 ↑…“지속가능금융 정책 수립 필요해” 💸

한편,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기술별 전력 부문에 대한 글로벌 투자(2011~2021년)’에 의하면 지구촌 재생에너지 투자는 꾸준히 늘어난 반면 화석연료 투자는 줄고 있습니다. 그 격차도 계속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지난 5년간(2011~2015년) 전 세계 화석연료 평균 투자 금액은 1,660억 달러(약 216조 원)였습니다. 같은기간 세계 재생에너지 평균 투자 금액은 2,990억 달러(약 389조원)였습니다. 즉,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가 화석연료보다 1.8배 더 컸습니다.

2021년 재생에너지 평균 투자액수는 3,670억 달러(약477조 원)로 화석연료 평균 투자액수인 1,190억 달러(약 154조 원)로 투자 격차가 3.1배로 더 벌어졌습니다.

 

▲ 석탄 금융 상위 10개 금융기관의 자산 대비 석탄 자산 비중과 규모를 비교한 그래프 ©2022 화석연료금융백서 갈무리

국내 금융기관 내 재생에너지 투자도 늘고 있습니다.

백서에 의하면, 지난 6년간(2016~2021년) 국내 금융기관의 재생에너지 누적 투자액은 30조 2,000억 원입니다. 같은기간 석탄 자산 누적 투자액은 31조 1,000억 원입니다.

누적액으로 보면 석탄이 재생에너지 보다 더 많은 것 같으나, 우리나라는 2020년을 계기로 재생에너지 투자액이 석탄 자산 투자액을 앞질렀습니다.

다만, 화석연료 전체를 분석하면 국내 금융기관의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 투자액 간 차이는 더 클 것이라고 백서는 덧붙였습니다.

이에 백서는 지속가능금융 정책 수립의 필요성을 촉구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금융규제 당국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평가에 기후리스크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며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FDR)’처럼 금융기관 내 기후공시를 의무화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백서는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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