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산업과 패션산업은 각각 전 세계 온실가스(GHG) 배출량의 3%와 8%를 차지하는 다배출산업입니다. 이에 최근 한 항공사가 ‘의류 대여’ 서비스를 통해 양쪽의 탄소배출을 절감하겠다 나서 화제입니다.

일본항공이 자사 항공편을 이용하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일본 현지에서 의류를 대여하는 ‘애니 웨어, 애니웨어(Any Wear, Anywhere)’ 서비스(이하 애니웨어 서비스)를 시범 출시한 것입니다.

일본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지나가고 항공여행이 다시 증가하는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관광을 촉진하기 위해 이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잠깐, 여행객에게 현지에서 옷을 빌려주는 서비스가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일까요?

 

▲ 2024년 8월 이전 일본을 방문하는 일본항공 이용객은 ‘애니 웨어, 애니웨어’ 홈페이지에서 한화 4~7만 원으로 5~9벌의 상하의로 구성된 옷 세트를 최대 2주간 대여할 수 있다. ©Any Wear, Anywhere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항공 “대여는 편리하게, 캐리어는 가볍게!” 🧳

지난 5일(현지시각) 일본항공은 일본 종합상사인 스미토모상사와 함께 일본 방문객이 최대 2주간 옷을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우선, 이용객은 여행일 최소 1개월 전에 홈페이지에서 서비스 이용을 예약해야 합니다.

대여가능한 옷은 계절과 스타일, 옷 가짓수에 따라 36가지의 세트로 구성돼 있습니다. 한 세트에 최대 9벌의 상하의를 대여할 수 있습니다. 대여요금은 선택에 따라 최소 4,000엔(약 4만원)부터 7,000엔(약 7만원)까지 책정됩니다.

대여한 의류는 여행날짜가 되면 고객이 지정한 일본 현지 호텔로 배송됩니다. 최대 2주간의 대여 기간이 끝나면 의류가 담겨있던 가방에 넣은 뒤 호텔 리셉션에 맡기면 끝. 고객 입장에서는 반납도 쉬운 편입니다. 이후 수거된 옷은 세탁을 거쳐 다른 이용객에게 다시 대여되는 방식입니다.

일본항공은 이번 서비스가 오는 2024년 8월까지 약 1년간 진행될 예정이라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 “최소한의 수화물로 여행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 ‘애니 웨어, 애니웨어’ 서비스에서 대여 가능한 옷들의 착장 이미지. ©Japan airlines

현지 의류 대여 서비스, 탄소감축에 의류 순환경제까지? ♻️

일본항공은 이번 서비스로 이용객들이 항공기에 싣는 수화물이 감소함으로써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의하면, 항공업계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달합니다. 자동차, 버스, 기차 등 주요 운송수단과 비교해도 1인당 탄소배출량이 가장 높습니다. 주요 원인은 항공유의 높은 탄소배출량입니다.

일본항공은 항공기에 실리는 짐이 많을수록 연료가 많이 소모돼 탄소배출량이 더 높아진단 점에 착안했습니다. 이에 이용객의 수화물을 줄이는 방법으로 현지 의류 대여 서비스를 고안한 것입니다.

일본항공은 가령 미국 뉴욕발 도쿄행 여행의 경우, 이용객의 수화물이 10㎏ 줄어들면 약 7.5㎏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자동차로 38㎞를 운전할 때 나오는 배출량과 맞먹는다고 일본항공은 덧붙였습니다.

 

▲ 일본항공은 의류의 수명주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브랜드에서 사장 재고 등 버려질뻔한 의류를 수거, 재판매하는 의류매칭 플랫폼 스마셀과 협업했다. ©Smasell

나아가, 이번 서비스가 의류의 환경영향도 줄일 수 있다고 일본항공은 강조합니다.

공유경제는 제품의 수명주기를 연장하고 불필요한 구입을 방지함으로써 자원의 순환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인정받습니다. 일본항공도 이번 서비스가 의류의 수명주기를 연장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더욱이 이번 서비스에 사용되는 옷은 일반 매장에서 판매되는 옷이 아닙니다.

팔리고 남은 재고 중에서도 너무 오래 방치돼 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장재고(Dead Stock)와 사용에는 문제가 없지만 외관상의 이유로 판매 부적격을 받은 B품 등이 바로 주인공입니다.

이를 위해 일본항공은 일반적으로 폐기되는 의류만을 대상으로 하는 의류매칭 플랫폼 스마셀(SMASELL)과 협업했습니다.

일본항공은 7월 5일부터 내년 8월 31일까지 약 1년간의 시범 출시 기간 동안 이용객의 수화물 무게와 탄소배출량 감소량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옷뿐만 아니라 음식, 숙박 등 모든 측면에서 현지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여행과 출장을 보다 지속가능한 경험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일본항공은 설명했습니다.

한편, 이번 서비스 개발에 함께한 스미토모상사는 결과 평가에 따라 일본항공이 속한 항공동맹 원월드의 동맹항공사로 확장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아메리카항공과 핀에어, 카타르항공 등이 속해있습니다.

 

▲ 탄소상쇄 플랫폼 커브6의 탄소발자국 계산기에 따르면 도쿄-뉴욕 간 편도 이용객의 1인당 탄소발자국은 1.7톤으로 추산된다. ©Curb6, 홈페이지 갈무리

“효과성에 그린워싱 논란”…‘보여주기식 마케팅’ 피하려면? 🤔

일각에선 일본항공의 애니웨어 서비스가 정말로 항공여행의 지속가능성을 높일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가장 먼저 고려할 부분은 이용객이 줄어든 옷가지만큼 다른 짐으로 수화물을 챙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일본항공이 주장한 수화물 감소로 인한 탄소배출량의 감소 효과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의류 대여 과정에서 새로운 탄소배출이 발생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일본항공은 환경 친화적인 운송 옵션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우려는 해당 서비스가 전체 운영에서 일부 친환경적 기능을 강조해 다른 부분의 환경영향을 가리는 ‘그린라이팅’이 될 수 있단 것입니다. 그린라이팅은 그린워싱의 유형 중 하나입니다.

해당 서비스로 이용객의 탄소배출량이 일부 감소한다 해도, 항공여행 1건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노르웨이의 국제기후환경연구센터(CICERO)의 선임연구원인 스테판 칼베켄은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여행 수요가 증가할 경우 일본항공의 이번 의류 대여 서비스가 되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칼베켄 연구원은 “항공편이 조금만 늘어나도 대여 서비스의 환경적 이점을 쉽게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요.

현재로썬 항공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덜 비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란 지적과 함께, 지속가능한 항공유(SAF) 확대 등의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단 제언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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