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과 쌀 그리고 사탕수수의 3분의 2가량이 버려지고 있단 사실,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이 작물들은 주로 삼백(三白)식품이라고 불립니다. 줄기, 껍질, 배아 등 섬유 부분은 제외하고 나머지 하얀색의 녹말과 당분만을 제분해 식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옥수수·귀리·콩 등 농작물의 절반 가량은 부산물로 버려집니다. 즉, 부산물에 투입된 토지와 물, 에너지가 고스란히 낭비되는 상황.

더욱이 많은 농부들이 농업 부산물을 태우는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과 대기오염이 발생합니다.

그런데 여기 ‘잊혀진 절반’인 농업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해 과자와 초콜릿 그리고 파스타로 재탄생시킨 기업이 있습니다.

영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서플랜트 컴퍼니(The Supplant Company·이하 서플랜트)’의 이야기입니다.

 

▲ 전 세계에서 재배된 사탕수수의 경우 22%만이 설탕에 사용되고 78%의 섬유질 부분은 농업 부산물로 폐기된다. ©Josh Alibcag, WWF

밀짚·사탕수숫대 푸드업사이클링에 뛰어든 ‘서플랜트 컴퍼니’ 🌾

2017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출신 생화학자 톰 시몬스가 설립한 푸드테크 기업 서플랜트.

설립 당시 사명은 ‘케임브리지 글리코사이언스(Cambridge Glycoscience)’였습니다. 전(前) 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서플랜트는 과학을 사용해 설탕(glyco)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시몬스 최고경영자(CEO)는 “수확물 중 잊혀진 절반”을 다시금 식량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일부 작물의 경우 수확물의 절반 이상이 농업 부산물로 버려집니다. 쌀과 밀, 사탕수수에서 우리가 식량으로 사용하는 부분은 각각 33%와 32%, 22%에 불과합니다.

시몬스 CEO는 농업 부산물이 차지하는 양이 전 세계 모든 곡물과 콩, 설탕, 전분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역으로 농업 부산물이 풍부하면서도 저렴한 자원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단단하고 질긴 섬유질로 어떻게 설탕을 대체할 수 있단 걸까요?

 

▲ 시몬스 CEO는 곰팡이로 농업 부산물 속 섬유질을 분해해 대체 설탕을 개발했다. ©The Supplant Company

미쉐린 셰프도 선택한 대체 설탕 “발효과학으로 탄생!” ⭐

시몬스 CEO가 2017년 케임브리지대학원을 졸업 후 박사후연구원 시절 주목했던 연구는 사실 바이오연료였습니다. 당시 그는 식물과학과에서 탄수화물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식물과학의 많은 연구가 흥미롭지만 ‘학술지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있단 사실을 발견합니다. 여러 중요한 연구들이 식품과학으로 상업화되지 않고 있단 것.

그중 하나가 바로 밀짚, 사탕수숫대, 귀리껍질 등 농작물에 포함된 섬유질을 분해해 대체 설탕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섬유질은 본래 식물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물질로, 탄수화물의 일종입니다. 수백에서 수천개의 포도당이 사슬 형태로 중첩된 다당류입니다. 그러나 초식동물과 달리 인체에는 소화효소가 없어 흡수되지 않습니다.

이에 시몬스 CEO는 곰팡이를 사용해 식물 섬유의 사슬을 분해했습니다. 덕분에 단맛이 나는 대체 설탕 개발에 성공합니다. 사탕수수와 밀에서 나온 부산물을 공급원료로, 양조 산업 공정이 활용됐습니다.

시몬스 CEO는 이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발명한 새로운 것은 없다”며, 다만 누구도 식품 산업에 적용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 2021년 서플랜트는 섬유질 설탕을 사용해 만든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 오른쪽 사진은 톰 시몬스 서플랜트 CEO와 미쉐린 스타셰프 토마스 켈러의 모습. ©The Supplant Company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서플랜트의 ‘섬유질 설탕(Sugars from Fiber)’입니다.

사탕수수로 만드는 일반 설탕 대비 열량은 절반이며, 섬유질과 프리바이오틱스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일반 설탕과 유사한 물리적 특성을 제공한 덕에 다양한 요리와 제과제빵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서플랜트는 설명합니다.

이후 2020년 서플랜트는 섬유질 설탕을 알리기 위해 미쉐린 스타셰프인 토마스 켈러의 레스토랑 ‘퍼 세이(Per se)’와 협업했습니다.

오랜 실험 끝에 이듬해인 2021년 켈러 셰프는 섬유질 설탕으로 만든 아이스크림, 초콜릿, 쿠키 등 다양한 디저트를 선보였습니다. 그밖에도 케첩부터 양파절임 등 설탕이 사용되는 요리에 섬유질 설탕을 대체한 요리법도 개발했습니다.

이같은 활발한 협업 활동을 통해 같은해 서플랜트는 1,500만 달러(약 201억원)의 시리즈 A 투자를 조달하며 상업화에 진전을 보였습니다.

 

▲ 서플랜트는 섬유질 설탕을 사용해 사탕수수 설탕의 환경문제를 해소할 수 있단 점을 강조한다. ©The Supplant Company

대체 설탕, 생물다양성 회복·식량안보까지 잡는다? 🌏

시몬스 CEO는 서플랜트의 섬유질 설탕이 농업 부산물의 폐기 방지뿐만 아니라 설탕의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합니다.

그는 “사탕수수가 역사상 다른 어떤 작물보다 더 많은 생물다양성 손실을 초래했다”고 말합니다.

비영리단체 물발자국네트워크(WFN)에 따르면,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를 1㎏ 재배하기 위해 필요한 물의 양은 약 210리터에 달합니다.

또 열대작물인 사탕수수를 재배하기 위해 남미 아마존 열대우림이 개간되며 파괴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탕수수 생산 과정의 화학물질 유출로 인해 중남미의 메소아메리칸리프와 호주 대보초 등 산호생태계가 손상되고 있다고 세계자연기금(WWF)이 밝힌 바 있습니다.

시몬스 CEO는 이미 충분히 많은 농업 부산물을 사용해 대체 설탕을 생산한다면, 추가적인 식량재배나 농지 개간의 필요성을 없앨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식량안보로도 이어집니다. 2050년 인구 100억 명을 먹여살리기 위해선, 현재보다 식량이 50%는 더 필요한 상황. 그만큼 농지가 늘어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현시입니다. 매립·소각되는 농업 부산물의 식품 생산 전환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밖에도 현지의 농업 부산물로 생산이 가능해 공급망 영향이 적다는 점, 섬유질이 포함돼 혈당 반응이 낮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 지난 3월, 서플랜트는 대체 밀가루로 만든 파스타를 선보였다. 파스타에는 밀 낟알과 짚을 모두 사용해 만든 ‘낟알&줄기 밀가루’가 사용됐다. ©The Supplant Company

설탕에서 밀가루까지, 농업 부산물 어디까지 진화할까? 🤔

한편, 현재 서플랜트는 농업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해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식품의 개발 및 상용화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섬유소 설탕을 사용한 초콜릿은 미국 유통 기업 아마존(Amazon)을 비롯한 200여개 소매점에서 판매 중 입니다.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섬유소 설탕으로 만든 과자와 쿠키 등도 판매 중입니다.

지난 3월에는 새롭게 개발한 대체 밀가루로 만든 파스타를 선보였습니다.

파스타에는 서플랜트가 밀과 밀짚을 모두 사용해 만든 ‘낟알&줄기 밀가루(Grain & Stalk Flour)’가 사용됐습니다.

시몬스 CEO는 해당 밀가루가 모든 농장에 적용된다면 농장의 생산량을 2배로 늘리는 것은 물론, 식품 생산의 환경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음식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낭비되는 식품이 여전히 많다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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