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과 유럽에서 푸드 업사이클링 산업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FT는 미국의 푸드 업사이클링 산업 규모가 2019년 기준으로 총 476억 달러(한화 약 58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는데요. FT는 이어 유럽 내 식음료업계도 푸드 업사이클링 산업에 여러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크기가 작거나 흠집이 난 농산물부터 시작해 딱딱한 아보카도 씨앗이나 커피박(커피찌꺼기) 등 한때 쓰레기로 여겨졌던 식품 폐기물이 업사이클링의 원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버려진 식품 폐기물에 가치와 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상품으로 만드는 ‘푸드 업사이클링(Food Upcycling)’이 더는 낯설지 않은 것인데요.

미국과 유럽의 경우 푸드 업사이클링 산업 육성을 위해 민관 구분 없이 활발한 투자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관련산업이 막 성장 단계임으로 시중에서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나기 어려운 편인데요. 이번 시간에는 일반인들도 일상 속에서 쉽게 푸드 업사이클링에 도전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 이케아 캐나다가 내놓은 낭비 없는 요리책 스크랩북 IKEA Canada 홈페이지 갈무리

낭비 없는 요리법, 50개를 한 곳에 담다 🧑‍🍳

지난해 3월 이케아(IKEA) 캐나나는 북미 지역 10명의 유명 셰프와 협력해 식품 폐기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법을 개발했습니다.

간단한 디저트부터 푸짐한 식사에 이르기까지, 식품 폐기물로 만들 수 있는 요리 50가지를 만들었는데요. 이 요리법들을 한데 묶어 스크랩북(The Scraps Book)이란 책을 출판했죠.

‘낭비 없는 요리책(A Waste-Less Cookbook)’이란 부제가 붙은 스크랩북. 이 책에는 바나나 껍질과 커피박 등 쉽게 버려지는 식품 폐기물을 훌륭한 음식으로 탈바꿈하는 방법이 소개돼 있습니다.

가령 매일 아침 바나나를 먹어 껍질을 처리하는 것이 골치인 사람에게는 새우 요리에 어울리는 바나나 껍질 소스 요리법을 알려주는 방식이죠.

대표적인 여름 과일인 수박을 먹고 나온 껍질이 걱정이신가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유명 셰프인 제이슨 셰어다운은 책에서 수박 껍질로 잼을 만드는 법을 제안합니다. 냄비에 수박 껍질과 남은 사과 조각, 백설탕, 레몬주스를 넣고 1~2시간 정도 끓이면 되는데요. 껍질이 부드럽게 으깨질 즈음에 준비한 병에 옮기면 끝이죠. 주재료가 수박 껍질이란 점을 빼면 일반 과일잼을 만드는 법과 거의 똑같은데요.

 

© 수박 껍질로 만든 잼 IKEA Canada 스크랩북 갈무리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크리스타 건터가 개발한 햄버거 조리법도 기존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햄버거 패티에 들어간 재료가 고기가 아닌 먹다 남은 채소 부스러기란 점을 제외하고 말한다면요.

건터 쉐프는 비트와 당근꼭지, 사과껍질, 육수용으로 우린 채소를 잘게 다진 후 패티 모양으로 빚었는데요. 그는 이 조리법이 식품 폐기물을 줄이는 동시에 채식주의자나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의 입맛을 모두 만족시킬 수 조리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버려진 채소를 활용해 만든 햄버거 패티 IKEA Canada 홈페이지 갈무리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이 소비되는 과일, 바나나. 껍질로 베이컨 만들어! 🥓

일반인도 실천할 수 있는 여러 업사이클링 요리법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단연 ‘바나나 껍질’을 이용한 요리였습니다. 국내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로 분류되는 바나나 껍질. 세계적으로도 많은 양의 바나나 껍질이 버려지고 있는데요.

해외 통계 사이트 스태티스타(Statista)에 의하면, 바나나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소비되는 과일입니다. 2020년에만 약 1억 1,983만 톤의 바나나가 생산됐고, 세계 총 과일 생산량의 16%를 차지했는데요.

소비가 많은 만큼, 상당한 양의 바나나 껍질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태국 왕립몽쿳기술대학(KMUTT)은 2014년에 세계적으로 연간 약 350만 톤의 바나나 껍질이 버려지고 있단 논문을 내놓은 바 있는데요. 문제는 바나나 껍질은 생분해되기까지 최대 2년이 소요되며, 탄소가 풍부한 유기 화합물이 포함된 탓에 분해 과정에서 악취와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내뿜는단 것입니다.

사실 바나나 껍질은 세척만 제대로 한다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재료입니다. 식이섬유의 경우 과육보다 껍질에 더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을뿐더러, 폴리페놀과 카로티노이드 같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죠.

이에 세계 여러 식품 기업과 셰프들이 앞다퉈 바나나 껍질을 활용한 요리법과 혁신적인 상품개발에 나서고 있는데요. 앞서 채소 햄버거 패티를 만든 건터 셰프는 바나나 껍질로 베이컨을 만드는 법을 소개했습니다.

 

© 바나나 껍질 베이컨이 올라간 팬케이크 IKEA Canada 스크랩북 갈무리

바나나 껍질로 베이컨을 만드는 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먼저 바나나 껍질을 베이킹소다로 씻은 다음 물기가 없도록 잘 건조시켜야 하는데요. 이후 숟가락을 이용해 바나나 껍질 안쪽에 남은 과육을 최대한 긁어 제거합니다. 바나나 껍질을 건조시키는 사이 간장, 메이플 시럽, 파프리카 가루를 이용해 소스를 만드는데요. 바나나 껍질을 10분간 소스에 재워둔 다음 오븐이나 에어프라이기에 15분 이상 돌리면 끝!

맛 자체도 베이컨과 거의 똑같단 평이 대다수인데요. 조리법도 간단해 브런치 식당에서 자주 사용할뿐더러, 가장 엄격한 단계의 채식인 비건(Vegan)을 실천하는 이들에게는 이미 널리 알려진 조리법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유튜브와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바나나 껍질 베이컨 요리 후기를 손쉽게 찾을 수 있죠.

 

© 남은 치즈와 채소 등을 최대한 사용한 오믈렛 요리법 IKEA Canada 스크랩북 갈무리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푸드 업사이클링 레시피, 무료로 공개 🥗

세계적인 가구 브랜드 이케아가 푸드업사이클링 책을 제작하게 된 이유는 간단명료합니다. 지속가능한 요리를 일반인들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인데요. 마야 보리세비치 이케아 캐나다 대변인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요리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음식물 쓰레기 50% 감축 목표를 설정한 이케아 캠페인의 일부”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크랩북에는 위에 소개한 요리 이외에도 여러 조리법이 소개돼 있습니다. 북미 셰프들인 만큼 조리법 상당수가 양식 요리에 초점에 맞춰 있는데요. 일부는 ‘모험심’이 필요하나, 대개는 기존 요리법과 크게 다르지 않죠.

스크랩북에 소개된 50가지 조리법 중 가장 낯선 것은 무엇일까요? 북미 쪽 소비자들은 주로 남은 생선살로 크로켓(고로케)을 만드는 법이 가장 낯설었다고 평했는데요. 사실 책에 소개된 크로켓은 수제어묵을 제조하는 방식과 똑같았습니다. 맛 자체도 한국이나 일본 길거리 포장마차자에서 만날 수 있는 어묵과 똑같단 평이 다수였죠.

이밖에도 책 중간중간마다 식품 폐기물을 가정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팁들이 소개돼 있습니다. 가령 달걀 껍질을 갈아 욕실의 석회석 침전물을 제거하거나, 커피박을 각질 제거용 마스크 등으로 활용 가능하단 내용인데요.

 

© 바나나 껍질 소스를 뿌린 새우 요리 IKEA Canada 스크랩북 갈무리

젊고 세련된 감각의 디자인을 내세운 이케아가 제작한 책답게 책 자체는 누구나 따라하고 싶단 생각이 들 만큼 근사하게 편집됐죠. 무엇보다 누구나 온라인 홈페이지에 공개된 PDF파일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단 것이 장점인데요. 또 스크랩북에 소개된 50가지 요리 모두 여러 유튜버들이 시연한 영상이 있어 쉽게 따라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