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도시가 기후난민을 위한 피난처가 될 수 있을까요? 도시 분야를 관장하는 국제기구인 유엔 해비타트가 부산시와 ‘지속가능한 해상도시’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할 수도 있단 소식이 전해지며, 해상도시에 대한 국내 관심이 높아졌는데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이미 지구촌 곳곳에서 여러 해상도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단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해상도시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

말 그대로 물 위에 도시인데요. 사실 전혀 새로운 개념은 아니란 것! 해상도시는 기본적으로 석유시추선과 마찬가지로 ‘초대형 해상구조물(VLFS)’인데요. 운송을 주목적으로 하는 선박과 달리 상대적으로 넓은 면적을 제공하고 특정 공간에 장기간 체류가 가능하다고. 여기에 신기술 더해지며 도시로서 규모가 확대된 것인데요. 해상도시의 종류를 크게 2개로 설명하면.

  • 고정식 해상도시 🏝️: 해저 지반에 철제 구조물을 고정한 후 위에 도시 구조물을 만든 방식인데요. 수심이 얕은 해안에 건설할 수 있으나, 고정형으로 이동이 어렵다고. 실제로 1960년대 소련이 카스피해에 ‘네프트 다슬라리(Neft Daşlari)’란 해상도시를 만들었는데요. 2,000개가 넘는 석유시추선을 다리로 서로 연결했고, 아파트·병원·학교·세탁소·영화관·공원 같은 시설들도 지어졌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의하면, 한때는 최대 5,000명의 노동자가 거주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 부유식 해상도시 🏝️: 물에 뜬 거대한 모듈을 연결해 하나의 도시로 만드는 것인데요.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모듈로 연결되며, 유사시에는 배처럼 항해도 가능하다고. 모듈은 대개 파도의 힘을 분산시키기 위해 직사각형이 아닌 삼각형으로 디자인된다고 해요.

 

물에 떠 있는 것만 다른 거네? 🙄

꼭 그렇지는 않아요! 최근 나오는 해상도시들은 에너지·물·식량 등을 자급자족하고, 모든 자원을 재활용하는 등 생태도시에 초점을 맞췄거든요. 현재까지 나온 해상도시 디자인은 각각의 독특한 디자인이 돋보이는데요. 이를 잠깐 소개한다면.

  • 몰디브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몰디브가 해수면 아래로 가장 먼저 사라지는 섬이라고 경고한 바 있는데요. 이에 몰디브는 몰디브 플로팅 시티(MFC)를 추진 중이라고. 몰디브 수도 말레에서 10분 거리에 건설될 MFC는 산호초에서 영감을 받아 육각형 모양 미로와 비슷한 모양이라고. 오는 2022년부터 약 50년에 걸쳐 건설될 계획이라고 합니다.
  •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 2018년 미국 시스테딩 연구소(Seasteading Institute)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와 파트너십을 맺고 부유식 해상도시 ‘아티사노폴리스(Artisanopolis)’를 건설하려고 했는데요. 도시국가를 뜻하는 그리스어 ‘폴리스’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프로젝트는 수면 위 작은 도시국가를 목표로 했죠. 각각의 VLFS가 서로 연결된 형태인데요. 애초 예상과 다르게 현지인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무산됐죠.
  • 벨기에 🇧🇪: 친환경 건축가 빈센트 칼레보트가 제안한 릴리패드(Lilypad)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수련을 모티브 삼아 디자인됐는데요. 인구 5만 여명이 거주할 수 있고, 풍력과 태양광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생한다고. 다만, 실제 건설 계획까지는 이어지지 못했죠.

 

+ 해상도시의 장점을 묻는다면 🤔
간척 사업의 경우 토사 퇴적 및 해류 변화를 초래해 주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VLFS를 이용한 부유식 해상도시는 해수면 위에 설치되기 때문에 생태계 영향을 최소화 하면서,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창출한다고. 또 도시 디자인 자체가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를 막을 수 있게 설계된다고 하네요.

 

© 암스테르담에 있는 아이부르그 플로팅 하우스 Marcel van der Burg

우리가 생각하는 해상도시는 아직 없단 거네? 🌎

1950년대부터 해상도시에 관한 여러 계획이 나왔으나 ‘막대한 예산’ 문제 때문에 실제로 이뤄진 적은 없는데요. 제대로 된 도시 기능을 위해서는 학교, 병원, 상하수도 등 상당히 많은 시설이 필요하고, 그만큼 비용이 들기 때문이죠. 그러나 해수면 상승에 국가의 생존마저 위협받는 섬나라와 저지대 국가들을 중심을 꾸준히 해상도시 계획이 발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별개로 해상도시의 발판이 될 수 있는 현대적인 수상가옥들은 꾸준히 나오고 있단 것! 이를 잠깐 소개한다면.

  • 네덜란드 🇳🇱: 수도 암스테르담 부근 아이부르그(Ijburg)에는 현대적인 수상주택 단지가 있는데요. 워터버스트(Waterbuurt)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기존 배를 이용해 건설되던 수상주택과 다르게, 부유식 콘크리트 위에 철골과 나무 등으로 집을 지었다고. 철기둥이 강바닥에 설치되어 있으나, 호수 수면이 올라가면 그만큼 뜬다고 하네요.
  • 덴마크 🇩🇰: 수도 코펜하겐 항구에는 대학생들을 위한 컨테이너 수상 기숙사가 있는데요. 어반 리거(Urban Rigger)라 불리는 프로젝트는 코펜하겐의 학생 주거 문제 해소를 위해 계획했다고. 먼저 부유식 콘크리트를 만들어 물에 띄우고, 그 위에 컨테이너 6개를 별 모양으로 쌓아 거주 공간으로 활용했는데요. 컨테이너 6개에 원룸 12개실이 마련돼, 어반 리거 한 동당 12명이 거주할 수 있다고. 현재 6개동이 건설됐는데요. 대량생산 체제가 정비되면, 전 세계로 수출할 계획이라고.
  • 우리나라 🇰🇷: 한강에 떠있는 부유식 형태의 건축물 세빛섬. 씨앗에서 발아해 피어나는 꽃의 이미지를 담았다고 하는데요. 180톤의 무게를 버틸 수 있는 강철 케이블이 섬마다 8~10개씩 연결되어 있고, 이는 강바닥에 박힌 콘크리트 블록에 고정됐다고. 세빛섬은 유사시 반포대교 높이인 16m까지 섬이 떠오를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합니다.

 

+ 아직 해상’도시’는 없지만 ‘국가’는 있단 사실! 🏙️
영국과 프랑스 해협 사이에 위치한 마이크로네이션 ‘시랜드 공국’이 그 주인공인데요.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이 지은 해상 요새 위에 건립된 국가죠. 시랜드 국적을 가진 이는 30명 안팎, 실거주자는 2명인데요. 자국 국기도 있고, 과거 축구 국가대표단을 선발하려 했던 적도 있죠. 이밖에 2019년 태국 영해 인근에서 한 커플이 ‘익슬리(XLII)’라 불리는 팔각 형태의 수상 주택을 건설했는데요. 일주일 후 태국 정부가 주권 침해를 근거로 체포하려 들자, 밤사이 도망갈 수밖에 없었던 사례가 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