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에 따른 자연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사들의 보험 청구액이 2017년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높은 금액을 기록했는데요.

그 여파는 재보험사로 번지고 있습니다. 재보험이란 보험계약의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보험회사가 드는 보험으로, 보험사를 위한 보험이라 불리는데요. 세계 최대규모의 재보험사인 스위스리(Swiss Re)는 2022년 상반기 자연재해로 인한 보험사의 청구금액이 지난 10년 평균 대비 22% 증가한 380억 달러(한화 52조원)로 추산했습니다.

때문에 주요 글로벌 재보험사들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는데요. 오늘은 산불 예측 모델로 더 정확한 재보험 솔루션을 개발한 재보험 스타트업 케틀(Kettle)을 소개합니다.

▲ 케틀은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활용해 산불 위험을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밀한 재보험 포트폴리오를 판매한다 ©Kettle

AI 산불예측 솔루션 개발한 케틀, 89% 산불 예측 가능해! 🔥

202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재보험 스타트업인 케틀.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ML) 기술을 활용해 산불 위험을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파괴적인 산불이 어디서 시작될 수 있는지를 예측해 재보험료를 산정함으로서, 보험사가 산불에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케틀의 모델은 70억 개 이상의 날씨 및 지상 실측 데이터를 사용해 ML로 데이터를 분석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데이터에는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날씨 데이터, 미 항공우주국(NASA)의 모디스(MODIS·지구관측위성), 라이다(LIDAR) 데이터를 포함해 온도·가뭄·강수량·바람 등 다양한 요인을 포함하는 이미지가 포함됩니다.

케틀은 데이터를 활용해 산불을 예측하기 위해 발생 모델(Genesis Model)확산 모델(Contagion Model), 두 가지 모델을 사용합니다.

해당 모델들의 목표는 캘리포니아주의 특정 부동산이 향후 12개월 동안 산불로 소실될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

 

▲ 케틀은 캘리포니아주를 32만 개의 마이크로 그리드로 나눠 각각의 산불 가능성을 분석 예측한다 ©Kettle

발생 모델은 캘리포니아주를 각각 0.5㎡(제곱미터)의 32만 개 ‘마이크로 그리드(micro-grid)’로 나누고 산불 발화에 기여하는 요인을 분석합니다. 이후 산불 가능성을 찾아내는데요.

케틀은 이 모델을 통해 캘리포니아에서 화재 발생 및 확산 위치에 대한 225만 개의 시뮬레이션을 실행합니다. 확산 모델에 AI 구성 요소를 추가해 정확성과 계산 효율성을 향상시킵니다.

그 결과, 2020년 산불 시즌 예측에서 89.2%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케틀은 밝혔습니다. 2020년 캘리포니아주 화재 피해의 98%를 차지하는 최대 화재 14건이 그해 3월 케틀 모델이 분석한 최대 위험 지역 상위 20%에서 시작됐습니다. 2021년엔 캘리포니아 최대 산불인 ‘딕시 산불’과 ‘칼도르 산불’의 발화지를 예측하기도 했는데요.

케틀의 공동 창립자 나다니엘 매닝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화재 통계 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로더멜화재확산모델’이 하나의 산불 계산에 평균 4시간이 걸리는데 비해 “케틀은 약 20초로 단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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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틀 ‘산불 예측 재보험’, 보험사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

일반적으로 보험사는 위험(Risk)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고객의 가입을 제한하거나 보험료를 인상하는 등의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합니다. 그렇다면 재보험사인 케틀의 산불 예측은 보험사 및 보험사의 고객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매닝 COO는 기후변화와 그에 따른 재난 등 최근의 위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데 보험업계가 최신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재보험은 연간 4,000억 달러(약 535조원) 규모의 거대한 산업임에도 정확한 데이터 과학 및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는데요.

이 때문에 그는 지난 15년 동안 재난 등으로 입은 피해가 10억 달러(약 1조 3,397조원) 이상의 피해를 입으면서 재보험 업계의 자본 수익률이 68%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케틀은 정확한 데이터를 활용해 산불 위험을 산출한 뒤 재보험료에 프리미엄을 청구한다 ©Kettle

이와 달리 케틀은 캘리포니아 산불처럼 특정한 위험을 정확히 발견해 이를 보장하는 보험의 전체 또는 일부에 재보험을 제공합니다. 보험사가 케틀의 재보험을 구매하면, 케틀은 자사의 모델을 사용해 포트폴리오를 분석합니다. 32만 개의 그리드로 나눈 영역별로 분석한 덕분에 더 정확하고 경쟁력 있는 재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케틀의 장점인데요.

나아가, 재보험사가 재난 위험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재보험사를 넘어 보험사와 고객의 이익으로 연결됩니다. 우선, 보험회사가 자사의 위험을 정확히 확인하고 이를 대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재난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위험을 회피·분산하지 못할 경우, 보험사는 막대한 손해로 지불능력을 상실할 수 있습니다.

이에 케틀은 재보험사가 기술을 통해 위험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그에 맞는 재보험료를 청구함으로써 보험사의 지불능력을 확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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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험사로 직접 뛰어든 이유, ‘마지막 안전망’ 중요하기 때문!

또한 케틀은 이러한 정확한 데이터 기반의 재보험이 결국 캘리포니아 주민 전체의 안전에도 기여한다고 강조합니다. 매닝 COO는 “(우리는)기후변화 감축에만 집중할 수 없다”며 사회의 적응을 돕는데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재보험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사실 케틀과 같이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은 많습니다. 일례로 제스티AI(Zesty.ai)케이프애널리틱스(Cape Analytics) 등은 산불예측모델을 구축한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산불만이 아니라 홍수, 태풍 등 다양한 재난을 예측하기 위해 많은 스타트업들이 도전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케틀이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보험사에 해당 기술을 제공하는 다른 기업과 달리, 재보험사로 직접 뛰어들었다는 것.

매닝 COO는 재보험이 기후변화에 대한 ‘마지막 안전망‘이라고 강조합니다. 지역사회의 재건을 돕기 위해 금융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보험사라면, 그 보험사의 안전망이 되어주는 것이 재보험사이기 때문인데요.

한편, 케틀은 지난해 11월 2,500만 달러(약 334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벤처캐피털(VC) 어크루캐피털(Acrew Capital)이 주도했고 소프트웨어 기업 홈브루(Homebrew), 실리콘 기반 벤처기업 트루벤처스(True Ventures) 등이 투자에 참여했는데요.

케틀은 현재는 산불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재난 유형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매닝 COO는 “산불은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 케틀이 홍수와 허리케인 등 기후변화로 악화된 다른 재난까지 모델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현재 케틀은 300만 달러에서 최대 1000만 달러의 재판매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