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20대 대통령 당선으로 확정돼 국내 에너지 업계 일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원자력 발전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인데요.

사고의 위험성과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에도 원전이 계속 언급되는 이유, 바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변동성 때문입니다. 화석연료와 원전은 공급 통제가 가능한데요. 반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아 전력 생산이 불안정한 것! 전력 생산이 적으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문제이나, 전력 생산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도 송전망의 전압이 올라 발전기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는데요.

지금도 여러 기업이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 오늘 그리니엄은 ‘벽돌’을 활용해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보완한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소개합니다.

 

전기도 통하지 않는 벽돌에 전기를 저장할 수 있다? 🧱

현재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해결할 방법은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과잉생산된 전기를 건전지나 배터리 같은 저장장치에 저장하고 추후 사용하는 것. 다른 하나는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활용해 발전량을 예측해 전력 생산을 관리하는 방법인데요.

스위스에 소재한 에너지 볼트(Energy Vault)란 스타트업은 에너지 저장 방식에 주목했습니다. 흔히 에너지 저장하면 건전지나 배터리에 전력을 저장하는 것을 떠오르기 마련인데요. 에너지 볼트는 기존 상식을 깨고 거대한 크레인벽돌을 선택했습니다.

 

© CNN

에너지 볼트는 우선 기존 스위스 전력망에서 초과 전력을 받아왔습니다. 이후 70m 높이의 크레인이 초과 전력을 사용해 35톤 무게의 벽돌을 공중 위로 들어 올리면 끝인데요. 에너지 볼트는 전력이 필요할 때 벽돌을 다시 낙하시켜 저장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니, 벽돌을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 전력을 어떻게 저장할 수 있단 걸까요?

사실 여기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재생에너지, 수력발전의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수력발전은 중력에 의해 높은 댐의 물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생긴 힘이 물레방아나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데요. 에너지 볼트는 이 원리를 역으로 뒤집어 높은 곳으로 물체를 올리면 위치에너지에 의해 전력을 저장하는 효과가 난단 점에서 착안한 것!

에너지 볼트에 따르면, 1분에 100m를 들어 올린 35톤 무게의 벽돌에는 약 10MWh의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데요. 운영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제외하면 약 80~85%의 전력을 저장하는 효율을 낸다고 합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샤스타 댐(왼)과 아르헨티나의 살리나르 그란데스 소금사막(오)_Pixabay, iStock

에너지 볼트가 굳이 ‘벽돌’을 선택한 이유는? 🤔

수력발전의 원리를 뒤집어 에너지를 저장한다는 아이디어는 이전부터 존재했습니다. 바로 양수 수력 저장 장치인데요. 한 방향으로 물을 흘려보내는 기존 수력 발전소와 달리, 양수 수력 저장이 적용된 발전소는 위아래에 각각 저수지를 만듭니다. 전력이 필요할 때는 아래 저수지로 물을 흘려보내 전력을 만들고, 전력이 남을 땐 펌프로 물을 위 저수지에 퍼올려 에너지를 저장하는 식이죠.

특히, 에너지 볼트가 위치한 스위스는 2019년 기준 전체 에너지의 56.4%를 수력 발전소가 생산하는데요. 사실 스위스는 1892년 최초의 상업 양수 수력 발전소가 건설된 곳이기도 한 것. 이런 스위스에서, 에너지 볼트가 수력이 아닌 ‘벽돌’에 주목한 이유, 무엇이었을까요?

 

1️⃣ 댐도, 저수지도 필요 없음! ⛲ 양수 수력 발전은 전 세계 전력망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입니다. 하지만 양수 수력 발전은 수력발전과 마찬가지로 대량의 물과 콘크리트가 필요하며, 저수지를 개간하는 과정에서 수몰지 문제와 생물다양성 손실 등 환경이 파괴된다는 비판을 듣고 있죠.

2️⃣ 환경 파괴 일으키는 희귀금속도 필요 없음! 💎 또다른 차세대 에너지 저장 장치로 주목받는 리튬 전지도 환경 파괴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리튬 전지는 90%의 저장 효율을 자랑하지만, 문제는 가격이 비쌀뿐더러 채굴 과정에서 환경 파괴가 불가피한 상황! 이 밖에도 코발트, 니켈 등 여러 희귀금속도 필요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그래도 전자제품엔 꼭 필요한 희귀금속, 전 세계는 순환경제에서 해결책을 찾는 중!

 

© EGP의 브라질 Delfina 풍력 프로젝트. 에너지 볼트는 EGP의 폐기된 풍력 발전기 블레이드를 재사용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했다_EGP 제공

자원 소모와 비용은 줄이고, 순환성은 높였다! ♻️

벽돌을 활용한 에너지저장시스템은 수력 발전처럼 수몰지가 필요하지도 않고, 리튬 전지 같은 환경 파괴 논란도 피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환경 제약이 덜한 만큼, 에너지 수요처 근처에 설치해 송전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에너지 볼트는 세계의 화석연료 의존을 끝내기 위해 경제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저장 방법을 찾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는데요. 이곳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시스템 설계에 순환적 접근법을 반영했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에너지 볼트의 핵심, 벽돌입니다. 에너지 볼트는 35톤 무게의 벽돌 재료로 흙과 모래, 매립지 폐기물 등을 사용하는데요. 자재와 노동력은 현지 조달을 원칙으로 하고, 지역폐기물을 재활용함으로써 순환성과 책임 의식을 보였죠.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폐기된 풍력 발전기의 블레이드(날개)를 재료로 사용해 벽돌의 안정성과 견고성을 향상하고 비용은 절감했단 것. 풍력발전은 재생에너지에 속하긴 하나, 블레이드는 탄소섬유 등 복합재료로 만들어 재활용이 어렵단 문제가 있었는데요.

지역폐기물을 재활용해 벽돌을 설계하는 모습에서 순환성을 고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해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_Leonardo DiCaprio, 페이스북

에너지 볼트는 2020년 스위스 티치노에 70m 높이의 크레인을 포함한 ‘상업용 유닛(CDU)’을 건설해 핵심 기술 요소를 검증했습니다. 이후 평가를 반영해 좀 더 낮은 높이와 다양한 면적이 가능한 모듈식 건물 형태인 ‘에너지 볼트 복원센터(EVRC)’를 설계하며 프로젝트를 정교화해나가고 있죠.

지난 2월에는 뉴욕 증권 거래소에 상장돼 약 2억 3,500만 달러(한화 약 2,097억) 모금에 성공한 상황. 같은 달, 배우이자 기후활동가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에너지 볼트의 전략 자문 위원회에 합류했다는 소식도 들렸습니다.

 

+ 올 하반기에 중국 장쑤성에서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
에너지 볼트는 2022년 하반기 중국 장쑤 성에서 100MWh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요. 벽돌을 이용한 중력 발전이 사용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