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면, 기후테크 산업 나아가 인류는 이를 어떻게 해야 다뤄야 할까?

임팩트투자사 소풍벤처스가 제주도에서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주최·주관한 ‘2023 클라이밋 테크 스타트업 서밋’에서 논의된 주제 중 하나입니다.

올해로 2회차를 맞은 이번 행사는 카카오임팩트가 후원했고, 2050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와 서울대학교 기후테크센터가 협력기관으로 함께했습니다.

‘기후기술과 인공지능(AI for fighting against the Climate Crisis)’이란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빅테크 기업과 기후테크 스타트업 관계자, 투자자, 정책 전문가 등 총 120명이 참여해 깊이있는 논의와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요? 그리니엄이 4편으로 나누어 취재했습니다.

[편집자주]

 

1년간 기후테크 투자 전년 대비 40% 급감…“드라이파우더 주목해야 해” 💰

시장조사기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2023년 기후테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간(2022년 4분기~2023년 3분기) 기후테크 분야에 투자된 민간 자금은 650억 달러(약 87조 8,400억원)입니다.

PwC는 기후테크 투자금이 전년 대비 40% 이상 감소하긴 했으나, 다른 분야 보다는 여전히 투자가 몰리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같은기간 모든 산업군 내 민간 투자는 평균 50%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기후테크 업계는 상황이 어떨까요?

지난 19일 ‘두 개의 반전카드, 기후테크와 스타트업’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경기침체 속에서도 기후테크 산업에 ‘드라이파우더(Dry Powder)’가 쌓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드라이파우더란 벤처캐피털(VC)나 사모펀드(PE)가 만든 기금 중 아직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당장이라도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뜻합니다. 우리말로는 ‘투자가능자금’으로 불립니다.

실제로 미국 클라이밋테크 VC(이하 CTVC)는 올해 3분기까지 기후테크 분야에 모인 드라이파우더가 약 330억 달러(약 43조 8,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한 바 있습니다.

한 대표는 “드라이파우더가 늘고 있단 것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한 대표는 “(드라이파우더)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전제할 경우 이를 어떻게 흘려보낼 것인가 논의돼야 한다”며 “투자자·정책관계자·연구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와 함께 관련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한 대표는 기후테크 업계 투자금이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란 점도 피력했습니다. 기후정책이니셔티브(CPI) 연구에 의하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기후금융이 현재보다 10배 이상 증가해야 합니다.

 

▲ 2022년 10월 기후정책이니셔티브가 기후금융 투자 흐름을 추적한 결과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기후재원이 지금보다 10배 이상 늘어야 한다 ©CPI 제공 그리니엄 번역

국내 주요 기후 전문 투자자, 韓 기후테크 시장 성장 가능성 높아 📈

그렇다면 한국 기후테크 업계는 상황이 어떨까요?

지난 20일 ‘기후 AI 투자’를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국내 주요 기후 전문 투자자들은 한목소리로 한국 기후테크 산업이 성장 가능성이 높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인비저닝파트너스의 차지은 상무는 “지난 1년간 다른 산업계에서는 투자금이 평균 50% 감소했다”며 “전체 VC 투자에서 기후테크가 차지하는 비중이 11.4%를 넘은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인비저닝파트너스는 2021년 기후에만 768억 원 규모 펀드를 민간 기업으로부터 출자받아 운영 중입니다.

차 상무는 기후테크 업계 투자 “행간을 읽어야 한다”며 “전기자동차 등 모빌리티 분야를 제외한 거의 모든 기후기술이 초기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금리가 오른 만큼 투자를 좀 더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D3쥬빌리파트너스의 이덕준 대표 또한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2011년에 설립된 D3쥬빌리파트너스는 서울과 미국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두고 기후 및 사회 문제를 다루는 기술기업에 전문 투자한 VC입니다.

이 대표는 “2005~2015년 무렵 실리콘밸리에는 ‘클린테크 1.0’ 시대가 있었다”며 “지금은 클린테크 2.0, 나아가 기후테크 시대로 불리고 있다”고 서문을 열었습니다.

클린테크 1.0 시대 창업한 기업 중 90% 이상이 폐업했단 것이 이 대표의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여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그 당시 살아남은 기업이 바로 테슬라(Tesla)”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체육, 자원순환 등 모든 산업이 기후문제 속에서 전환에 들어갔다”며 “이전과 다른 환경이긴 하나 (클린테크 1.0 시대보다) 더 큰 기업이 나올 것”으로 그는 내다봤습니다.

조윤민 소풍벤처스 파트너 또한 “국가별로 기후테크 투자 특성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 같다”며 “(국가 또는 지역별로) 기후테크 분야서 더 투자되는 영역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 파트너는 현재 기후테크 업계 투자 분위기가 2015년 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가 태동하던 시기와 비슷하단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 왼쪽부터 조윤민 소풍벤처스 파트너 차지은 인비저닝파트너스 상무 이덕준 D3쥬빌리파트너스 대표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의 모습 ©소풍벤처스

AI 전문 투자사 “AI 핵심은 ‘지능’에 있어…본질 이해해야 해” 🦾

AI가 기후 분야에 얼마나 적용된 것 같냐는 질문에 옐로우독의 유재연 파트너는 “아직은 초기 단계인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2016년 설립된 옐로우독은 AI와 미디어를 전문으로 하는 임팩트투자사로 현재까지 600억 원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유 파트너는 2007년 애플이 첫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출시한 사례를 언급했습니다. 이후 2010년에 우버와 인스타그램 그리고 카카오톡 등 스마트폰 기반 애플리케이션(앱)이 대량으로 출시됐습니다

유 파트너는 “스마트폰의 본질적인 기능은 어디든 돌아다니며 소통할 수 있는 ‘모바일’에 있다”며 “그렇다면 AI는 기본적으로 어떤 본질성을 지니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유 파트너는 “AI의 핵심은 ‘지능’에 있다”며 “사람들끼리 풀어보려던 문제를 기계와 함께할 영역이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기후테크도 마찬가지란 것이 유 파트너의 평가입니다.

 

▲ AI 기술에 기반해 의류 소재와 색상을 파악해 선별하는 기술을 파이버소트라고 부른다 ©Fibersort

의류폐기물 선별·작물 수확량 예측 등 기후테크 업계 전반에 녹은 AI 기술 🤔

반면, 기후 전문 투자사들은 AI가 기후테크 업계에 녹아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차 상무는 “의류폐기물을 AI가 빠르게 선별하고 분류하는 영역이 떠올랐다”며 “이밖에도 AI 기반 광물탐사나 작물 생산량 예측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더불어 차 상무는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을 위해선 정부 지원이 늘어나야 한단 점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기후테크 스타트업 상당수가 미 에너지부(DOE)나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DARPA)으로부터 보조금이나 상금을 받은 것이 특징입니다. 덕분에 일정 기간 수익 창출이란 압박 없이 오로지 기술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단 것이 차 상무의 설명입니다.

이 대표는 “전기화학·기계공학·생물학 등 과학을 기반으로 한 기후테크 기업이 많다”며 “AI가 이들 기업에서 공학적인 해결책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시장에 나온 기후대응 기술 상당수가 여전히 비싼 편이라 이들 운영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이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 AI의 대규모 연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데이터센터는 열을 냉각하기 위해 막대한 양의 물을 소비한다 ©Google

“韓 출신 AI 인재 덕에 기후테크 업계 아이디어 확장 가능성 ↑” 📚

주요 투자자들은 AI가 기후대응에 있어 대체적으로 도움이 된단 점을 인정했습니다.

유 파트너는 AI가 탄소배출량·물소비량 등 특정 문제를 갖고 있어서 하면 안 된단 식의 접근은 적절하지 못하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허나, 유 파트너는 “시장을 너무 앞서 가선 안 된다”면서도 “더 많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 형성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유 파트너는 또 카카오와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정보통신(IT) 기업들이 융합형 AI 인재를 육성하고 있단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나온 AI 인재들 덕에 “(기후테크 업계에) 아이디어가 확장될 기회가 많다”며 “이제는 시장이 얼마나 성장하느냐가 문제”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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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클라이밋테크 서밋 모아보기]
①: 에너지·물소비량 높은 AI가 기후대응에 정말 도움되나?
②: 탄소중립 속 녹색보호무역주의 시대 도래, 한국은?
③: 韓 기후테크 업계, AI 기후문제 해결 도움…“분산 데이터 통합 필요”
④: 국내 기후 전문 투자자들이 바라본 기후테크 속 AI 현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