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환경대상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지구환경대상(Champions of the Earth)은 현세대가 직면한 환경문제 해결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 개인이나 단체에게 주어지는 유엔 환경 분야 최고 권위상인데요.

2005년부터 시작된 이래 25명의 세계 지도자, 62명의 개인, 14개 단체 등 총 101명의 수상자에게 상이 수여됐습니다. 그렇다면 2021년 지구환경대상을 수상한 이들은 누구일까요. 그리니엄이 준비해 봤습니다.

 

지구환경대상, 누가 선정해? 🤔

지구환경대상은 크게 ▲정책과 리더십(Policy Leadership) ▲ 과학과 혁신(Science and Innovation) ▲ 영감과 행동(Inspiration and Action) ▲ 기업가 비전(Entrepreneurial Vision) 부문에서 상을 수여하고 있죠.

이 상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나, 최종 후보 명단에 오르기 위해선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유엔환경계획(UNEP) 소속 직원 및 전문가로 구성된 한 팀이 후보 명단을 검토하고, 심사위원단에게 보낼 최종 명단을 준비합니다.

심사위원단은 유엔 및 여러 국제기구 지도자들로 구성돼 있는데요. 심사위원단은 영향력, 혁신성, 설득력 있는 이야기 등 3개 항목을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하죠.

 

▲ 2021년 지구환경대상 수상자 일러스트 ©UNEP

2021년 지구환경대상 수상자는 누구? 🏆

2021년 지구환경대상 수상자 모두 여성이란 점에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올해 수상자들은 우리에게 영감을 줄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를 제한하고, 생태계 붕괴를 피할 수 있는 해결책과 지식 그리고 기술을 우리 손에 쥐고 있단 것을 상기시켜주는 여성들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수상자들 모두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혁신적인 성과를 이뤄냈단 점에서 높은 평을 받았는데요. 수상자들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 COP26에서 기조연설 중인 미아 모틀리 바베이도스 총리 ©Kira Worth UNFCCC

1️⃣ 정책과 리더십: 기후변화 취약한 섬나라 위해 목소리 낸 모틀리 총리 ⚖️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를 이끄는 미아 모틀리 총리가 ‘정책과 리더십’ 부문에서 지구환경대상을 수상했습니다. 2018년 선거를 통해 선출된 모틀리 총리는 지난 몇 년간 적극적인 환경 복원 정책을 추진했는데요.

그는 삼림 및 산호초 복원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고, 2030년까지 바베이도스 내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없애겠단 목표 달성을 위해 각 가정에 태양광 패널과 전기 자동차 보급에도 앞장섰죠.

또한 모틀리 총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을 위해 목소리 높였는데요. 미아 모틀리 총리는 지난해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연설에서 “가장 위험에 처한 열대섬 국가들이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1% 미만이나 북반구 국가들은 70%”라 역설했는데요.

“희생자들에게 돈을 지불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고 부도덕한 일”이라며 기후재원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모틀리 총리의 대담성과 열정이 다른 세계 지도자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는데요. 모틀리 총리는 녹색 회복이 경제 발전을 촉진하고, 빈곤퇴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습니다.

 

▲ CTPH 활동을 설명 중인 글래디스 칼레마 지쿠소카 박사 ©Jo Anne McArthur Unbound Project 갈무리

2️⃣ 과학과 혁신: 공중보건 통해 인간과 동물 건강 모두 지켜낸 지쿠소카 박사 👩‍🔬

비영리단체 공중보건을 통한 보건(CTPH, Conservation Through Public Health)를 설립한 글래디스 칼레마 지쿠소카 박사가 ‘과학과 혁신’ 부문에서 지구환경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지쿠소카 박사는 우간다 야생동물청(UWA) 소속이며, 공중보건을 통해 야생동물을 지키고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 등을 교육하고 있죠.

우간다 같이 국립공원이 많은 나라는 자연스레 사람과 야생동물의 접촉이 흔한 편인데요.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사람과 동물이 같이 전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이 문제 됐습니다.

실제로 2004년 퀸 엘리자베스 국립공원에서 탄저균 감염으로 300마리 이상의 하마가 죽고, 인근 지역주민들도 탄저균에 노출됐는데요. 2016년과 2018년에도 아루아 지역에서 주민 수십명이 탄저균에 노출되고 사망자도 발생했죠.

이에 지쿠소카 박사는 인수공통감염병 해결을 위해선 다분야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인간과 동물의 건강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단 ‘하나의 접근(One Approach)’이란 기조 아래 여러 공중보건 정책 개발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쿠소카 박사가 설립한 CTPH는 우간다와 콩고민주공화국 국립공원 일대 지역사회에 위생 교육 및 가족계획사업을 진행 중인데요.

국립공원 같은 보존 지역에 거주하는 지역을 위한 소득원천 다양화 방안도 모색하고 있죠. 이런 점들이 종합적으로 높게 평가돼 지구환경대상을 수상한 것이라고 합니다.

 

▲ 태평양 솔로몬 일대 산호초 건강 상태를 기록하는 씨우먼 오브 멜라네시아 활동가들의 모습 ©Sea Women of Melanesia 페이스북

3️⃣ 영감과 행동: 지역 여성들을 교육해 산호초 생태계를 보호하다 🌊

2021년 지구환경대상 ‘영감과 행동’ 부문은 씨우먼 오브 멜라네시아(Sea Women of Melanesia)란 비영리단체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2018년 설립된 씨우먼은 태평양 솔로몬 제도와 파푸아뉴기지 해안 일대에서 산호초의 건강 상태를 기록하는데요. 잠수복을 갖춘 지역 여성 30여명이 관련 활동을 진행 중입니다.

씨우먼은 지역 여성들에게 스쿠버다이빙과 생물학 기술을 교육하고, 이들이 산호초 건강 감시 및 해양보호구역 복원에 앞장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데요.

먼저 위성항법장치(GPS), 수중카메라 사용법, 암초 조사 기술 및 산호초 상태에 대한 이론 교육을 배운 후 잠수 장비 사용법 등을 실습으로 배운다고 합니다.

 

▲ 산호초 생태를 기록 중인 씨우먼 활동가 모습 ©Sea Women of Melanesia 페이스북

실제로 씨우먼의 작업 이후 파푸아뉴기니와 솔로몬 제도 해역 일대에 20개 이상의 새로운 해양 보호 구역이 제안으로 이어졌는데요.

씨우먼에서 활동 중인 이스라엘라 아투아는 프로그램 초기 기획 당시를 묻는 질문에 “(어촌에 있던 이들 중) 누구도 우리 말을 듣고 싶어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우리는 해양 보존이 생계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며 지역사회를 설득했다”고 회고했는데요.

이에 앤디 루이스 산호해재단(CRF) 이사장은 “현지 언어로 해양보존 절차와 해양보전을 옹호할 수 있는 여성을 지역사회에 두는 것은 해양보호구역 중요성에 대한 초기 메시지 전달에 중요하다”며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없이 이러한 국가에서 수행되는 보존 작업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 키르기스스탄 환경단체 무부그린의 마리아 콜레니스코바 대표의 모습 ©Samat Barataliev UNEP

4️⃣ 기업가 비전: 대기질 개선 위해 데이터 공유 서비스 시작한 콜레스니코바 ☁️

기업가 비전은 지속가능성과 재무수익성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혁신가들에게 수여되는데요. 앞서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와 구글어스(Google Earth)를 개발한 브라이언 매클러던 등이 지구환경대상 기업가 비전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습니다.

2021년 지구환경대상 기업가 비전 부문을 수상한 이는 마리아 콜레스니코바였습니다. 그는 중앙아시아 북부에 있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서 활동하는 무브그린(MoveGreen)이란 환경단체의 대표인데요. 무브그린은 대기질이 안 좋기로 악명 높은 비슈케크의 공기 오염 농도 측정을 위해 ‘AQ.kg’란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죠.

해당 앱은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사용자가 있는 주변 대기질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중앙으로 전송하는 구조인데요. 무브그린은 수집한 데이터를 집계해 시민들에게 공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키르기스스탄의 대도시인 비슈케크와 오시(Osh) 두 곳에서 매 20분마다 대기 중 오염물질 농도를 측정해 집계하는데요. 이밖에도 100개 이상의 대기질 측정 센서를 도시 전역에 설치해 대기질 정보 공유에 앞장서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무브그린은 인접국 및 지역과 협정을 맺고 대기질 개선 문제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대기오염 문제에는 국경이 없단 기조 아래 도시 및 정부 당국에 대기질 개선 정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죠.

지난해 UNEP이 발표한 ‘세계 각국의 대기 오염 관리 정책 시행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57개국만이 지속적으로 대기질을 감시 중이고 104개국은 감시 인프라 자체가 없는데요.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콜레스니코바와 무브그린의 작업은 시민들이 과학과 데이터의 힘을 활용해 어떻게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높게 평가했습니다.

 

▲ 무브그린은 대기질 오염 농도를 집계하는 앱을 개발했다 ©Samat Barataliev UNEP

환경 분야 내 노벨상이라 불리는 지구환경대상. 정치·과학·시민사회 등 전 세계 각 분야에서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한 이들에게 수여되는 만큼, 우리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또 어떤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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