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열린 런던 마라톤. 4만 명 이상이 넘게 출전한 당시 대회에선 플라스틱 생수병 대신 해초로 만든 식용 물캡슐이 선수들에게 지급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오호(Ooho)’라는 이름의 이 식용 물캡슐은 영국 왕립예술대학교 산업디자인과 학생들이 만든 제품이었는데요. 해조류에서 추출한 알긴산나트륨과 젖산칼륨을 이용해 투명막을 만들고 그 안에 액체를 담는 형식이었죠.

제품 하나에 드는 생산 비용은 불과 2센트. 물만 마시고 캡슐을 뱉어내도 되고, 함께 먹어도 되는데요. 이 캡슐은 그냥 먹어도 인체에 무해할 뿐 더러, 땅에 버려도 4~6주 이내 완전히 분해된다고. 당시 런던 마라톤 조직위원회는 오호를 사용한 덕에 플라스틱 페트병을 22만 개 이상 줄였다고 밝혔죠.

전 세계를 감싼 제로웨이스트(ZeroWaste) 물결과 함께 ‘식용 포장재(Edible Packaging)’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은데요. 디자인, 식품, 유통 업계 모두 식용 포장재를 2년 연속 주목해야 할 트렌드로 뽑았단 사실!

 

©Notpla

먹는 포장재가 대세인 요즘! 🙋

식용 포장재가 낯설게 느껴지시나요? 단어가 생소할 뿐, 식용 포장재는 우리 일상에서 손쉽게 볼 수 있는데요. 아이스크림을 담아주는 콘, 소시지의 얇은 막 모두 식용 포장재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입니다. 현재 식용 포장재는 식품 종류에 따라 제각기 다른 물질이 사용되는데요. 해조류, 우유, 감자 껍질, 라이스페이퍼 등 각 회사와 제품마다 사용된 포장재가 상이하죠. 그렇지만 포장재까지 먹거나 효율적으로 생분해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은 똑같다고 합니다.

식용 포장재의 가장 큰 장점은 플라스틱 폐기물 생산을 줄인다는 건데요. 여기에 100% 분해되는 특성 덕에 매립지가 포화될 걱정도 줄어들죠. 여러 이점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기업은 식용 포장을 조심스럽게 보고 있는데요. 플라스틱 포장에 비해 유통기한이 짧고, 운반 과정에서 손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또 우유나 해초류 등 포장 물질로 사용된 식품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런 장애물들을 극복하고자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는 중이라고.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 인더스트리 애널리스트(Global Industry Analysts)’는 2027년까지 식용 포장재 시장이 약 12억 달러(한화 약 1조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폐기물 증가, ESG 경영 대두 등 친환경 흐름 속에서 식용 포장재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죠. 현재까지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식용 포장재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인데요.

대표적인 사례들만 몇 곳 소개해본다면!

 

© Evoware <a href=httpswwwyoutubecomwatchv=k30o7co5zbI title=httpswwwyoutubecomwatchv=k30o7co5zbI>유튜브 화면 캡쳐<a>

바닷속 해조류로 만들어보자 🏝️

‘에보웨어(Evoware)’란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체는 미역, 다시다, 김 등 해조류를 활용해 식용 포장재를 개발했는데요. 해조류를 가열하면 젤라틴처럼 끈끈해지는 성질을 이용했다고. 무색무취라 포장지를 먹어도 음식 맛에 영향을 주지 않고, 100% 생분해된다고 하는데요.

지역 어부들이 재배한 해조류를 사들여 재가공하는 공생 비즈니스 모델도 고안했다고 합니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줄이고, 지역사회 소득 증진까지 고려한 선 순환 모델 덕분이었을까요? 에보웨어는 영국 ‘엘렌 맥아더 재단’이 주최한 국제 순환 디자인 공모전(Circular Design Challenge)에서 최종 우승까지 성공했다고.

에보웨어가 포장지에 주목했다면 ‘롤리웨어(Loliware)’는 빨대에 주목했는데요. 뉴욕에 있는 이 업체는 해조류와 유기농 사탕수수, 타피오카 등을 이용해 친환경 빨대를 개발했습니다. 상온 음료에 담아도 24시간 이상 형태와 기능을 유지할 수 있고, 최대 60일 안에는 분해된다고 하는데요. 당시 제품을 먼저 사용한 얼리어답터들로부터 ‘#EatYourStraw(당신의 빨대를 먹으세요)’란 해시태그가 주요 소셜 미디어(SNS)를 강타했단 후문담. 폭발적인 반응 덕분일까요? 롤리웨어는 뚜껑, 주방용기, 포장 패키지 모두 해조류로 개발해 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USDA

우유에 있는 단백질 활용할까? 🥛

미국 농무부(USDA) 연구팀은 우유 단백질 ‘카제인’에 레몬이나 라임 등에 들어있는 ‘펙틴’을 섞어 투명한 필름을 만들었는데요. 치즈나 소시지 등 식품 포장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필름은 식용과 생분해 모두 가능하며, 기존 플라스틱 비닐을 대체할 만큼 기능이 뛰어나다고 하는데요.

연구팀은 이 필름이 산소 차단에 약 500배 정도 더 우수해, 음식의 조기 부패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시리얼이나 초콜릿 바 겉면에 들어가는 설탕 코팅을 대체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물에 쉽게 녹는 것이 단점이라고. 현재는 대량 생산을 위해 연구를 계속 이어가는 중이라고 하네요.

 

© Ecobative Design

우린 버섯으로 스티로폼 만듦 🍄

버섯을 먹기만 하는 시대는 끝났다! ‘에코바티브 디자인(Ecobative Design)’이란 미국 스타트업체는 버섯에서 배양한 균사체를 이용해 친환경 스티로폼을 제작했는데요. 균사체는 영양을 흡수하는 뿌리 부분인데요. 이 균사체를 농업 폐기물이나 나무 부스러기에 배양시킨 후 결합하는 방식으로 스티로폼을 제작한다고. 기존 스티로폼만큼 튼튼하고 가벼운 것은 당연지사! 제작 과정도 일주일이면 충분할 뿐더러, 소모되는 물과 전기 사용량도 적다고 하는데요. 버섯 스티로폼은 땅에 버려도 100% 자연 분해되며, 비료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 <a href=httpswwwbehancenetgallery69674825Peel Saver ecological fries packaging>Peel Saver<a>

감자 껍질로 감자튀김 포장 🍟

감자튀김을 만들기 위해선 감자 껍질을 깎아야 하는데요. 이탈리아의 디자이너들은 그저 버려지는 감자 껍질을 보고 이를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게 됐다고. 여러 고민과 시도 끝에 나온 것이 ‘필 세이버(Peel Saver)’인데요. 버려진 감자 껍질을 물에 불린 후 자연 건조 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녹말이 서로 달라붙는다고 합니다. 필 세이버는 감자튀김을 담는 통으로 활용된다고 하는데요. 포장지를 먹어도 괜찮고, 퇴비나 가축 사료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필 세이버처럼 버려진 껍질을 활용해 만든 포장 용기는 다양한데요. ‘포레스트 & 웨일(Forest & Whale)’이란 싱가포르 스타트업체는 밀 껍질로 친환경 포장 용기를 제작했다 합니다. 이 또한 100% 생분해된다고 하네요.

 

© Air New Zealand 페이스북

커피랑 컵을 둘 다 호로록! ☕

뉴질랜드 항공사 ‘에어 뉴질랜드(Air New Zealand)’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기내와 라운지 등에 먹을 수 있는 컵을 제공했는데요. 현지 기업인 ‘트와이스(Twiice)’에서 개발한 쿠키 커피 잔을 활용했다고. 트와이스는 해조류나 쌀을 이용해 만든 밋밋한 컵이 아닌, 정말 맛있는 컵을 만들고 싶어 제작했다고 합니다.

이런 식용 컵들은 식품 포장재 중에서도 연구가 가장 활발한데요. 얼마 전 다국적 기업인 ‘뷸러(Bühler)’도 이더블(Edible)이란 식용컵을 내놓았죠. 자체 테스트 결과 뜨거운 음료에도 45분 이상 형태와 보온을 유지하고, 내용물이 새지 않았다고. 이러한 장점 덕에 미국 내 스타벅스와 맥도날드, 현지 커피 체인점에 유통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뜨거운 액체류만 담을 수 있을까요? 차가운 액체류도 담을 수 있어야죠! 일본 ‘아사히 맥주’도 지속가능한 방법을 고민한 끝에 ‘모구컵(Mogu Cup)’을 선보였는데요. 감자 전분을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구워 만든 것으로, 액체류를 오래 담아도 괜찮을 정도로 내구성이 튼튼하다고.

 

쏟아져 나오는 식용 포장재, 우리나라는? 🇰🇷

식용 포장재 종류는 정말 다양합니다. 먹을 수 있는 젓가락, 접시, 포장지 등 하루가 멀다하고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고 있죠. 학생들끼리 모여 만든 제품도 있고, 기업이 나서 적극적으로 개발한 제품도 있죠.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아직 국내에선 식용 포장재가 활성화되지 못했는데요.

다만, 지난 2년 사이 코로나19를 겪으며 늘어난 포장 쓰레기 때문일까요? SNS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관련 아이디어나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쌀과 타피오카를 활용해 먹을 수 있는 빨대를 선보인 곳도 있고, 해조류 부산물을 활용해 일회용 접시나 계란판 등 포장 용기를 만든 기업이 있다고. 국내 식용 포장재는 일단 소규모 카페나 가정주부, MZ세대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져나가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