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열대우림이라고도 불리는 산호초. 산호초의 광합성 능력이 열대 밀림보다 뛰어나기 때문인데요. 산호초에는 모든 해양생물의 25%가 서식하고 있어 바다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산호초가 바다 생물의 서식지라면 인류에게는 중요 관광 자원이면서 식량 공급처이자 태풍과 사이클론, 폭풍 등이 끼치는 영향을 줄이는 자연 방파제 역할도 해주죠.

이렇듯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산호초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격으로 맞고 있는데요. 지난 10월, 세계산호초관찰네트워크(GCRMN)에선 최근 10년 사이 전 세계 산호초의 14%가 사라졌단 내용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죠. 그리니엄에서도 위기의 산호초를 복원할 기술들을 소개해드린 바 있습니다.

 

👉 잠깐! `위기의 산호초를 복원할 기술들이 궁금하다면?

 

그런데 최근 산호초 보호에 경제학 이론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와 놀라움을 줬는데요. 경제학과 자연 보호,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 두 분야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었을까요?

 

© 그레이트배리어리프 BBC Great Barrier Reef

산호초 보호, “여기”에 투자하세요! 💹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이자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배경인 호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 미국 본토의 유일한 산호 지역인 플로리다의 키웨스트 연안. 이외에도 전 세계 곳곳에서 산호초가 사라지고 있는데요. 사라지고 있는 산호초를 보호해야 한다는 데에는 다들 이견이 없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 지역의 산호초부터 보호해야 할까요? 물론 이상적인 답은 ‘모든 산호초’를 보호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제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시간과 자원은 제한되어 있단 사실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주 퀸즐랜드 대학 연구원들이 주목한 것이 1950년대 개발된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Modern Portfolio Theory)입니다. MPT는 미국의 경제학자인 해리 마코위츠가 1952년 저널 오브 파이낸스(Journal of Finance)에 에세이 ” 포트폴리오 선택(Portfolio Selection) “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는데요. 마코위츠는 수학적 공식을 통해 위험과 수익을 최적화하는 포트폴리오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199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죠. 퀸즐랜드 대학 연구원들은 이 이론에서 서로 다른 위험-이익 기전을 가진 투자 상품들을 적절히 조합하면 전반적인 수익을 극대화하는 조합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 30개 지표에 대한 산호초의 상대적 성능 점수 <a href=httpsconbioonlinelibrarywileycomdoifull101111conl12587 target= blank rel=noreferrer noopener>보전 생물학 학회 논문<a>

조금 더 쉽게 설명할 수 없어? 🙄

쉽게 말하면, 해당 연구의 목표는 산호초 보호에 있어 가장 ‘성공 가능성’이 큰 산호초 보호 목록을 만드는 것인데요. 투자에서 미래의 리스크(위험성)를 관리하는 것처럼 산호초 보호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로 인한 리스크를 관리하는 거죠. 우산 장수는 가뭄이 들면 쪽박을 차고 양산 장수는 장마 때 울지만 우산과 양산을 적절히 함께 판매하면 어떤 때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처럼요.

이를 위해 연구팀은 과거 열 조건, 예측된 미래의 열 조건, 해양 산성화, 사이클론 정도, 산호초 유충의 확산과 정착, 최근 열 이력 등 5개 카테고리에서 174개 측정지표를 사용해서 불확실성과 위험도를 평가했습니다. 전세계 산호초군 162곳 중 50곳을 고르는 것이 목표였죠. 연구팀은 MPT(Modern Portfolio Theory)를 활용해 각 산호초의 위험도를 정량화하고 보완적인 지역을 선택해 전체 프로젝트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특징은 한 가지 항목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총합의 ‘성공 가능성’이 작다면 보호를 위한 투자 대상에선 빠진다는 겁니다. 실제로 연구팀이 선정한 50개 산호초 보호 지역 목록에는 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하와이, 중앙아메리카의 산호초 등은 제외됐습니다. 반면 그동안 관심받지 못했던 수마트라와 홍해 등의 산호초는 전체적으로 기후 영향이 덜해 복원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새롭게 밝혀졌고요.

이후 이 ’50 리프(50 Reefs)’ 이니셔티브는 블룸버그 재단 산하 자선재단인 비비탈 오션(Vivital Oceans) 이니셔티브의 자금을 받았고 약 9,300만 달러가 투자됐습니다.

 

© 오베 회그 굴드버그 교수 <a href=httpswwwbarrierreeforgnewspeople of the reefove hoegh guldberg we will save the reef from climate change target= blank rel=noreferrer noopener>Great Barrier Reef Foundation<a>

이런 신박한 생각을 한 사람, 대체 누구야? 💡

해당 연구팀을 이끈 사람은 호주 퀸즐랜드 대학의 오베 회그-굴드버그 교수입니다. 오베 교수는 이번 프로젝트를 두고 “향후 수십 년 동안 생존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가진 산호초를 식별하는 것은 모든 곳에서 산호초의 장기적인 생존과 복구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는 해양학 교수로서 해양 생태계에 대한 전 지구적 변화의 영향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왔습니다. 30년 전인 1980년대 후반부터 산호 백화 현상을 유발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발견했고 이후 기후변화 행동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죠. 산호초 보호에서 발휘한 리더십으로 그는 1999년에는 호주 유레카 상을 받았고 2012년엔 호주연구위원회 수상자 펠로우십, 2014년엔 모나코의 알버트 2세 왕자가 수여한 기후상을 받는 등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오베 교수는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지구온난화 1.5℃’ 특별 보고서에도 참여했는데요. 그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1℃ 이상 상승하면 생태 시스템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죠.

 

© Unsplash Rafael Lopez

에메랄드빛 바다에 푸른 산호초.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그 아름다움을 직접 볼 수 없지만, 얼마 뒤면 기후변화의 결과로 산호초가 없는 바다만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푸른 바다와 예쁜 산호초를 즐길 수 있도록, 경제학 이론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서 산호초를 복원하고 기후변화를 막아내기 위해 힘써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