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할 것 없이 기후 관련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도 하루 수천 건 이상의 기후 관련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죠. 2021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기후 관련 뉴스가 얼마나 보도됐는지 아시나요? 한국언론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에 기후변화와 기후위기를 검색한 결과(2021년 1월 1일 ~ 12월 13일), 각각 2만 6,599건과 1만 2,755건의 뉴스가 확인됐는데요. 빅카인즈는 국내 54개 언론사 기사만 볼 수 있어 실제로는 더 많은 뉴스가 보도된 것으로 추측됩니다.

네이처를 비롯한 주요 국제학술지에도 최신 연구와 동향이 계속 발표되는 상황. 이렇게 분산된 자료들을 모두 한 곳에 기록한다면 어떨까요? 지구의 모든 순간을 최후까지 기록할 ‘지구 블랙박스(Earth Black box)’ 프로젝트가 가동했단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 Earth Black Box 제공

기후 문제와 관련해 인류가 말하고 행동한 모든 것을 기록하다 🖋️

7일(현지시각) 호주 공영 ABC 방송에 따르면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기후 문제에 대한 인류의 대처법을 기록하는 블랙박스 프로젝트를 가동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호주 예술가 그룹 글루 소사이어티(Glue Society)의 조나단 니본에 의하면, 지난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부터 시작해 알고리즘이 인터넷에서 발견한 기후와 관련한 모든 기록을 문서화해 보관하고 있다는데요.

이른바 ‘지구 블랙박스’란 이름이 붙은 프로젝트는 항공기의 블랙박스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됐다고 합니다. 블랙박스. 항공기에 탑재하는 비행기록장치와 조종실녹음 장치를 넣어둔 금속박스를 뜻하는데요. 대개 항공기 사고가 일어나면 수사관이 사고 경위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증거물로 활용되죠.

지구 블랙박스는 기후와 관련된 게시물이라면 모두 보관할 계획인데요. 내부 컴퓨터와 하드디스크는 크게 두 종류의 데이터를 보관한다고 합니다. 하나는 세계 해수면 상승 속도, 대기 중 탄소 농도 추이,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 각국의 에너지 소비량 등인데요. 다른 하나는 기후 관련 뉴스와 SNS 게시물 및 COP26 같은 기후 관련 주요 행사 이야기를 모두 문서화하는 것이죠.

현재 미공개 장소에서 베타 테스트가 진행 중인데요. 실제 블랙박스는 오는 2022년 호주 태즈메이니아섬 서부 해안 인근에 건설될 계획입니다. 개발자들에 의하면 태즈메이니아섬이 정치적·지리적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돼 건설 예정지로 선정됐다고.

 

© 베타 테스트 기간 중 실시간으로 올라온 기후 관련 기록들 Earth Black Box 홈페이지 갈무리

지구 블랙박스에 어떤 데이터가 보관되냐면! 📝

이 프로젝트는 기후 문제와 관련해 인류가 말하고 행동한 모든 것을 미래 세대에게 전달한단 목표를 가지고 있는 만큼, 각종 자연재해에 견딜 수 있도록 강철을 활용해 10m 길이의 단일 구조물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또 외부 전력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 태양광이나 배터리 저장장치 등을 통해 최대한 오랫동안 동력 공급이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든다고 하죠. 베타 테스트 기간에도 홈페이지를 통해 SNS상에 올라온 다양한 언어의 기후 관련 게시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인터넷에 올라온 기후 관련 게시물을 알고리즘이 정기적으로 훑어 저장한다고 합니다. 약 500개의 측정지표가 있다는데요. 현재 블랙박스 용량은 30~50년 정도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더 많은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도록 성능 향상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 Earth Black Box 제공

한편, 먼 미래 누가 블랙박스를 찾아 데이터를 사용할지 모르는데요. 이에 개발자들은 미래 세대가 쉽게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 중이죠. 가령 데이터 접근을 위해선 두꺼운 블랙박스 철벽을 뚫어야 한단 사실을 어떻게 전달할 것이냐도 문제인데요. 기본적인 상징을 넣을 것인지 아니면 다른 수단을 사용할지 등을 고심 중이며, 블랙박스가 장기간 휴면 상태에 들어갈 경우를 포함한 모든 시나리오를 상정해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이야기가 끝날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

이 프로젝트는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과 예술가 그룹인 글루 소사이어티 그리고 세계적인 광고대행사 BBDO의 협력으로 진행 중인데요. 해당 아이디어를 처음 낸 짐 커티스 BBDO 총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지구 블랙박스는 인류가 당면한 기후재앙에 대처하거나 혹은 회피하고자 취하는 모든 조치를 기록할 구조물 겸 장치”라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 인류 문명이 파괴될 경우 블랙박스 만큼은 굳건히 남아 모든 세부 사항을 기록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개발자들은 이 프로젝트가 정치인이나 기업가 등 기후 문제 해결에 영향력을 행사할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는데요. 만약 인류 문명이 멸망해도 미래 누군가 우리들의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길 기대한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개발자들은 수집된 데이터를 우주로 전송할 계획을 고려하고 있는데요. 미래 인류든 외계인이든 상관없이 인류의 실수를 발견해 이를 해독해주길 바란다고.

지구 블랙박스 홈페이지엔 “어떻게 이야기가 끝날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How the story ends is completely up to us)”란 문구와 함께 인류의 대화와 행동이 모두 기록되고 있단 사실이 명시돼 있습니다.

2022년 블랙박스가 건설되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데요. 지금 우리의 행동이 기후 문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다같이 지켜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