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어떤 기준으로 옷을 구매하시나요? 소비자 대부분은 옷을 구매할 때 어떤 공정을 거친 소재로 옷이 지어졌고, 어떤 생산 방식을 거치는지에 대해 크게 고려하지 않습니다. 신선 식품은 출처를 까다롭게 살펴보지만, 옷의 경우에는 디자인과 가격이 기준에 충족한다면 구매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옷의 안쪽에 달린 세탁 라벨 택(TAG)이나, 제품의 상세 정보를 통해 소재를 알 수 있지만 ‘폴리에스터’, ‘아크릴’, ‘나일론’ 등의 합성섬유가 정확히 어떤 공정을 통해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떻게 버려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선택하는 합성섬유는 엄청난 비밀을 숨기고 있는데요. 바로 우리의 일상 안팎으로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섬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최근 발표된 환경과학기술지(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합성섬유로 만든 옷을 세탁하면 수십만 개에 이르는 미세플라스틱이 방출된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세탁하는 것보다 입고 있는 옷이 더 많은 미세 플라스틱 섬유를 방출한다는 사실인데요. 즉, 합성섬유를 착용하는 것만으로 미세 플라스틱이 대기에 떠돌고, 세탁 시 하수 처리장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바다에 당도하게 되는 것입니다.

의류의 지속가능성을 단순히 가죽, 모피와 같은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환경 파괴적 특성을 지닌 합성섬유 사용을 지양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안타깝게도 패션 산업은 2050년까지 세계 탄소 예산의 25%를 사용해 석유 다음으로 가장 오염이 심한 산업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우리의 옷은 궁극적으로 지구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걸까요? 지구를 위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패스트패션의 도약을 이끈 폴리에스터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의 해악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놀라운 규모의 대량 생산, 값싼 소재, 저렴한 옷. 그렇게 만들어진 옷이 버려져 땅에 매립됐을 때 극심한 환경 오염을 초래하는데요.

오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바로 대부분의 옷에 포함된 합성섬유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합성섬유가 어떻게 만들어지길래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요?

사실 폴리에스터와 같은 합성섬유는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 실’로, 예로부터 옷을 지어 입던 천연 원단이 아닌 다분히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직물입니다. 한 세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인류는 양모, 린넨, 면과 같은 식물 및 동물성 소재로 옷을 지어 입었는데요. 1940년대 화학 발전이 이뤄지자 더 저렴하고 빠른 섬유 생산법이 대두되면서 인공 섬유가 도약했습니다.

여기에 무궁한 발전을 이루던 패션 산업과 과잉 생산이 가능한 구조가 더해지자 패스트패션이 자리 잡을 수 있는 토대가 된 것이죠.

 

© Markus Winkler, UNSPLASH

이처럼 폴리에스터는 천연 섬유보다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기에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가장 선호하는 원단이 됩니다. 결국 2018년 폴리에스터의 연간 생산량은 전 세계 섬유 생산량의 52%를 차지, 5,200만 톤을 초과하면서 면화보다 많은 생산량을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14년 사이에 전 세계 의류 생산량이 두 배로 증가했는데, 이는 2002년이 폴리에스터 수요가 면화를 능가한 때라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생산량처럼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폴리에스터는 플라스틱 중 생산량 3위를 차지하기도 했죠.

아마 여러분의 옷장에서도 폴리에스터가 포함되지 않은 옷을 찾기 힘들 거예요. 문제는 대부분의 폴리에스터가 버려져 땅에 매립됐을 때 생분해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폴리에스터가 함유된 티셔츠는 자연 분해까지 20년이 소요되며, 최악의 경우 200년 동안 분해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토양 오염은 말할 것도 없지요. 그렇다면 천연 섬유를 선택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100% 면이라고 좋을까? 목화의 이면

부드러운 면 소재로 만들어진 옷을 선호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목화에서 추출한 면은 땅에 매립됐을 때 완벽히 생분해되는 천연 섬유이긴 하지만, 환경적으로 봤을 때 까다로운 작물 중 하나입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에 따르면 전 세계 농약과 살충제의 무려 35%가 목화밭에 뿌려지고 있다고 합니다. 오염된 농경지가 더욱 문제시 되는 부분은 바로 지역 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인데요. 목화를 재배하는 개발 도상국에 대한 세계 보건기구의 수치에는 면화에 뿌려진 화학 물질로 인해 암으로 사망하고 유산을 겪는 비율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면 소재의 티셔츠 한 벌과 청바지 한 벌을 생산하려면 2만 리터 이상의 물이 필요한데요. 사용된 물은 화학 물질과 염료로 오염되고, 생산된 폐수가 강과 바다에 흘러 들어가면서 해양 오염을 초래합니다. 이에 환경 단체인 ‘랩(WRAP)’의 피터 마독스(Peter Maddox) 대표는 “면화 생산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살충제, 물 사용 및 작업 조건을 고려하여 탄소 발자국을 제한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Janko Ferlic, UNSPLASH

목화 생산으로 인한 환경 파괴를 막고 자원 고갈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물성 친환경 소재인 ‘오가닉 코튼(Organic Cotton)’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오가닉 코튼이란 3년 동안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농지에서 제초제와 화학 비료 대신 천연 거름으로 재배된 목화를 말하는데요. 대량 생산을 위해 인위적인 생애주기를 고집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목화가 결실할 때만 수확합니다. 기존의 생산 방식보다 수확시기가 늦고, 생산량도 적지만 환경 유해 물질 걱정 없는 천연 목화를 얻을 수 있죠. 최근 몇 년 동안 오가닉 코튼의 수요가 증가하자 생산량 역시 조금씩 많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비영리 섬유 단체인 텍스타일 익스체인지(Textile Exchange)의 유기농 면화 시장 보고서에 의하면, 2019년 전 세계 총생산량은 대략 23만 톤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고 합니다. 현재까지도 지속해서 증가세를 보이며 토양의 지속 가능성, 물 절약, 대기 질 향상, 노동자의 건강 등을 개선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환경친화적 섬유의 도약

오가닉 코튼 말고도 각종 합성섬유를 대체하기 위해 환경친화적 섬유가 새로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중 폴리에스터의 지속 가능한 대체품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바로 페트병을 재활용한 플라스틱 섬유입니다. 이는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는 대안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재활용 섬유는 일반 소재보다 35% 적은 물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재활용된 폴리에스터 역시 세탁 시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방출하기 때문에 사용에 유의해야 하죠. 만약 완벽하게 생분해되며,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직물을 찾는다면 유기농 대마(hemp)와 텐셀, 유기농 린넨을 눈여겨보세요.

 

@ Vladimir Dudukalov, UNSPLASH

가장 먼저 유기농 대마의 경우 식물의 특성 자체가 물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버려져 땅에 매립됐을 때 영양분의 60~70%를 토양으로 돌려보낸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 텐셀은 식물성 물질에서 유래돼, 생분해 가능한 섬유입니다. 또한 소량의 물이 필요하며 물과 용제의 99% 이상을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텐셀로 지어진 옷은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편이지만 내구성이 뛰어나 오래 입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유기농 린넨은 ‘아마’라는 식물을 통해 생산되는 것으로 대마와 마찬가지로 물과 살충제가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염료만 없다면 생분해될 수 있는 섬유입니다. 이 밖에도 파인애플 잎으로 만든 천과 대나무에서 유래한 섬유, 선인장을 활용한 가죽 등 앞으로 환경친화적 신소재가 지속적으로 개발될 전망입니다.

이처럼 패션 산업에서는 인스턴트 같은 대량 생산 시스템을 지양하고, 전 공정에서 높은 수준의 환경 감수성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완벽히 버려질 수 있는 원료 선택부터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끼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과 내부적으로 지속 가능한 공정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전반적으로 지속 가능한 순환 경제에 초점을 맞춰 변화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옷장은 어떤 옷으로 채우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