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CO2)로 고기를 만든다면 어떨까요? 말도 안 되는 기술인 것 같지만, 해외에서는 관련 연구가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 그리니엄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로 단백질 가루를 개발한 핀란드 스타트업 솔라푸드(Solar Food)의 이야기를 전한 바 있는데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에어프로틴(Air Protein)이란 푸드테크 기업은 이산화탄소를 가지고 대체육을 만들어내 화제를 모았습니다. ‘에어미트(Air Meat)’란 이름이 붙은 대체육은 기존 육류와 비슷한 맛과 질감을 재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에어프로틴의 공동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리사 다이슨은 소고기 1kg 생산을 위해 온실가스가 70kg 이상 배출될뿐더러, 가축 사육 및 사료 생산을 위해 광대한 삼림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다이슨 CEO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대체육을 만들면 탄소배출량과 자원소비량이 이전과 비교해 매우 낮다고 주장했죠.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 CBS 이브닝뉴스에 출연한 다이슨 CEO는 에어미트가 빠르면 2023년에 출시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이미 에어프로틴의 제품 중 하나인 에어 치킨(Air Chicken)은 미국 농무부(USDA)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인데요.

에어프로틴의 독특한 기술력을 그리니엄이 정리해봤습니다.

 

© 에어 프로틴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리사 다이슨 CEO_Air Protein, 유튜브 캡쳐

NASA 폐기 연구에서 영감받아 시작돼 ☄️

에어프로틴의 기술력을 알기 위해선 먼저 리사 다이슨이란 인물을 알고 가야만 합니다. 2019년에 설립된 에어프로틴은 푸드테크 기업 키버디(Kiverdi)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데요. 두 기업 모두 리사 다이슨이 설립해 경영 중이죠.

물리학자이자 생명공학자인 리사 다이슨은 일찍이 식량부족 및 농업으로 인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미생물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다이슨 CEO가 주목한 것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폐기한 연구였는데요. 우주개발이 한창인 1960~70년대 NASA는 인류의 장거리 우주여행을 위한 방안으로 공기 중 단백질 합성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NASA는 인체의 장에도 서식하는 수소독립영양생물(Hydrogenotrophs)란 미생물을 이용해 식량을 생산하는 방식을 연구했습니다. ‘폐쇄 루프 탄소 순환 개념(Closed Loop Carbon Cycle Concepts)’이란 용어가 이때 등장했는데요.

이 개념은 우주비행사가 날숨을 통해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곧바로 단백질로 전환하는 식품 자급 시스템이었습니다. 우주선 내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특정 기계가 포집하고, 미생물에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먹여 성장하면 추후 이를 영양이 풍부한 식품으로 바꾸는 것이었죠.

 

© 다이슨 CEO가 설명한 폐쇄 루프 탄소 순환 개념_TED 강연, 캡쳐

다만, 당대 기술력으로는 해당 개념을 실증하는 것이 불가능했는데요. NASA는 비용 및 기술 문제 등을 이유로 해당 연구를 폐기합니다. NASA의 연구에서 영감을 받은 다이슨 CEO는 2008년부터 추가 연구를 진행해 이산화탄소에서 필수 아미노산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방식을 찾게 됐죠.

에어 프로틴의 핵심 기술은 식물의 광합성과 비슷합니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물 그리고 햇빛을 이용해 포도당을 만든다면, 에어 프로틴은 미생물을 활용한 광합성을 통해 단백질을 만들죠. 여기에 활용되는 미생물이 바로 수소독립영양생물인 것.

다이슨 CEO는 이 과정이 맥주나 요구르트를 제조하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설명합니다. 단지 발효 과정이 없을 뿐인데요. 이산화탄소를 먹고 자란 탄화수소체를 일련의 건조 과정을 거치면 단백질 가루가 형성됩니다. 기존 단백질 가루처럼 음료에 타 먹거나, 음식에 섞어 먹을 수 있는데요. 단백질 가루의 맛 자체는 없지만, 영양가는 풍부합니다.

에어프로틴 측에 따르면, 수소독립영양생물을 이용해 만든 에어미트는 기존 단백질에 가까운 아미노산 수치를 갖췄습니다. 또 필수 아미노산 9종류를 모두 포함하고 있을뿐더러, 채식으로 섭취하기 힘든 비타민B·비타민B12 등이 포함돼 있죠.

 

© 에어프로틴의 대체육 제작 방식 인포그래픽화_Air Protein

에어프로틴, 기존 축산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

에어프로틴의 제작 과정은 3줄로 요약 가능한데요. 1️⃣미생물인 수소독립영양생물을 포집한 탄소와 혼합됩니다. 2️⃣그리고 미생물 배양기 안에서 수소독립영양생물은 탄소를 소비해 영양소를 만들죠. 3️⃣이후 미생물을 건조하면 밀가루 같은 단백질 가루가 생산되는 것인데요. 이 가루는 단백질 함량이 8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어프로틴은 대기가 아닌 공장에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사용했는데요. 회사 측은 향후 직접공기포집(DAC) 장치를 사용해 대기 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에어미트 등 제품 공정해 사용할 계획임을 밝혔죠.

아울러 현재 미생물 배양 등에 사용되는 전력은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다이슨 CEO는 우리의 비전은 최초의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 육류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이어 “에어프로틴은 기존 축산업과 달리 가축 사육 및 경작지가 전혀 필요하지 않고, 세계 모든 곳에 위치할 수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다이슨 CEO는 또 에어미트 등 대체육이 축산업이 일으킨 온실가스 및 생물다양성 파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 직접공기포집(DAC)의 현재와 미래가 알고 싶다면?

*탄소 네거티브(Carbon Negative):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장기간 격리하는 것

 

© 초기 에어프로틴은 단백질 가루 형태의 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_Air Protein 제공

에어프로틴 같은 공기 단백질 제조는 수개월 이상 소요되는 기존 축산업과 달리 단 며칠 만에 단백질을 만들 수 있죠. 다이슨 CEO는 에어프로틴과 같은 공기 단백질 제조가 온실가스 및 생물다양성 파괴를 일으킨 기존 축산업 문제를 해결할 힘이 있다고 역설했는데요.

회사 측에 따르면, 에어프로틴의 제품은 소고기 생산보다 150만 배 적은 토지를 사용하고 물소비량도 1만 5,000배 이상 적다고 합니다.

또 공기 단백질 제조 과정에는 살충제·제초제·항생제 등이 사용되지 않아, 환경과 인류 건강 모두에 이롭죠.

에어프로틴은 돼지고기나 해산물의 질감을 살린 제품까지 구상 중입니다. 더불어 단백질 가루를 파스타, 시리얼, 쉐이크 등에 활용하는 방안도 계획 중입니다.

 

© Air Protein 제공

한편, 지속가능성에 부합하는 기술력 덕에 지난해 에어프로틴은 구글벤처스(GV)와 ADM벤처스 등으로부터 3,200만 달러(한화 약 348억원)의 투자를 받았는데요. 에어프로틴은 자사의 기술을 통해 기후변화와 식량 부족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공기 단백질 등 대체육이 ‘고기의 미래’라고 부르는 에어프로틴. 가까운 미래 마트의 선반을 가득 채우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