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과자, 라면, 비누, 치약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재료가 무엇일까요? 바로 팜유(Palm Oil)입니다. 팜오일 혹은 야자유로도 불리는 팜유. 팜나무 열매를 쪄서 압착해 만든 식용 기름으로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데요. 세계자연기금(WWF)에 의하면,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 중 절반 이상의 제품이 어떤 형태로든 팜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팜유 생산을 위해 막대한 양의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있단 사실인데요.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은 보고서를 통해 팜유 확장 예비 지역에 “멸종위기에 처한 포유류 54%, 조류 64%가 서식한다”며 생물다양성 손실을 경고한 바 있죠. 최근에는 팜유 최대 생산국인 인도네시아가 수출량을 줄이면서 주요 제품 판매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단 전망도 들려오는데요.

이에 기존 팜유를 대체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선 스타트업이 있단 사실! 이번 시간에는 합성 팜유를 만들고자 연구에 나선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유전자 변형 효모를 배양 중인 연구원(왼)과 기름으로 인해 세포 외벽이 눌린 효모의 모습(중간) 그리고 효모에서 추출한 합성 팜유의 모습(오)_Xylome 제공

빵을 부풀리는 효모, 합성 팜유 개발 재료로 떠올라! 🦠

미국 위스콘신주에 있는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실로메(Xylome). 2007년 토마스 제프리스와 토마스 켈러란 두 과학자가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 지원을 받아 설립했는데요. 초기 실로메는 효모에 농업폐기물을 공급해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러나 두 과학자는 2013년 효모에서 나온 기름이 팜유와 유사하단 사실을 발견하게 됐는데요. 효모와 같은 미생물을 이용해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려는 곳은 많으나, 팜유를 대체할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 없단 사실을 알게 된 두 과학자는 본격적으로 합성 팜유 개발에 뛰어듭니다.

현재 실로메는 리포미세스 스타케이(Lipomyces starkeyi)란 유전자 변형 효모에 옥수수 시럽을 먹여 기름을 생산합니다. 이 효모는 옥수수 시럽 등에서 당을 흡수한 후 이를 빠르게 지질로 바꾸는데요. 실제로 현미경으로 본 효모의 모습에서 과다한 지질 생성으로 인해 세포 외벽이 눌린 것을 확인할 수 있죠. 실로메는 배양한 효모 세포에서 지질을 추출함으로써 기름을 생산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여기서 생산된 기름이 합성 팜유와 유사하단 것이었죠.

실로메는 이 유전자 변형 효모를 가리켜 ‘벌레(Bug)’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실로메는 효모에 옥수수 껍질이나 사탕수수 줄기와 같은 농업폐기물을 먹여 기름을 생산하는 방식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 (왼) 실로메 연구진의 모습 (오) 유전자 변형 효모를 배양 중인 토마스 제프리스_Xylome 제공

한편, 실로메는 효모를 통해 생산한 합성 팜유 ‘요일(Yoil)’을 시험하기 위해 대형 팜유 공급업체와 협력하기 시작했는데요. 회사 측에 의하면, 주로 아이스크림과 같은 제품을 시험하기 위해 100파운드(약 45.35kg) 가량을 공급업체에 보내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또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식품 사용 승인을 위해 합성 팜유로 만든 제품을 평가 중이죠.

물론 해결해야 할 장애물은 많습니다. 무엇보다 합성 팜유 상용화를 위해선 생산 단가를 낮춰야 하죠. 실로메가 개발한 합성 팜유도 기존 팜유보다 생산비가 더 비싼데요. 실로메 측도 “팜유의 대안을 찾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며 “기존 농업과 경쟁할 수 있는 규모와 가격으로 합성 팜유를 짜는 것이 도전 과제”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지질 생산을 위한 효모 개발에 오랜 시간 걸린단 것이 문제인데요. 최근 실로메는 합성 팜유 기술 개발 촉진을 위해 유전자 변형 효모를 공공 및 민간에 판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 C16 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합성 팜유_C16 Biosciences

합성 팜유 개발 위한 경쟁 본격화 🥥

삼림 파괴, 생물다양성 손실 등의 문제가 계속 이어지자 합성 팜유 개발을 위한 기업 간 연구 경쟁이 본격화됐습니다. 실로메를 포함한 여러 기업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합성 팜유 개발에 나선 것인데요.

미국 뉴욕에 위치한 바이테크 스타트업 C16바이오사이언스(C16 Biosciences)는 음식물 쓰레기와 산업 부산물을 활용해 기존 팜유와 화학적으로 유사한 합성 팜유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2017년 설립된 이 스타트업은 바이오기술을 활용해 효모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효모가 생산되는 과정은 배양육을 만드는 기술이 활용됐는데요. C16바이오사이언스는 생산된 효모를 발효함으로써 합성 팜유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발효 과정에서 산업 부산물이 주로 활용됐다고 밝혔죠.

현재 C16바이오사이언스의 합성 팜유는 기존 팜유와 비교해 2~3배 더 높은 가격대인데요. 지난해 회사는 빌 게이츠의 투자회사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BEV)로부터 2,000만 달러(한화 약 240억 7,000만 원)를 투자받아 설비 확대 및 연구 개발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단 C16바이오사이언스는 소규모 생산을 시작으로 시장에 빠르게 출시되는 방법을 고려 중인데요. 실로메가 아이스크림 등 식품에 주목했다면, C16바이오사이언스는 화장품 브랜드와 협력해 실험 중이죠.

C16바이오사이언스와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키버디(Kiverdi)도 또한 합성 팜유를 연구 중입니다. 키버디도 마찬가지로 효모 배양을 통한 합성 팜유 생산에 주목했는데요. 직접공기포집(DAC)을 통해 포집한 탄소를 이용해 효모를 발효하는 방식으로 합성 팜유를 생산하는 방식을 연구 중이죠.

 

© 영국 바스대학에서 효모를 이용한 합성 팜유 연구 중인 크리스토퍼 척 박사(왼)와 독일 뮌헨 공과대학에서 연구 중인 마흐무드 마스리 박사_BUSU, TUM 제공

대학 내에서도 합성 팜유 연구가 활발합니다. 독일 뮌헨 공과대학(TUM) 내 합성생물학 연구소의 이야기인데요. 마흐무드 무스리 박사는 발효통에서 천연 효모균을 배양한 후 지질을 수확해 합성 팜유를 생산하고 있죠. 무스리 박사와 연구팀은 효모가 폐목재부터 음식물 쓰레기에 이르는 거의 모든 유기물을 먹어치움으로써, 지질을 키울 수 있단 점을 주목했습니다.

영국 바스대학의 크리스토퍼 척 화학연구원도 효모를 이용한 합성 팜유를 연구 중입니다. 이들은 미생물을 유전적으로 변형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주는 방식으로 기름을 더 많이 생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척 연구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기술은 유전자를 변형한 유기체 규제 법률 제약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 팜유 열매(왼)를 재배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개간하는 모습(오)_Rainforste Rescue, 홈페이지 갈무리

척 연구원은 효모 등을 통해 실험실에서 만든 합성 팜유는 기존 팜유보다 탄소발자국이 낮을 것이라고 언급했는데요. 여러 효모균에서 합성 팜유를 대체할 만할 성분이 있단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상업화를 위한 장비 설치 및 공정 개발이 계속 난관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제프리 링거 생명공학연구원은 합성 팜유 상업화를 위해선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 기존 팜유 생산 국가 경제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또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 인증(RSPO)이 더 널리 퍼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IUCN에 의하면, 팜유의 연간 세계 소비량은 7,000만 톤 이상. 영국 바스대 연구진 등은 연간 세계 팜유 소비량만큼의 합성 팜유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합니다. 다만, 일정 부분 대안을 이루는 것은 ‘실현가능하다’고 이야기했는데요. 합성 팜유가 새로운 지평선을 열 수 있을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