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내로라하는 브랜드들이 참가해 각종 신기술과 첨단제품을 선보이기로 유명한데요. 세계 주요 산업의 트렌드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혁신의 경연장이란 점에서 국내외 모두 관심이 뜨겁죠.

그렇다면 올해 CES의 트렌드는 무엇이었을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2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된 CES 2022의 화두는 단연 ‘지속가능성’이었습니다.

 

팬데믹도 혁신을 막지 못한 것을 보여준 CES 2022 🌎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22가 막을 내렸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1,800여개 언론사를 포함해 약 4만 명 이상이 박람회를 방문했는데요.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CES 2022에는 스타트업 800여곳을 비롯해 전 세계 2,300개 이상의 참관사가 박람회에 참가해 인공지능(AI)·디지털 헬스·우주 기술 등을 선보였죠. 특히, 올해 CES는 우주 기술·푸드 테크·3D 프린팅 등 3가지가 공식 전시 분야로 새롭게 추가됐는데요.

 

© Mike Lowe, Pocket-lint

CES 2022에서는 27개 세부 카테고리별로 창의적인 기술·제품에 대해 총 623개의 혁신상이 수여됐습니다. 한국무역협회가 CES 2022 혁신상을 받은 기술·제품을 분석한 결과, ▲헬스·웰니스, ▲가상·증강현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등 4개 분야가 전체 혁신상의 27.2%를 차지해 코로나19 대유행 속 기술혁신이 가장 활발히 일어난 분야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과 사회적 책임 등이 중요한 문제로 부상함에 따라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Eco-Design & Smart Energy) 부문 혁신상은 34개 제품이 수상해 전체 혁신상의 5.5%를 차지했습니다.

혁신상은 카테고리별로 디자인과 기술 등에서 상위 점수를 받은 제품이 선정됩니다. 이 중 전체 분야를 통틀어 높은 점수를 받은 제품에는 최고혁신상(Best of Innovation)이 수여되는데요. 최고혁신상을 받은 제품 상당수가 알게 모르게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단 사실! CES 2022를 선보인 제품 중 꼭 알았으면 하는 것들을 묶어 이야기한다면.

 

© GAF 에너지가 만든 태양광 지붕널(Solar Shingles)_GAP Energy 제공

모든 지붕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내자 ☀️

CES 2022에서는 미국 지붕 제조업체 GAF와 계열사인 GAF에너지가 개발한 태양광 지붕널(Solar Shingles)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들이 개발한 팀버라인 솔라(Timberline Solar)는 일반 지붕 타일처럼 간편하게 못으로 설치할 수 있는데요. 2016년 테슬라가 개발한 ‘솔라 루프(Solar Roof)’를 포함한 타사 제품보다 태양광 패널 크기도 크고 전선이 더 적게 쓰인 덕에 제작비가 저렴한 편입니다.

실제로 GAF는 테슬라의 솔라 루프 가격의 절반 정도로 팀버라인 솔라를 옥상에 설치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또 전통적으로 사용한 단결정 태양전지가 아닌 고온에서 더 잘 작동하는 고효율 PERC 태양전지를 사용해 에너지 효율성과 내구성을 높였다고 합니다.

GAF가 지붕 제조업체란 것도 이점으로 작용했는데요. 설치를 위해 전문 인력과 장비가 필요했던 기존 시설과 달리 누구나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설치할 수 있죠. 물론 여전히 일반 지붕 교체비보다는 2배 정도 더 많이 들고, 낮은 발전 효율도 넘어야 할 장벽인데요.

GAF의 팀버라인 솔라는 옥상 태양광 발전의 저변을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으며, 올해 CES 2022 스마트시티 부문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 우베라가 개발한 식품 저장용기_UVera 제공

자외선 소독, AI로 음식물 쓰레기 줄일 수 있어? 🍞

세계적인 문제인 음식물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해 자외선(UV)이 활용된다면 어떨까요. 우베라(UVera)란 스타트업체는 식재료를 더 오랫동안 유지하도록 돕는 ‘오로라(Aurora)’란 저장용기를 만들었는데요. 오로라는 산소가 없는 진공 밀폐 용기로 내부에서는 자외선 소독을 진행해 식재료의 유통기한을 더 늘려준다고 합니다.

우베라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압둘라 과학기술대학교를 졸업한 아스라 담담이란 생명과학자가 설립했는데요. 담담은 사우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식재료를 살균하기 위해 특정한 자외선(UV)을 사용해 부패를 일으키는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바이러스·병원균을 파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회사 측이 실험을 진행한 결과, 육류의 평균 유통기한은 33%, 과일은 123%, 채소는 141% 늘었다고 하죠. 우베라가 개발한 오로라는 아직 가정용으로만 설계됐으나, 가까운 시일 내 식당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대용량 용기도 개발할 계획임을 밝혔죠.

네덜란드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오르비스크(Orbisk)가 선보인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제품도 눈길을 끌었는데요. 오르비스크는 AI, 이미지 추적 인식 기술, 빅데이터 등을 적용해 식당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빠르게 파악해 이를 수치화해 보여주죠.

또 AI가 자동으로 어떤 식재료가 얼만큼 남았는지를 파악해 일 혹은 주 단위로 분석해준다는데요. 오르비스크의 바트 반 아른헴 공동창업자는 “데이터 기반을 통해 공급 및 구매 과정 최적화가 가능하다”며 “음식물 쓰레기를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오션 그레이져가 개발한 ‘오션 배터리’ 구상도_Ocean Grazer 제공

재생에너지 한계? 기술로 해결해 보겠어! 🌊

풍력·태양광 발전 등 재생에너지는 기상 여건에 따라 발전량 예측이 어려워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어렵단 한계가 있는데요. 이에 오션그레이져(Ocean Grazer)란 네덜란드 스타트업체가 개발한 ‘오션 배터리(Ocean Battery)’가 각광받았습니다.

오션 배터리는 해상발전시설 해저에 설치되는데요. 해상풍력·태양광 에너지가 많이 생산될 때 전기로 물을 끌어올려 튜브에 고압으로 저장하고, 이후 바람이 불지 않거나 태양빛이 없을 때 물을 다시 아래로 내려보낸다고. 즉, 수력발전처럼 위치에너지를 이용해 필요할 때마다 전기를 생산한단 것인데요.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ESS) 없이도 저렴하고 쉽게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을뿐더러, 에너지 생산 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오션 배터리는 지난해 7월 네덜란드 근해에서 기술 검증까지 마친 상황인데요. 오션 배터리는 재생에너지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 기술이란 평을 받으며, CES 2022 지속가능성 부문 최고혁신상을 수상했습니다.

 

© CES 2022에 마련된 SK 전시 부스_SK 제공

한편, CES 2022에 참가한 국내 기업 상당수도 재생에너지 기반 발전설비나 제품을 공개했는데요. SK그룹에서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SK E&S는 수소의 생산부터 유통과 소비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두산그룹은 수소를 앞세우며 수소 충전과 발전 그리고 스마트팜 운영까지 가능한 트라이젠(Tri-Gen)을 소개했는데요. 두산퓨얼셀이 개발 중인 3.5m 높이의 트라이젠은 연료전지를 이용해 수소와 전기, 열을 동시에 생산하는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에너지원은 3개의 경로로 각각 전달되며 수소는 드론을 띄우고, 전기는 전자제품을 급속 충전시키며, 열은 스마트팜으로 전달돼 농작물 재배에 활용된다고 하죠.

삼성의 경우 와이파이 등 무선전파로 충전할 수 있는 리모컨을 공개했는데요. CES 2021에서 선보인 모델과 마찬가지로 태양광 충전을 지원하나, 해가 진 후에도 와이파이 등 무선 전파를 수집해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저장할 수 있죠. 고속 USB-C 타입 충전도 지원하기에 총 3가지 충전 방식이 활용가능한데요. 삼성은 AAA배터리 사용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당 제품을 설계했다고 밝혔습니다.

 

© (왼) CES 2022에 소개된 삼성의 무선전파 충전형 리모컨 (오) 샤워 후 물을 재사용하는 캐나다의 레인스틱_삼성, Rainstick 제공

이밖에도 카테고리별로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들이 쏟아졌는데요. 레인스틱(Rainstick)이란 캐나나 기업은 샤워 후 사용한 물을 다시 쓸 수 있는 샤워기를 개발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고, 세계 최대 중장비·농기계 업체인 미국의 존디어는 사람 없이도 작업이 가능한 ‘완전 자율 트랙터’와 함께 잡초에만 정확하게 농약을 뿌리는 기술을 소개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CES 2022에 소개된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기술들 어떠셨나요? CES는 한 해의 트렌드를 미리 볼 수 있단 점에서 화제인데요. 여기서 소개된 혁신적인 기술들이 우리의 일상을 또 어떻게 바꿔놓을지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