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에 위치한 한국과 일본은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 국가로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제조업의 비중이 높습니다. 두 나라 모두 비슷한 시기에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는데요. 부문별 탄소중립 내용을 살펴보면 대체로 비슷하고 감축 수단도 비슷하나, 발전 부문(전환)에서 두 나라의 전략이 다른 행보를 걷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닮은 듯 다른 듯한 두 나라의 탄소중립 시나리오 💨

앞으로 30년 후인 2050년 전력 수요는 한국이나 일본 모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 탄소중립 계획 초안에서도 2019년 대비 약 200%로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2050년 송배전 손실률을 고려하면 발전소들은 1,207.7~1,259.4 TWh 발전해야 하죠. 지난해 기준, 국내 발전량 575.2 TWh이고 발전용량도 129.2GW이니 2050년에는 단순 계산으로 지금 발전소의 2배가 필요합니다.

또한, 기존 석탄·석유·원자력 발전소도 폐쇄하거나 축소할 계획이라 향후 30년간 전력 수급을 위해 지어야 할 발전소는 최소 지금 운영 중인 발전소 수만큼 건설해야합니다. 일본도 산업·건물·운수 등 모든 분야에서 전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데요.

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제1 원자력 사고 이후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집중했고, 그 결과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태양광 설치 비중이 높은 국가가 됐습니다. 2019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18%인데요. 일본은 오는 2030년까지 이를 36~38%로 확대할 계획이며, 2050년까지 50~60%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은 석탄 및 석유 등 화석연료 발전, 원자력 발전을 포기하는 걸까요? 답변은 ‘아니오’입니다.

 

© Ajay Pal Singh Atwal, UNSPLASH

일본은 2050 탄소중립 설정에서 ‘현재 기술’ 수준으로 100% 단일 전원이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했습니다. 즉, 기존 발전원인 원자력과 화석연료 발전을 최소한으로 운전 혹은 기저발전으로 해야 한다는 것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원자력 사고를 겪은 일본은 두 가지 발전원에 대해 조건을 걸었는데요. 원자력 발전의 경우 세계 최고의 안전성 확보란 조건, 화력 발전의 경우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CCUS)과 같은 조건을 걸었습니다. 또한, 일본은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및 암모니아 발전이란 새로운 발전원을 통해 에너지원 다각화를 추진하려는 중이죠.

 

© 2050 탄소중립에 따른 녹색성장전략_일본 경제산업성

2050년 일본의 예상 전력믹스(발전원)는 신재생에너지가 50~60%로 가장 높고 수소 및 암모니아 발전이 10%, 원자력 및 CCUS를 결합한 화석연료 발전이 나머지 30~40%를 목표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전력 발전에 신재생에너지를 최우선으로 두고 도입하고 있는데요. 수소 및 암모니아 발전 기술 개발에 투자하면서, 기존 발전원인 원자력에는 안정성을 화력발전에는 탄소재활용(CCU)를 결합해 전력부문의 탈탄소화를 진행하려 하고 있죠.

우리나라 2050 탄소중립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56.6~70.8%로 일본과 비슷한 수준인데요. 다만, 국내는 화석연료와 원자력 발전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수소 및 암모니아 발전과 동북아 그리드, 연료전지, 부생가스 등에 에너지원 비중을 좀 많이 할당했는데요. 정치적으로 이슈가 있는 동북아 그리드, 상당한 기술 개발이 필요한 수소 및 암모니아 발전 등에 일본보다 더 많은 비중을 할당하는 등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 2050 탄소중립의 한국과 일본 전력 믹스 비교

한국 정부 정책이 마중물. 일본 정부 자금이 마중물로…🌍

두 나라 모두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치뤄야할 비용이 어마어마합니다. 일본의 기본 전략은 기술 개발을 통한 상용화를 통해 대규모 양산 투자로 인한 비용 절감인데요. 일본은 녹색 사업을 육성해 국내외 290조엔의 경제 효과와 1,800만 명의 고용 효과 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단 일본 정부는 정부 기금, 세제 혜택, 금융지원, 규제 개혁 및 표준화 등 여러 탄소중립 지원 정책을 마련해 수요 창출과 함께 민간투자 확대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에너지 전환과 기술 개발에 대한 자발적으로 충분히 지불용의(Willingness to pay)가 있도록 정책적 기조를 전환하여 수요 창출과 경쟁을 통해 탄소중립에 대한 비용을 낮추려 하고 있죠.

나아가 일본은 에너지 전환 기술 개발 및 도입을 위해 10년간 2조엔(한화 20조 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했는데요. 이를 활용해 민간 기업 연구 개발 및 설비 투자를 유도할 계획입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탈탄소화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세제혜택도 이뤄집니다. 탈탄소화 및 고부가가치 생산 공정 설비를 도입한 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10% 세액 공제 및 50%의 특별 상각을 통해 많은 세제 혜택를 제공하고, 탈탄소화 기술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규제 개혁 및 국제 표준화도 추진하기로 했죠.

금융 부문에서는 국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지원, 녹색채권, ESG 평가 등 녹색금융 활용 방안을 마련하고 표준화를 통해 국내외 시장의 확대, 표준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의 창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탄소세,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활용하는 등 탄소가격 책정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일본 신에너지산업기술개발기구(NEDO)는 지난 26일 2조엔의 “그린혁신기금” 사업의 제 1호 사업으로 선정해 실증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선정된 사업은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에 대한 실증 연구 사업으로, 대규모 수소 공급망 구축 프로젝트·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분해를 통한 수소생산 프로젝트로 구성됐습니다.

해당 실증 연구는 수소 생산부터 액화수소의 대규모 공급망의 실증과 액화 기술의 개발, 가스터빈 기술확립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도래하게 될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주요 연구기술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정부의 자금을 마중물로 기술 선점을 위해 빠르게 과감히 베팅하고 있습니다.

 

© Hydrogen Power Plant

우리나라도 지난해 1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 관리에 관한 법안>이 통과돼 수소 산업 육성을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만,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일본이 정부 자금을 마중물로 민간 투자를 유치하려 한다면, 한국은 정부 정책을 마중물로 민간 투자를 유치하려 해 방식에서의 차이를 보이고 습니다.

한국과 일본 모두 경제의 근간은 제조업입니다. 두 나라 모두 기술 개발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고자 합니다. 2050 탄소중립의 천문학적 비용 청구서를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이 어떻게 배분할지를 심층적으로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134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탄소중립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됨과 동시에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제가 됐습니다. 이에 그리니엄은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를 통해 해외 탄소중립 현황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