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게만 느껴지던 갑갑한 마스크를 쓰는 것이 당연해진 일상. 지구촌을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마스크 생산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마스크는 약 65억 장. 이 중 6,000만 장이 매달 길거리에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 세계적으로는 매달 약 1,300억 장의 마스크가 버려진단 포르투갈 연구팀의 발표도 있었죠.

비단 마스크만의 이야기는 아닌데요. 병원과 보건소 등 의료 기관에서 사용하는 의료용 가운, 장갑, 주사기 등 의료폐기물 상당수가 일회용 플라스틱인데요. 코로나19 장기화로 전 세계 의료폐기물량도 가파르게 증가했죠.

환자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폐기물은 의료폐기물로 분류됩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의료폐기물을 소각이나 화학적 처리, 고윤멸균처리 등의 방법을 통해 처리할 것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의료폐기물 대부분을 소각해 처리하고 있습니다. 국내 폐기물관리법상 의료폐기물은 25일 이내 소각해야 하죠.

문제는 코로나19로 소각장 상당수가 하루 처리 용량을 뛰어넘었단 것! 코로나 확진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1년 동안 배출된 관련 의료폐기물은 총 7,517톤인데요. 이는 지난 2015년에 발생한 메르스 의료폐기물 257톤 보다 30배 정도 많은 양입니다. 이에 주관 부처인 환경부는 “허가용량의 130%까지는 폐기물관리법상 변경 허가 없이도 소각이 가능하다”고 해명했는데요. 정부는 늘어나는 의료폐기물 처리를 위해 전국 12곳에 신설 소각장 건설 계획을 내놓았으나,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 Piron Guillaume UNSPALSH

 

감염 위험 vs 폐기물, 꼭 선택해야 해? 😕

의료 기관에서 폐기물 감소를 위해 노력할 순 없는 걸까요? 이는 분명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환경을 위해 폐기물을 줄이도록 노력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허나,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 입장에선 지속가능성보단 당장 앞에 있는 환자의 ‘생명’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죠.

주요 선진국에서 의료폐기물은 가장 엄격하게 관리되고 규제되는 폐기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의료폐기물의 처리 과정을 분초 단위로 시스템에 기록하고 있죠. 이렇게 하는 이유는 바로 ‘감염 위험’ 때문인데요. 꼭 감염성 물질이 아니더라도 운반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일으키기 충분한 물질이 많아 전 과정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거죠.

이 감염 방지를 위해 보건의료업계에선 일회용 의료기기를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의료용으로 사용하는 경우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가 피해가는데요. 최근 헝가리, 호주, 뉴질랜드에서는 플라스틱 빨대와 접시, 면봉 등 일회용 10개 품목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는데,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것은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의료폐기물이 아니더라도 병원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양은 분명 무시할 수 없는데요. 2012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병원에서 배출되는 폐기물 중 85%는 일반 쓰레기며, 나머지 25%만이 감염 위험을 지닌 폐기물이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죠. 이 일반 쓰레기들에는 의료기기 포장재, 플라스틱, 음료수 캔, 책 등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 포함돼 있는데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병원에선 일반폐기물도 모두 의료폐기물에 담아 처리해 왔단 사실!

그래도 몇 년 전부터 보건의료산업계에서도 저탄소·친환경 움직임이 하나둘 일어나고 있는데요. 폐기물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사례를 소개해보겠습니다.

© 다이텍연구원HSN이 개발한 재사용 가능 방호복 HSN

 

‘재사용’ 가능한 방호복 개발함 👩🏼‍🔬

코로나19 등 감염병 차단 위해 착용하는 방호복! 이 방호복 상당수는 일회용 부직포이기 때문에 사용 후 의료폐기물로 버려야 하는데요. 의료 현장에서는 마스크와 함께 방호복 공급이 부족해 위험을 감수하고 재사용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그래서 아예 재사용 가능한 방호복을 만들려는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었죠.

얼마 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다이텍연구원과 국내 섬유 기업 HSN이 재사용 가능한 ‘직물 방호복’을 개발해냈는데요. 이 방호복은 기존 방호복과 다르게 고온세탁·건조가 가능하며, 멸균 과정까지 견딜 수 있다고. 덕분에 최대 10번까지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장점 덕에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안전인증(CE)에도 등록돼 현재 수출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연구원 측은 기존 예산으로도 방호복을 약 10배 가까이 구매할 수 있고, 폐기물 처리 비용도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가 낮아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아픈 바늘 그만! 주삿바늘 없는 주사기?! 💉

국내 상반기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는 1,500만 명을 넘었는데요. 주사기는 일회용인 만큼 한 번 쓰고 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 이런 주사기들 조만간 대체될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최근 마이크로니들(Microneedles) 의약품 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마이크로니들 의약품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연구팀이 개발한 ‘패치형’인데요. 이 패치형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바늘 수만 개가 조그만 반창고에 촘촘히 붙여 있다고 합니다. 바늘이 워낙 가늘고 작아서 환자들은 아무런 통증도 못 느낀다고 하는데요. 이 주사기의 가장 큰 장점은 환자 스스로 부착이 가능하고, 상온 보관이 가능하단 점! 덕분에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선 ‘쿼드메디슨’이란 스타트업이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연구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이들이 주목한 것은 바로 ‘DNA 백신’! 이 DNA 백신은 강한 전기장을 가해 세포벽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이를 전달하는 방법이라는데요. 지난 1일 인도에 있는 한 제약사가 코로나19 예방 위해 세계 최초의 DNA 기반 백신을 긴급사용을 신청했단 소식!

이런 니들 프리 주사기가 상용화되면, 일회용 주사 쓰레기 감소와 더불어 주사기 재사용으로 인한 2차 감염 피해도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하네요.

© MAC <a href=httpswwwinstagramcompCAXMxKOKx4b>Miniwiz<a>

 

쓰레기로 만든 병동도 있다 🏥

코로나19로 늘어난 환자들을 감당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임시 병동을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병동 건설 및 해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양도 만만치 않았는데요. 이를 고민하던 한 디자인 연구소가 대학 병원과 협력해 쓰레기로 만든 임시 병동을 건설했단 소식!

대만 푸젠 가톨릭 대학 병원은 주변 지역 폐기물을 재활용해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임시 병동을 건설했습니다. 병동의 정식 명칭은 MAC(Modular Adaptable Convertible). 벽의 90%는 재활용 알루미늄이 사용됐고, 재활용 폴리에스터 단열재도 활용했다고 합니다. 또 병동 안에 있는 옷걸이와 찬장 손잡이는 의료진이 사용한 장갑과 마스크, 고글 같은 개인보호장비를 사용해 만들었고요.

MAC은 대만 업사이클 전문 기업과 디자인 연구소가 공동으로 개발한 병동인데요. 조립식 병동이라 항공 운송이 가능하고, 24시간 이내 조립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현재는 코로나19 격리 병동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추후 일반 병동이나 중환자실(ICU) 등으로도 구조를 쉽게 바꿀 수 있다고.

© 폐마스크로 만든 의자 <a href=httpswwwinstagramcomneulkeemhl=en>Haneul Kim<a>

 

버려진 마스크 활용해보자! 😷

올 초 뉴욕타임스, 로이터 통신 등 국내외 주요 매체에 뜨거운 관심을 받은 디자이너가 있었죠? 계원대학교 리빙디자인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재활용 브랜드를 런칭한 김하늘 씨 이야기입니다. 김하늘 씨는 졸업 전시를 위해 폐마스크로 가구를 만들기로 했는데요. 버려진 폐마스크와 마스크 제작 과정 중 나오는 자투리 자재를 고온에 녹여 붙이는 방식으로 의자를 만들었다고. 의자 하나에 약 1,500장이 넘는 마스크가 들어가는데, 등받이가 있는 경우엔 약 4,000장이 사용됐다고 합니다. 김하늘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폐기물량이 엄청나단 사실을 모두가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작품을 계획했다는데요. 얼마 전 P4G 서울 정상회의에 초청돼 전시까지 진행했단 사실!

코로나19 예방 위해 폐마스크를 재활용한 곳도 있는데요.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동아리인 ‘마스크 두 잇(Mask Do It)’은 수거된 마스크를 재활용해 터치프리키를 제작했습니다. 터치프리키란, 손을 대지 않고 엘리베이터 버튼이나 스위치 등을 누르는 위생 용품인데요. 공공장소에서 불가피하게 접촉해야 하는 사물에 사용할 수 있다고.

© Hannah Conradt <a href=httpswwwfacebookcomFITartdesignsocialphotospcb641920693026759641920383026790>FIT 페이스북 갈무리<a>

해외에서도 폐마스크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눈에 띄는데요. 뉴욕 주립 패션 공과대학(FIT)에 다니는 한나 콘라드란 학생은 마스크로 만든 웨딩드레스를 선보였죠. 저희가 한 번 다룬 프랑스 디자인 기업 ‘패브릭(FabBRICK)’도 폐마스크를 활용해 벽돌과 가구를 만들었는데요. 패브릭 대표인 클라리스 멜렛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디자인할 때 마스크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고 소감을 밝혔죠.

 

지속가능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

24시간 불이 켜진 병원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폐기물과 온실가스! 비영리 기관 HCWH은 보건의료 산업의 탄소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4.4%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발표한 적 있는데요. 기관 측은 이 수치가 석탄화력발전소 514기에서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도 최근엔 지속가능한 병원을 만들기 위한 실험들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단 좋은 소식! 순환경제에 적극적인 덴마크가 가장 좋은 예가 될 것 같은데요. 덴마크는 지속가능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병원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감량하고, 재사용 및 재활용 활성화, 신재생 에너지 활용 등을 통해 운영 비용을 줄였다고 하는데요. 덴마크 중부에 위치한 오르후스 대학 병원은 건물 내 세탁소에서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고, 세탁용 운반 카트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커버를 줄인 것 만으로 4.5톤의 플라스틱을 절약해 비용이 10~12% 정도 절감됐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 지속가능한 병원은 아직 걸음마 수준인데요. 친환경병원학회와 대형 병원들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병원을 만들기 위한 조사와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단 사실! 또 의료진들 사이에서 이 문제를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단 후문담.

 

📌 GREENIUM NOTE

  • 코로나19로 의료폐기물량 급격히 증가해.
  • 재사용방호복, 니들 프리 주사기 등 일회용품 줄이려는 시도 돋보여.
  • 지구촌 곳곳 지속가능한 병원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 진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