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4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TV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 작전’을 발표했습니다. 같은 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이날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포함해 하르키우, 마리우폴 등 북동부 지역 곳곳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유엔개발계획(UNDP)과 우크라이나 정부 추산에 의하면, 러시아군 침공으로 3월 16일까지 최소 1,000억 달러 상당의 사회기반시설이 파괴됐습니다. 건물, 도로, 다리, 병원, 학교 등 파괴된 건물은 계속 늘어나는 중이죠. 러시아군이 공격한 주요 사회기반시설에는 원자력 발전소방사능 시설도 포함돼 있습니다.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당일,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원전을 점령했습니다. 수도 키이우 북쪽에 있는 체르노빌 원전은 1986년 폭발사고 이후 폐쇄됐지만 여전히 방사성폐기물이 보관돼 있고, 전투 활동으로 방사성폐기물이 유출될 가능성이 우려됩니다. 우크라이나 정부 보고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금지 구역*을 점령하며 오염 지역을 이동하는 동안 노출된 방사능 수치는 최대 7.6배를 초과했습니다.

2월 27일
러시아 미사일이 키이우의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부지를 타격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원자력사찰단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밤새 계속된 포격에도 건물 손상이나 방사선 누출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요.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즉각 성명을 내 인간의 건강과 환경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방사능 시설을 위협하는 군사적 행동이나 기타 행동을 자제해달라고 강력하게 호소했습니다.

3월 4일
우크라이나 남동부, 유럽 최대의 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러시아군이 포탄을 발사했습니다. 발전소의 냉각 장치 중 하나가 폭격돼 화재가 났습니다. 다행히 화재는 몇 시간 만에 진압됐습니다.

3월 6일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에 있는 물리 및 기술 연구소 내 핵시설을 공격했습니다. 의료 및 산업용 방사성 물질을 생산하는 해당 시설에는 37개의 핵 연료 전지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부의 핵 물질이 손상됐다는 보고는 없었습니다.

3월 22일
러시아군이 체르노빌 원전 인근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위한 연구실을 파괴했습니다. 해당 연구실은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유럽위원회의 지원으로 건설된 곳인데요. 연구소에는 매우 활동적인 방사성 핵종**의 샘플이 보관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출입이 통제된, 발전소 반경 30km의 지역
** 방사선을 방출하는 화학 원소의 불안정한 원자

 

© 러시아군 폭격으로 인해 붕괴된 마리우폴 시내 아파트 모습_우크라이나 정부 제공

우크라이나에는 4개의 주요 원전과, 사고 이후 폐기된 체르노빌 원전이 있습니다. 소규모 발전소와 원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저장하는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도 우크라이나 국토 전역에 자리합니다. 전 세계는 폭격과 화재, 정전 등의 이유로 방사능 시설이 파괴될 경우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미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방사선 누출이 5번이나 ‘일어날 뻔’한 상황입니다.

방사능 누출은 우리가 겪을 재앙의 일부일 뿐입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환경단체 에코액션(EcoAction)은 성명을 통해 화석연료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이 최소 36번, 발전소에 대한 공격이 29번, 상수도에 대한 공격이 7번, 원자력 시설에 대한 공격이 6번 이상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전쟁은 인명 피해를 넘어 대기와 토양, 물을 오염시키며 우크라이나의 환경을 실시간으로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를 좀 더 알아본다면.

 

1️⃣ 대기 오염 🌫️

러시아군은 연료저장고와 디젤 탱크, 윤활유 창고 등 대량의 유해물질이 저장된 우크라이나 산업 지역을 폭격했습니다. 산업 지역 내 대형 화재가 발생해 대기 중으로 오염 물질과 온실가스가 다량 배출됐습니다. 아울러 폭발물과 도로, 건물 등 다양한 잔해물에서 나온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공기 중으로 퍼져 대기 오염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2️⃣ 토양 오염 및 산림 파괴 🌲

전쟁에서 사용된 포격과 탄약의 잔해는 토양을 오염시키고 생물다양성 손실을 일으킵니다. 심지어 차량과 탱크 행렬이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환경을 망가뜨릴 수 있죠. 람사르 습지로 등록된 14개의 습지가 러시아군의 기지로 사용되고 있고, 20개 이상의 자연보호구역과 국립공원이 훼손됐습니다. 늑대, 들칠면조, 크림난초(Crimean orchid) 등 주요 보호종이 서식하는 특별 보존 관심 지역도 포격, 폭격 및 군 장비 이동으로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3️⃣ 수질 오염 🌊

폭발한 탱크, 파괴된 연료저장고 등에서 대규모 석유가 유출돼 지표수는 물론 지하수까지 오염됐습니다. 남부 오데사 등 항구도시 내 기반시설과 선박이 공격받으면서 해양 오염도 발생했습니다. 동남부 자포리자주에서는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상하수도시설이 손상됐습니다. 해당 시설이 손상됨에 따라 수질 오염 및 공중보건상 심각한 영향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 베트남 메콩 삼각주의 열대우림에 고엽제를 뿌리는 미군 헬기_VA002930, Bryan Grigsby Collection, Vietnam Center and Sam Johnson Vietnam Archive, Texas Tech University

환경단체, 러시아군에 에코사이드 기소 준비 중 ⚖️

이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코사이드(Ecocide)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에코사이드는 의도적이고 의식적으로 자연환경 또는 생태계를 광범위하거나 장기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생태 재앙을 초래할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공격을 ‘에코사이드’로 규정하며 관련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 용어는 1960년대 베트남 전쟁에서 비롯됐습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 게릴라군을 막기 위해 제초제와 고엽제를 살포해 의도적으로 산림을 파괴했습니다. 10년간 이뤄진 고엽제 살포로 베트남 삼림의 5분의 1 이상이 사라졌습니다. 고엽제 직접 노출로 약 40만 명이 사망했고 15만 명의 기형아가 태어났습니다. 1970년대 생명윤리학자인 아서 갤스턴 교수는 미군의 행위를 비판하며 집단학살을 뜻하는 제노사이드에 빗대 ‘에코사이드’라 규정했습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1998년 국제형사재판소(ICC)의 로마규정 8항에는 “자연환경에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며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공격을 시작하는 것”이 포함됐습니다. 로마규정은 국제형사재판소에서 관할하는 범죄의 범주를 규정하는데요. 로마규정 8항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환경을 파괴하는 전쟁은 전 세계적 범죄라는 것.

 

© The Jane Goodal Institute 제공

“생물다양성은 생명의 그물, 생명의 태피스트리입니다”
제인 구달, 동물학자 및 환경운동가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은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설명하면서 태피스트리에 비유했습니다. 실로 짜인 직물인 태피스트리처럼 우리 생태계도 무수한 생물 종이 교차하며 구성돼있습니다. 어느 실 하나만 뽑혀나가도, 생물종 하나가 멸종해도 태피스트리와 생태계는 구멍이 뚫리고 약해지며 결국, 무너집니다.

이미 산업화 이후 수많은 생물 종이 멸종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인간이 발견한 세계 800만 종 가운데 100만 종이 수십 년 내에 멸종할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6번째 대멸종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크라이나의 생태계 파괴는 전 세계의 문제입니다. 우크라이나 자연을 학살하는 에코사이드는 우크라이나 국민만이 아니라 전 지구에 대한 범죄입니다. 이미 에코액션을 비롯한 현지 환경단체들은 러시아군의 환경범죄를 기록하고 있으며, 에코사이드로 기소할 준비를 하고 있단 소식도 들려옵니다.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결돼서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