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관심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쏠린 사이, 2022년 베이징동계패럴림픽이 폐막했습니다. 지난 4일(현지시각) 개막해 열흘간 이어졌던 패럴림픽은 13일,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는데요.

이번 대회는 전 세계 46개국 560여명의 선수가 참가해 6개 종목, 78개 세부 종목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개최국인 중국이 금메달 18개(은 20·동 23)을 따내 종합 순위 1위를 기록했고, 러시아 침공으로 힘겨운 상황임에도 대회에 참가한 우크라이나는 메달을 휩쓸며 2위(금 11·은 10·동 8)를 차지했죠.

패럴림픽은 선수들의 운동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의수·의족·휠체어 등 여러 장비가 필요합니다. 선수와 장비가 완벽히 하나가 돼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패럴림픽에서 장비의 고장은 선수들의 부상과 다를 바 없는데요. 패럴림픽 선수들을 위한 ‘특별한 병원’이 있단 사실, 여러분은 알고 계셨나요?

 

© 동계패럴림픽 속 알파인스키, 파라스노보드, 파라아이스하키 경기 모습_Ottobock, 홈페이지 갈무리

고가의 맞춤형 장비, 수리도 어려운 패럴림픽 장비들 🛠️

패럴림픽 선수들이 사용하는 장비들은 일반 보조기기에 비해 상당히 고가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동계패럴림픽의 대표 종목 중 하나인 파라아이스하키(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스케이트 대신 썰매를 타고 쉴 새 없이 부딪히고 넘어져 고장이 잦은데요.

선수들이 타는 썰매를 제작하는 곳은 세계에서도 유니크 인벤션(Unique Inventions)이란 캐나다 기업이 거의 유일합니다. 이곳에서 제작한 썰매 가격은 최소 629달러(한화 약 77만원)부터 시작하는데요. 선수들이 사용하는 스틱도 한 쌍에 최소 114달러(한화 약 14만원)죠. 여기에 선수별 각각의 특성에 맞는 장비를 추가하고, 수리를 위한 부품들도 구매하면 전체 장비를 갖추는 데 약 200만 원 정도가 듭니다.

파라아이스하키는 동계패럴림픽 종목 중에서도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장비군에 속합니다. 높은 곳에서 출발해 낮은 곳에 있는 결승지점까지 최대 속도로 활주하는 알파인스키의 경우 맞춤형 장비가 최소 8,000달러(한화 약 994만원)부터 시작합니다.

맞춤형보조기구 공급업체 스포크스 앤 모션(Spokes’N Motion)의 사장인 폴 스페이트는 로티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필요한 장비는 대개 맞춤 제작돼 가격이 더 비싸진다고 밝혔는데요. 여기에 장비 하나하나가 ‘맞춤형’인 만큼 수리도 굉장히 까다로운 편이죠.

 

© 2022 베이징동계패럴림픽에 마련된 오토복 작업장의 모습_Ottobock, 페이스북 갈무리

맞춤형 장비 수리? 비용 문제? 우리가 다 해결해주겠어! 👩‍🔬

이를 위해 국제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선수들을 위한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1988년 서울패럴림픽부터 현재까지 대대로 독일의 오토복 헬스케어(Ottobock)란 기업이 수리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오토복은 전 세계 모든 제조사의 장비를 수리할 수 있도록 독일 본사에서 부품을 공수해 올뿐더러, 작업장 내 3D프린터를 이용해 맞춤형 장비를 위한 부품도 인쇄하죠. 무엇보다 모든 수리가 무상이기에 대회 내내 선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요. 일부 선수들은 일상용 의수족을 맡기기 위해 작업장을 찾기도 하죠.

오토복은 이번 대회 기간 중 약 400건의 수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경기가 진행된 중국 베이징과 옌칭, 장자커우에 작업장을 설치했을뿐더러, 긴급 수리를 지원하기 위해 경기 현장 인근에 소규모 수리 서비스 센터 5곳도 운영했는데요. 작업장 운영을 위해 12개국에서 의수족·휠체어 수리 기술자, 용접공 등 50명이 파견됐죠.

피터 프란젤 오토복 기술지원 서비스 이사는 “작업장에서는 선수를 위한 휠체어와 의수족을 수리해 선수가 대회에 나갈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이어 “(수리를 마친 후) 다음에 무엇이 올지 모르고, 어떤 것을 수리하게 될지 모른다”며 때로는 작업이 스트레스가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 (왼) 패럴림픽 기간 중 작업장 (오) 휠체어컬링 경기 모습_Beijing 2022, 페이스북 갈무리

실제로 오토복은 대회 중 작업장의 개점 및 폐점시간을 별도로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50명의 기술자들이 2교대로 근무하며 수리 작업을 진행했는데요. 이들은 손상된 휠체어 타이어 교체 같은 일상적인 작업 외에도 극도의 시간 제약 아래 선수들의 장비를 수리해야만 하는 경우가 허다했죠.

가령 지난 2018년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휠체어컬링 경기 개최 1시간을 앞두고 중국 선수의 휠체어가 부서졌는데요. 통상 수리에 수일이 걸리나, 작업장 내 모든 인력이 투입된 덕에 선수는 제시간에 대회에 참석할 수 있었죠. 이처럼 기술자들은 수리 시간을 며칠에서 하루 이내로 단축해야 하는 만큼 높은 창의성이 요구되는데요.

다니엘 달라이 오토복 소속 기술자는 “선수마다 다른 문제가 있다. 작업장에 모든 부품이 있는 것은 아닌 만큼,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가 있다”며 “선수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선 매순간 새로운 종류의 해결책을 고안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 (왼) 베이징동계패럴림픽에 참석한 오토복 기술팀 모습 (오) 작업장에서 휠체어를 수리 중인 기술팀_Ottobock 제공

오토복, 3D프린터 이용해 작업장 내 효율 높여 🔧

패럴림픽 작업장은 언제 어떤 장비를 고칠지 모른단 점에서 병원 응급실과 다르지 않은데요. 오토복은 작업장 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3D프린터를 도입했습니다. 3차원 디지털 설계도에 따라 재료를 한층씩 쌓는 3D프린터. 금속, 플라스틱, 탄소섬유 등 재료의 한계가 없고, 부품별로 해체가 용이하단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오토복은 지난 2020년 도쿄하계패럴림픽에서 3D프린터를 처음 도입했습니다. 아직까지는 손목 보호대나 작은 부품 등을 만드는 일에 사용됐는데요. 지난 패럴림픽부터 3D프린터를 이용해 필요한 부품을 현장에서 인쇄한 덕에 수리 효율성은 크게 오르고, 수리 시간도 줄었다고.

 

👉 3D프린터가 대세가 된 패럴림픽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 육상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하이리히 포포프 선수의 경기 모습_Ottobock 제공

독일 육상선수이자 보조기기 전문가인 하인리히 포포프. 선수 생활 중 2008년 베이징하계패럴림픽에서 은메달, 2012년 런던하계패럴림픽과 2016년 리우하계패럴림픽에서 각각 금메달을 딴 선수인데요. 선수 생활 은퇴 후 그는 오토복 작업장에서 기술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포포프는 선수 시절 또 “나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운동을 하고 있다. 스포츠로 덕에 일상생활에서 장애가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말을 남긴 바 있는데요.

기술자로서 이번 대회에 참석한 포포프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8년 베이징하계패럴림픽과 2022년 동계패럴림픽에 모두 참가해 정말 기쁘다”며 “비록 은퇴했지만 여전히 장애인 선수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이어 “선수들에게 의수족과 휠체어는 신체의 일부다. 문제가 발생하면 불안하고 초조할 수 있으므로, 제때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를 위해선 더 많은 기술과 인력이 보충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IPC 제공

한편, 국제패럴림픽위원회 조직위는 오토복과 파트너십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따라 오토복은 2032년 호주 브리즈번패럴림픽까지 총 6개 대회에서 기술 수리 및 유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습니다.

2년 뒤 파리패럴림픽에서는 선수들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오토복 등 기술자들은 어떤 장비를 수리하게 될까요.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를 좀 더 눈여겨보면 어떨까 싶습니다.